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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울면서 태어났지만 웃으면서 죽는 게 좋잖아』 정재희 저자 인터뷰

삶의 마지막은 불꽃놀이처럼!

by예스24 채널예스

우리는 뜻하지 않지만 반드시 누군가와 이별한다. 작별을 고하는 마지막 순간이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울면서 태어났지만 웃으면서 죽는 게 좋잖아』에서는 죽음에 다가가는 한 사람을 곁에서 지켜본 경험과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과정이 담겨 있다.


성별도, 세대도, 살아온 시간과 방식도 다른 39년생 시아버지와 86년생 며느리. 흔치 않은 환자와 보호자 관계로 함께하는 매 순간이 세대 차이를 깨닫는 시간이자 예측할 수 없는 난관의 연속이었다. 작가는 좌충우돌 시한부 보호자 생활을 덤덤하면서도 재치 있는 문체로 그려내며 위로와 함께 조언을 건넨다.


오늘도 병원을 가득 채우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 작가는 그들과 다름없었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누군가는 이미 겪었고 또 누군가는 겪게 될 우리 곁에 늘 함께하는 죽음에 대해 툭 터놓고 이야기하자고 말한다. 삶의 종착지인 죽음을 향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웃으며 갈 수 있을까?

 첫 책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출간 소감 말씀 부탁드립니다.


예전에 면접을 볼 때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 정말 막연히, 이룰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없이 했던 대답 중 하나가 ‘제 이름으로 책을 내는 것’이었어요.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기대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아요.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죽음에 관한 글을 쓴 후 앞으로의 제 삶을 기대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기쁘면서도 실감이 안 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시아버지가 췌장암 진단을 받을 때부터 의사와의 면담, 수술 상황, 병간호 그리고 장례에 이르기까지 그 상황을 정말 정확하고 세세하게 기록하셨더라고요.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주변에서는 제가 매일 자세하게 일기라도 썼던 게 아닐까 하더라고요. 평소 의학 지식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시아버지가 받은 진단에 관해 궁금하니까 면담에서 들은 내용이나 수술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검색을 해봤어요.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장례는 제가 직접 부딪히면서 약간 놀라기도 했고 ‘이게 진짜 현실’이라고 체감해서 뇌리에 꽂혔던 것 같아요. 사실 ‘사람이 죽었다’라는 사실만으로 마음은 이미 버겁고 힘들잖아요. 실제로는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절차의 무게도 마음의 무게 못지않더라고요. 남은 이들에게는 그 절차가 가혹해 보일진 모르지만 떠나는 사람 입장에선 그렇게라도 쉽게 잊혀지지 않아서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례라는 게 산 사람이 떠난 사람을 위해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걸 기록하고 싶었어요.


책에 참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데요, 특히 시아버지 입관식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렇게 많은 돈을 준비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시아버지보다 앞서 시어머니 장례식 때는 상주 역할이 처음이라 입관식이 뭔지도 모른 채로 우르르 내려가는 무리 속에 휩쓸려 따라갔죠. 입관식이 소위 ‘염’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몰랐어요. 그만큼 무지했던 거죠. 그날 하루 종일 먹고 마신 건 물뿐이었는데 전부 게워냈어요. 남편에게도 시어머니에게도 미안했죠. 그래서 시아버지 입관식에는 미리 양해를 구했어요. 물론 남편도 이해해주니 다행이었고요. 그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대신하고 싶어서, 시아버지가 평소 좋아하시던 돈을 마지막 가시는 길에 가득 채워드리고 싶었어요. 많이 샀던 건, 모자란 것 보다는 나아서? (웃음) 단지 그 이유뿐이에요.


39년생 시아버지와 86년생 며느리, 세대 차이를 실감했던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나요?


혹시 ‘고뿌(일본어로 ’컵’)’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저도 시아버지한테서 처음 들었는데 저희 부모님은 아시더라고요. 아마 그날따라 시아버지가 고생한 저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제 주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잔이 마음에 밟히셨나 봐요. “우리 애기는 뭘 사주면 제일 좋겠냐, 커피 한 고뿌 사줄까?”라고 하셨는데 커피라는 단어가 아니었다면 저는 정지 상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간신히 알아듣고 대화를 끝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제가 “라떼 한 고뿌 사주세요”라고 대답했다면 조금 친해졌을지도 모를 일이겠다 싶어요.


실질적인 보호자였지만 법적으로 시아버지의 수술 동의서에 사인할 수 없었던 며느리의 입장이 참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작가님과 비슷한, 세상의 수많은 보호자들께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남편에겐 누나 두 명, 여동생 한 명이 있어요. 여동생은 외국에 살고, 누나 한 명은 시아버지 댁 근처인 경상남도에 살아요. 다른 누나 한 명은 사정이 있어 연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요. 수술 동의서에 사인할 수 없는 그 상황이 짜증 났던 건, 하루 종일 굶어가며 병원에서 여러 가지를 해냈는데, 결국 그 마지막 하나를 끝까지 해낼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어요. 관계상, 며느리는 사인할 수 없다는 말을 들으니 황당하기도 하면서 오늘 하루 쏟아부은 내 시간과 체력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법적인 책임을 지는 누군가가 존재하고 그 절차가 있다는 건 굉장히 중요해요. 그런 책임들이 없으면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라고 하는 사람들의 죽음이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도 거래될 수 있는 사회가 이미 되어버렸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경우를 비롯해 사위도 마찬가지고 또는 사정상 미성년자가 부모의 보호자가 될 수밖에 없는 가정도 있을 수 있잖아요.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의 상황, 한계라는 것 역시 분명 존재하기에 현실에 부딪힐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울컥 솟아오르는 울분을 잘 다스렸으면 좋겠어요. ‘보호자’라서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나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구나 하는 동질감만으로도 위로될 때가 분명 있거든요. 이 책이 그런 위로를 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당신의 그 힘든 마음 내가 충분히 아니까 조금만 힘내”라고요.


시아버지의 죽음 외에도 책에는 여러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죽음이 무엇인지,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은 무엇인지 작가님께서는 답을 내리셨나요?


‘사람은 땅에 발을 디디고 하늘을 보고 살아가는 존재’라고 하잖아요. 하늘을 보며, 매일은 아니더라도 내 꿈을 찾아가는 순간순간에 내 옆에 일어나는 죽음을 생각하며 갈 길을 간다면 하루하루가 조금 더 인간적으로 채워지지 않을까요. 그렇게 끝이 올 테고 그때 돌아본 내가 걸어온 길에서 큰 후회만 없다면 좋겠어요. 그게 잘 사는 삶이 아닐까 싶어요. 잘 죽는 건 책을 쓰면서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린 것 같아요. “내 마지막 장면은 불꽃놀이 같았으면 좋겠다”라는 문장으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6개월의 시간 동안 보호자로 지내며 잃은 것과 얻은 것이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때의 내가 지금 눈앞에 있다면 어떤 말을 가장 해주고 싶으신가요?


지나간 일이라 잃은 것과 얻은 것을 구별하기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잃은 것이라면 체력과 그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얻은 것이라면 이 책이 아닐까요? 그때의 저에게 꼭 이 말을 해주고 싶네요.


“모든 건 6월 10일쯤 되면 끝난다. 너무 답답해하지 마라. 종료일은 그러하다. 그리고 2020년 2월 29일 900회 로또 번호는 7, 13, 16, 18, 35, 38 그리고 14다. 당첨금은 33억. 조용히 가서 조용히 찾아오거라.”

*정재희

이번 생애는 스테인리스 수저로 태어나 그 수저로 밥도 먹고 때로 땅도 파면서 버티고 있다. 국민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정교사 자격증을 갖췄지만 가르치는 일은 쉽게 뛰어들 수 없는 영역이라 여겨 감히 도전하지 않았다.  대신 웹 기획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콘텐츠 기획에 몸담았다. 능력 있고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산다. 이 책은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써 내려간 시한부 시아버지와 지낸 180일을 바탕으로 완성되었다. 이제 장막을 걷고 세상의 빛을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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