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북한 모두에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했다

[라이프]by 예스24 채널예스

남북한 통합 1호 한의사 김지은 작가가 『당신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를 출간했다. 일반적인 대한민국 국민에게 ‘선택’이라는 단어는 어떠한 느낌으로 다가올까. 선택권이 나, 개인에게 있고 법으로 보장 받고 있는 국가에 살고 있기에 공기가 있으니 숨을 쉰다는 논리마냥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 들여지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선택을 할 수 없는 국가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그 자체가 목숨과 맞바꾸어야 할 만큼 절체절명의 단어일 수도 있다.


살얼음이 얼어 있는 3월 말의 두만강을 건넌 후 중국 공안에 두 차례나 붙잡혀 북송될 뻔한 위기를 넘겼나 싶었더니, 미얀마, 라오스, 태국을 거쳐 자유를 위해 대한민국 행을 선택한 북한 청진병원 10년 차 의사 김지은. 탈북 후 중국에서 가정부, 식당 종업원, 북경역 삐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말 그대로 살기 위해서였다는 아이러니를 글 곳곳에서 마주할 때마다 삶을 향한 희망의 메아리를 듣게 된다.

반갑습니다. 작가님은 아침마당이나 강연 100도씨 같은 여러 방송 매체를 통해 탈북과정을 이야기하셨는데 이번에 이렇게 첫 책을 내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네. 사실은 책을 낸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생활한 지는 꽤 많은 날들이 흘렀습니다. 낯선 사회에 적응하느라 힘들기도 했고, 민주주의란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혼란스러움도 있었지만 그래도 북한보다는 훨씬 삶이 존중되는 사회인 것만은 사실이지요. 한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꽤 괜찮은 사회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저의 북한에서의 삶과 한국으로 오는 과정의 몇 가지 일화들을 통해서 대한민국과 북한을 비교하면서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꼭지 한꼭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 결국은 하나의 책으로 완성된 것 같습니다.


탈북민, 새터민들의 책들은 이미 여러 권 나와 있습니다. 작가님의 책은 기존에 나온 책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다른 새터민들의 책과 다른 점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만 저는 북한사람의 시선으로 느꼈던 한국과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느끼는 한국에 대한 시선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것은 나쁘고 저것은 좋고 하는 의미보다는 사람이 사는 사회라는 큰 타이틀 안에서 남과 북의 서로 같은 부분과 다른 부분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싫든 좋든 남한과 북한은 서로 연관되어 있고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관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판단은 독자님들의 몫이겠지만, 그리고 그 해석도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그곳에 살고 있는 북한사람들의 삶은 언론에 보여지고 비쳐지는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통하여 반목과 질시보다는 서로 이해하는 쪽으로 마음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잘 표현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 써놓고 보니 부족하다는 생각과 함께 아쉬움이 남기는 하네요.(웃음)


북한 가서 대학졸업증을 가지고 오라는 공무원의 발언에 결국 국회 청원까지 하시게 된 부분이 인상적이였습니다. 그때 무엇이 작가님을 그렇게까지 할 수 있게 했을까요?


한의사국가고시시험을 치르려고 했더니 보건복지부 담당 공무원분께서 북한에 가서 자격증을 가져오라고 하셨어요. 증명이 필요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증명 형식으로서 북한에 가서 서류를 떼어오라는 식의 표현은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북한 의사도 생명을 살리는 공부를 했습니다. 혹 그 수준이 미달된다면 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대한민국에 당당히 세금 내면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게 (그것이 결국 대한민국의 정착 아니겠습니까) 하는 것이 새터민정착지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던 거지요. 또 북한에 몇 십 만명의 의학대학졸업생들이 있고, 한국에도 앞으로 북한의료인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더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 문제가 단순히 김지은 개인의 문제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에서 온 의료인들을 통해 북한 보건의료의 실태를 좀 더 현실성 있게 이해하고 한반도 보건의료통합을 위한 준비를 한다는 의미에서도 필요한 일이라 여겼습니다. 남과 북이 함께 건강한 한반도를 만들어 가야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 저한테는 이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제 문제로 시작된 문제 제기이지만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이 남한으로 오신 지 10여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때와 지금을 돌아보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변화는 북한에서 온 보건의료인들이 대한민국에서 의료인의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열려져 있다는 것이지요. 북한에 가서 자격증을 가져오지 않아도, 또 한국에서 다시 대학을 다니지 않아도 일정한 심의를 거쳐 의사, 한의사 국가고시를 치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물론 합격, 불합격은 그 다음의 문제인거고요. 전에는 시험자격조차 부여하지 않는 등 완전히 길이 막혀 있었거든요. 또 다른 큰 변화는 제가 한의사가 되었고 북한의료에 대해, 남북한 보건의료통합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작가님의 표현대로 탈북민, 새터민은 어쩌면 우리 사회에 아직도 소수자일 수도 있습니다. 작가님은 앞으로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보고 어떤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새터민들의 대한민국정착을 위하여 정부가 또는 사회가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은 자칫 대한민국국민들에게 새터민들을 무작정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조심스럽습니다. ‘통일’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평화’라는 시대적 화두에서 새터민들은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남과 북을 모두 경험한 새터민들이야말로 남과 북의 화합, 평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터민의 눈, 새터민의 관점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그대로 북한사회에 전달될 수 있습니다. 북한 국민들은 자기의 가족, 친지들인 새터민들을 통하여 대한민국을 인지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새터민들과 찐 친구가 되어달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래야 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순간의 아쉬운 부분이 있어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관계를 회복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새터민들의 대한민국 정착에 대한 현실적인 정책들도 당연히 필요한거고요.


남북한 통합 1호 한의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계십니다. 남북한 의료체계나 수준이 많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아는데 통일을 대비한 보건의료정책에 작가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남과 북의 의료환경, 의료기술수준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는 해외 어느 나라에서 전염병이 발생해도 하나로 연결된 지구촌에서는 서로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물며, 땅덩어리가 이어져있는 남과 북은 더 말할 여지가 없지요. 북한의 열악하고 낙후한 의료현실로 인해 결핵이나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을 비롯하여 여러 감염성질환이 발생할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곳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 됩니다. 북한보건의료환경개선이 결코 북한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북한의료를 도와주는 문제를 넘어 건강한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함께 지혜를 모으고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절실합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일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 함께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들이 망쳐놓고 왜 우리한테?' 라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책임은 나중에 따지더라도 지금은 함께 미래를 대비할 방법들을 찾아내고 실현시키는 것에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 제목이 『당신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선택의 기로에 자주 놓이는데요,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됩니다. 마음에 드는 선택도 있고 어쩔 수 없는 선택도 있습니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선택하고 보니 영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고요. 우리 삶이 그런 거죠. 늘 마음에 드는 조건과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북한도 그렇고 남한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남한이 북한보다 훨씬 더 좋은 이유는 어떤 선택이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한번 선택으로 변경이나 수정이 원천적으로 막혀있는 북한보다는 훨씬 좋은 환경과 조건 즉 마음에 들지 않는 선택을 바꿀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좀 힘들면 쉬었다가 다시 할 수 있고, 이 길이 아니면 방향을 조금 바꾸어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것이 자유롭고 가능하죠. 이것이 민주사회인 거겠죠. 저는 좀 늦게 가거나 돌아갈 수는 있어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제든 선택한 목적지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은

함경북도 청진의학대학 고려의학부 졸업, 내과 소아과 의사로 근무 중 탈북. 북한에 다시 가서 대학졸업증을 가지고 오라는 공무원의 발언에 항의하여 대한민국 국회에 청원을 제기, 국무조정실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참석해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보호법’ 개정을 건의하고 국회의원들을 설득하여 북한에 다녀오지 않고 한국에서 국가고시시험을 치를 수 있게 규제를 바꾸는 역사를 만들었다.


대한민국에서 다시 한의과대학을 졸업하여 ‘남북한 통합 1호 한의사’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의학 석사 수료, 국민대학교 법학석사 취득 후 법학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사)대한여한의사회 홍보이사, 남북보건의료 교육재단 운영위원, 사회통합교육원 남북 동행포럼 공동원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KBS 아침마당, 강연 100도씨를 비롯하여 KBS, MBC, RFA 라디오와 극동방송 건강 프로를 진행했다.


▶ 브런치 (필명: 자유로운 콩새) : https://punch.co.kr/@hee9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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