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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뭐든 해 봐요』 김동현 저자 인터뷰

시각을 잃은 김동현 판사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

by예스24 채널예스

김동현 저자

『뭐든 해 봐요』는 로스쿨 재학 중 의료사고로 실명, 시각장애인이 되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법관이 된 김동현 판사의 첫 번째 에세이. 인생이 흔들리는 순간 사람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삶을 살아간다. 김 판사는 절망 대신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결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도전, 지금 나한테 최선인 일을 해나가는 의지, 그리고 주위의 보살핌과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삶에 한 발자국 다가갔다. 

책에 사고를 받아들이는 태도,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 공부법이 자세히 나옵니다. 잘해나가다가도 벽에 부딪히는 때가 많으셨을텐데요, 어떤 순간이 특히 힘드셨나요? 또 그럴 때 어떻게 마음을 추스리고 이겨낼 수 있었나요?


정신적으로는 사고 후 몇 달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절할 때가 제일 힘들었고요 한 달동안 매일 3천 배 절을 하면서 마음이 많이 치유되었어요. 사실 절을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는데 주변 분들의 지지와 응원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큰 고비를 하나 넘고 나니 일상에 돌아왔을 때도 예전 절할 때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졌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책 구하는 것 공부하는 것이 힘들 때가 있었는데요. 다행히 주변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힘을 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를 잘 못 하겠더라고요.


책 곳곳에 작가님의 현실적인 감각과 유쾌한 마인드가 엿보입니다. 평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태도랄까,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자기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겁니다. 주관적으로는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아프고 힘들거든요. 힘들다는 생각을 하면 끝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일단 내려놓고 해결 방법에 집중합니다. 다른 사람 일인 것처럼 일부러 한 발짝 물러나 관찰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끌어낼 수 있죠.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있고 아닌 게 있잖아요?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잘 되면 감사하고 잘 안 되어도 스스로 할 만큼 했으면 괜찮다 하고 넘어갑니다. 그 과정이 늘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니 그 사이에서 깨알같은 재미를 찾는 거죠. 답을 알아도 실천하는 게 쉽지는 않은데 여기가 바닥이라 생각하고 더 바닥이 나오면 거기가 바닥이 아니었나보다 합니다. 그럼 올라갈 일만 남은 거니까 한 발짝 더 내딛어볼 수 있죠.


장애가 있는 호주의 언론인 스텔라 영은 “Im not your inspiration(나는 당신에게 영감을 주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판사님도 프롤로그 말미에 그런 점을 밝히셨습니다. 이 말씀에 대한 생각이 좀 더 궁금합니다.  


사실 저도 그 말을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 예전에 장애인 인식 개선 강의에서 그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쳤거든요. 저는 그 말이 장애인을 보고 영감을 받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자기가 영감을 받기 위한 대상으로 장애인을 소비하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무엇인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보아 달라는 거죠. 장애는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속성 중의 하나일 뿐이니까요.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이 우리 모두 살기 좋은 세상”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장애가 있어도 사회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요?


접근성과 편의 제공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정당한 편의제공이라고 해 두고 접근성에 관련한 것을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에 보통은 크게 구별하지 않고 정당한 편의제공으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둘 다 목적은 신체적, 정신적 손상이 있더라도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다른 사람과 동일한 활동을 할 수 이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미리 접근성을 갖추어 두면 누구나 어려움 없이 쓸 수 있고, 접근성이 부족하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서 장애를 느끼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죠. 그런데 어떤 것이 필요한지는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판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오셨고 책에서 이 일에 대한 진지함과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어떤 판사가 되고 싶으신가요?


좋은 재판을 하는 판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기록을 꼼꼼히 읽고 법리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예단을 가지지 않고 당사자의 이야기를 잘 들으면서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그리고 결과에 있어서도 내가 내린 결론이 일방에게 너무 가혹하다면 과연 합당한 결론인지 숙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누군가의 인생에 중대한 갈림길이 될 수 있습니다. 사법부는 인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까지 소홀하지 않고 소중하게 지켜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가장 즐기시는 건 무엇인가요? 또는 새롭게 도전하고픈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몇 달 동안 책 쓰느라 뭘 제대로 즐기질 못했습니다. 이제 날이 풀리니 다시 달리기도 하고 있고, 어깨 재활도 끝나 가니 조만간 쇼다운도 다시 시작할 생각입니다. 코로나에 부상에 집필까지 이래저래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동네북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열심히 훈련해서 버킷리스트인 장애인 체전 금메달을 올해는 꼭 따고 싶고, 내년에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에도 출전하고 싶습니다. 쇼다운 대회 나갈 생각 하니까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책을 보면 무조건 해 보라는 건 아니신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엇인가 시작하기에 주저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하고 싶은 것을 찾기도 힘든데 그걸 찾았다면 어떻게든 해 보는게 후회가 남지 않는 선택이 아닐까요? 저는 할까말까 하다 안 한 것들이 나중에 후회로 남더라고요. 소소한 것은 가볍게 시작해볼 수도 있고, 중대한 것은 어느 정도 전략이 필요하지만, 스스로 고민도 해 보고 주변에 조언도 받으면서 찾아 나가면 됩니다. 도전하고 노력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도조차 해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설령 능력이 부족하거나 여건이 되지 않아 그만두더라도 도전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도 있고요. 주변에서도 도전하는 사람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동현


과학고, 카이스트 졸업. 진로를 변경해 IT 전문 변호사를 꿈꾸며 연세대학교 로스쿨에 합격했지만 2012년 5월 간단한 시술 도중 발생한 의료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다시 공부를 시작해 그 학기 성적 최우등상을 받았으며, 성적 우등생으로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 서울특별시 장애인인권센터 변호사를 거쳐 2020년 10월 신임법관으로 임명돼 지난해 3월부터 수원지방법원 판사로 재직 중이다. 저자는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 도전을 하고 노력해 보고 안 되면 그때 포기해도 늦지 않다”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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