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 이동수, 요즘 힙한 직장인의 삶

[라이프]by 예스24 채널예스

이동수(무빙워터) 저자

1년 전 MBC에서 직장인 브이로그 형식으로 요즘 시대 사람들의 다양한 밥벌이와 함께 그들의 직장 생활을 엿보는 취지의 프로그램 <아무튼 출근>이 방영됐었다. 그곳에서 단연 두각을 보였던 카드 회사 직원 이동수 대리. 보수적인 금융 회사에서 긴 머리를 찰랑거리면서 뛰어다니는 모습이 의아함과 유머를 자아내면서 화제가 됐다. 뿐만 아니라 일보다 가정이 더 소중하다고 회사에서 외치는 그의 당당함에 더욱 공감이 됐다.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이동수 대리는 생각을 비틀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당신의 직장 생활은 안녕한가? 이왕 벌어야 할 밥벌이 현장이라면 마인드 세팅을 다시 해보는 건 어떨까? 그 길을 유쾌하게 걸어가고 있는 이동수 대리의 회사 생활 모토가 『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에 잘 녹아 있다.

저자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평범한 직장인 이동수입니다. 지난해 MBC <아무튼 출근>이라는 프로그램에 나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고작 대리가 사장님에게 직보하고 본부장님 방에서 과자 까먹은 게 재미있어 보였나 봅니다. 그 영상을 찍고 저는 '제주도 노지 캠핑 한 달 살기'를 떠났고 방송도 못 봤어요. 그런데 갑자기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고, 커뮤니티에 ‘회사 막 다니는 아저씨’라는 짤이 돌았습니다. 


'도대체 일을 얼마나 잘하면 저러고 다니냐?', '분명히 초에이스다'라면서 제가 뭔가 엄청나게 일을 잘한다는 거품이 끼어 버렸어요. 전혀 아니거든요. 저는 인본주의자라서 친구를 대하듯 선배, 후배, 임원을 똑같이 대했을 뿐이고,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었거든요. 아무튼 그 거품 덕분에 지금은 기업이나 학교에 강연도 하고 이렇게 책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라는 책을 발간하셨는데요. 무슨 의미이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신입 사원 시절 사무실 모니터에 붙여둔 말입니다. 대단한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언젠간 죽는다”라는 당연한 명제를 회사 버전으로 써 둔 것뿐이에요. ‘회사에 내 삶을 잡아먹히지 말자’, ‘내 삶이 더 소중하다’ 이런 스스로의 다짐이었는데, 회사에서 가장 많이 보는 곳이 모니터잖아요? 그래서 모니터에 붙였습니다. 매일 보려고요.


우리는 늘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족, 학교, 학원, 군대, 회사 등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죠. 그리고 대부분의 조직은 목적이 있더라고요. 조직의 목적에만 너무 충실한 나머지, 가족 간의 도리를 최우선으로 하거나,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친구들, 회사에서 일만 주구장창 하면서 스트레스받으며 살기보다는 조직의 목표와 구성원으로서의 할 일을 하되, 그 속에 빠져서 내 삶을 잃어버리지는 말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조금 멋지게 이야기하면, 내 앞에 있는 '조직'이라는 '나무'보다는 '내 인생'이라는 '큰 숲'을 보자는 의미였습니다. 


금융권이라는 보수적인 집단에서 일하고 계신데, 머리가 긴 것 같은데요.


남자치고는 조금 긴 편이죠? 사실 제가 제일 길죠. 어릴 적 남중·남고를 다니면서 3cm 상고머리를 하고 다니던 시대 사람이잖아요? 진짜 조금이라도 머리를 길러보려고 숨어다니다가 학생 주임 선생님에게 걸리면 구레나룻 잡혀서 위로 잡아당겨 다 뜯기고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 긴 머리는 저에게는 자유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20살 때부터 줄곧 긴 머리를 하다가 회사에 오면서 자르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육아 휴직하고 네덜란드에 2년 정도 있었는데, 그 2년 동안 한 번도 머리를 자르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니 회사에 딱히 두발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길러보지 뭐!’ 하고 길러버렸습니다. 


머리를 기르다 보니 꼴 보기 싫어하는 분들이 간혹 계셨어요. 한 번은 엘리베이터에서 “머리가 그게 뭐냐? 좀 잘라라”고 말씀하시는 차장님에게, “제 머리요? 제 머리는 우리 회사 평균인데요? 보세요. 엘리베이터 안에도 저보다 긴 사람이 절반이에요”라고 이야기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적이 있어요. 속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꼭 여자만 머리를 기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남성 육아휴직, 제주도 한 달 살기 등 모든 직장인의 로망을 실현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가끔 저도 제 삶이 부러울 때가 있어요. 한 번 사는 인생 재미있고 열심히, 그리고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은 아내와 동시에 육아 휴직을 해서 네 가족이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고 있지만, 매달 나가는 이자와 월세에 대한 압박이 있어요.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들을 용기 내서 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가급적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요(하고 싶은 것), 우리나라에는 육아 휴직이라는 정말 훌륭한 제도가 있으니 사용했습니다(할 수 있는 것). 이런 결정에 따라 제가 잃는 것들, 예를 들어 돈, 평판, 늦은 승진 같은 것들이 있지만, 이보다 제가 얻을 것들, 예를 들어 가족과의 시간과 추억, 애착 관계 등이 저에게는 훨씬 더 소중했던 것 같습니다. 좀 더 소중한 것을 택하는 결정을 했을 뿐입니다.


동수님이라면 동수님 같은 분을 채용하실 건가요?


만약 제가 회사를 차리고 딱 한 명을 채용해야 한다면 탈락입니다. 왜냐하면, 2인 조직에서는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사람들이 상호 보완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조직을 꾸려서 10명 이상의 조직이 된다면 채용을 고려해 볼 것 같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구성원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면서 커뮤니케이션하고,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돈을 얼마나 줄지는 고민해 봐야겠네요.

스트레스 받는 직장인들에게 드릴 조언이 있으시다면요?


'법인은 개인보다 크지만, 개인은 법인보다 위대하고 소중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입사한 것은 최선의 선택지였기 때문이잖아요. 들어와 보니 회사가 나의 최선의 선택지가 아니라면 그만두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 계속 다니고 있다면, 회사는 여전히 우리의 가장 좋은 선택지이기 때문에 단지 우리가 선택했을 뿐인 거죠. 가끔은 내가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다닌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우리 회사가 당장 망해도 내 인생이 망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무엇보다 내 삶이 회사보다 훨씬 소중하잖아요. 그리고 고작 회사 업무 따위에 너무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으시다면요?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어떤 강연에서 "회사에서 어떤 사람으로 보여주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저의 대답은 "좋은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던 것도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회사 일을 할 때, ‘와, 저 사람 진짜 능력 좋다. 그런데 다시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특출난 것은 없어 보이는데, 같이 일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그래도 그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좋은 사람과 일하고 싶거든요. 그리고 좋은 사람과 함께 일하게 되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혹은 잘 보이고 싶어서 저 스스로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회사뿐만 아니라 제 삶에서도 좋은 아빠가 되고, 좋은 친구가 되고, 좋은 동료가 되어 좋은 사람들과 살고 싶습니다. 

*이동수(무빙워터)


작가, 강사, 회사원. 4월 1일, 거짓말처럼 태어났다. 인생만큼은 진짜 내 인생을 살고 있다. 인본주의자로 활동해본 적은 없지만, 인본주의자다. 인종 차별, 남녀 차별, 지역 차별, 종교 차별, 성 정체성 차별 등 모든 차별을 싫어한다. 입사 3년 전부터 퇴사를 꿈꿨다. 결혼해서 아내와 딸과 아들이 있다. 어릴 적 내가 생각했던 나의 미래보다, 지금의 나는 훨씬 더 잘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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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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