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트인 바다 오롯이 즐기는 '섬캉스'
여긴 가봐야지:전남
뭍과는 사뭇 다른 섬 해수욕장의 매력…소박한 인심은 '덤'
전남 바다에는 보석처럼 박혀 있는 수많은 섬이 있다. 섬에는 뭍의 해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바다의 매력이 온몸을 휘감는다.
그중 하나가 섬이 오롯이 품고 있는 해변과 해수욕장들.
해변 못지않은 긴 백사장을 지닌 곳도 있지만 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작고 아담한 피서지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섬사람들의 소박한 인정과 육지와 섬을 잇고 섬에서 섬으로 이어지는 연륙교와 연도교를 달리는 드라이빙은 덤이다.
신안 우이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
신안 자은도와 우이도
다도해 풍광을 바라보며 올해의 남도 핫플레이스 신안 천사대교를 건너면 자은도에 닿는다.
국내 섬 가운데 12번째로 큰 자은도는 자애롭고 은혜롭다는 뜻만큼 포근하고 평화로운 기운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지난해 여름까지는 배를 타고 가야 했지만 천사대교 개통으로 목포역에서 차를 타면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 됐다.
노을이 아름다운 분계해수욕장과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지는 둔장해변 등 크고 작은 9개의 해변이 자리하고 있다.
1주일을 이 섬에만 머물더라도 날마다 다른 모습의 해변을 즐길 수 있고, 둔장해변에서는 작은 돌담을 쌓아 생선을 잡는 독살체험·백합 캐기와 같은 다양한 체험 활동도 할 수 있다.
싱싱한 자연산 회를 어느 식당에서나 먹을 수 있고, 자은도에서만 나는 작물로 요리한 잡곡정식도 인기가 많다.
자은도에는 펜션·모텔·민박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휴가철에는 평일에도 예약이 힘들 수 있다.
좀 더 섬다운 섬 분위기에 취하고 싶다면 배를 타고 우이도까지 들어간다.
거대한 모래언덕으로 유명한 우이도는 때 묻지 않은 한결같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섬에 들어가면 무조건 1박 2일을 각오해야 한다. 섬에 배가 들어오는 건 하루에 딱 한 번뿐이기 때문.
하지만 그 덕분에 섬에서 섬을 바라보며 일몰과 일출을 맞이할 수 있는 쉽지 않은 경험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우이도까지는 목포에서 배를 타면 3시간 20분이 걸린다. 식사는 대부분 민박집에서 삼시 세끼를 해결하는데 직접 요리해 먹을 수도 있다.
고흥 쑥섬 원시림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고흥 '쑥섬' 애도
전남 고흥의 슬픈 섬 소록도를 지나면 고흥반도의 끝자락 외나로도항 바로 건너편에 자리 잡은 '쑥섬' 애(艾)도가 있다.
이 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시간 이동이라도 한 것 같은 이국적인 풍경의 난대 원시림이다.
태양을 보고 싶은 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경쟁적으로 솟아오르면서 숲의 하늘을 모두 가렸다.
대부분 서어나무, 후박나무, 육박나무 등 숲이 가장 안정화된 곳에서 자란다는 보기 힘든 나무들이다.
숲 한가운데에는 독특한 형태의 당산할머니 나무가 누운 채 버티고 있고, 숲 중턱에는 오래됐지만 비교적 잘 보존된 당집도 있다.
풍어와 안전, 육지로 나간 자식들의 건강을 바라는 옛 섬사람들의 마음이 깃든 곳이다.
숲길을 따라 즐비한 나무들에 경탄하며 가다 보면 갑자기 하늘이 뻥 뚫리면서 산의 정상에 다다른다.
눈앞에는 다도해 바다가 펼쳐지고 여기서부터 능선을 따라 꾸민 듯 꾸미지 않은 평탄한 산책길이 이어지며 100여 가지 종류의 꽃들이 피고 지는 정원도 만날 수 있다.
산 정상을 돌아 내려오면 200∼300년 된 동백나무들이 늘어선 길과 마주하고 그즈음에 나지막이 쌓아 놓은 마을 돌담길도 거닐 수 있다.
쑥섬에는 민박 등이 있긴 하지만 많은 인원을 수용할 만하지는 않아 나로도항 인근의 깨끗한 숙박업소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식사도 민박하며 섬에서 해결할 수 있으나 건너편 나로도항에서 먹는 것이 편하고 맛도 있다.
회는 도톰하고 감칠맛 나며 매운탕도 남도 특유의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바로 옆 섬 사양도를 들러도 좋고 인근 나로우주센터에서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관매도 하늘다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
진도 관매도
제주도로 귀양 가던 선비가 섬을 붉게 물들인 매화를 보고 이름 지었다는 관매도(觀梅島).
매화뿐만 아니라 3월부터 4월까지는 유채꽃 향기가, 5월과 6월에는 냉이꽃 내음이, 9월과 10월에는 메밀꽃 향이 섬을 가득 채운다.
관매도는 이야깃거리와 볼거리가 넘치는 섬이다.
해풍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한다는 우실과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흔들의자, 공룡알을 연상하는 지름 5m짜리 둥근 바윗덩이, 관매 8경 하나하나에 서려 있는 전설을 살피는 재미도 쏠쏠하다.
탐방로를 따라 1.2㎞를 걸어가면 관매도 남쪽 바위 봉우리 두 곳을 연결한 '하늘다리'에 오를 수 있다.
썰물 때 폭이 200m에 이르는 관매해변은 2.7㎞ 길이로 펼쳐져 있다. 바다를 향해 150m 정도 걸어 들어가도 어른 머리가 잠기지 않을 만큼 경사가 완만하다.
품질이 우수한 관매도 톳은 일본으로 대량 수출하기 때문에 현지가 아니면 맛보기 어렵다.
민박과 식당을 겸하는 집마다 계절과 현지 사정에 맞춰 음식을 주문받는다. 톳 반찬이 올라오는 백반상과 톳 칼국수가 일품이다.
관매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
관매도와 육지를 이어주는 정기여객선은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출발한다.
편도 기준으로 1시간~1시간 40분이 걸리는 배들이 하루 2차례 오간다.
문 닫은 초·중학교 관사를 여행객 숙소로 리모델링한 숙박시설과 민박집들을 이용하면 관매도에서 밤을 지낼 수 있다.
톳 양식으로 일손이 달리는 6월과 자연산 톳을 채취하는 8월에는 주민 대부분이 생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이 기간 숙소를 구한다면 전화 예약해야 한다.
(무안=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b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