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琥珀) 속 곤충서 9천900만년 전 꽃가루 매개 확인

다윈이 "끔직한 미스터리" 지칭한 속씨식물 폭증 가설 뒷받침

연합뉴스

호박 속에서 발견된 A.부르미티나 상상도 [양딩하우 제공]

백악기 중기인 약 9천900만년 전 송진이 굳어 만들어진 호박(琥珀) 속에서 꽃벼룩과(科) 딱정벌레와 꽃가루가 발견돼 곤충의 화분 매개에 대한 가장 오래된 화석 증거로 학계에 보고됐다.


이는 곤충의 화분 매개 증거를 5천만년 이상 끌어올리며 가설로만 남아있던 백악기 중기 곤충에 의한 속씨식물의 폭발적 증가설을 구체적 증거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중국과학원과 인디애나대학에 따르면 난징 지질·고생물학연구소(NIGPAS)의 왕보(王博)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미얀마 북부 광산에서 발굴된 호박 안의 딱정벌레와 화분 등을 연구한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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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대상이 된 9천900만년 전 호박 [난징 지질·고생물학연구소(NIGPAS) 제공]

연구팀은 호박 속에 갇힌 곤충을 X선 마이크로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확인해 꽃벼룩과 딱정벌레의 새로운 종(種)으로 분류하고 '앙기모르델라 부르미티나(Angiomordella burmitina)'라는 학명을 부여했다.


현존하는 꽃벼룩과 딱정벌레는 꽃을 찾는 전형적인 곤충으로 분류돼 있다.


A.부르미티나도 뒷다리가 크고, 잘 발달해 있어 꽃과 식물 사이를 날아다니거나 점프를 하면서 입 근처에 다리와 비슷한 구조로 된 위턱 수염을 이용해 꽃가루를 수집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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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속의 A.부르미티나를 확대한 장면 [난징 지질·고생물학연구소(NIGPAS) 제공]

연구팀은 호박 안에서 A.부르미티나의 몸에 붙어있거나 주변에 있던 62개의 꽃가루 알갱이를 찾아냈으며, 크기와 형태, 구조 등을 분석해 곤충과의 접촉을 통해 확산하는 전략을 가진 꽃가루라는 점을 밝혀냈다.


이 꽃가루들은 속씨식물 중 가장 흔한 진정쌍자엽식물(eudicots)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꽃가루 알갱이가 형광물질 아래서는 빛이 나 어두운색을 가진 곤충 각질과 강렬하게 대비되는 점을 활용해 초점공유 레이저 현미경을 활용해 꽃가루를 분석했다.


종자식물은 밑씨가 씨방 안에 들어있는 속씨식물과 밖으로 드러나 있는 겉씨식물로 나뉘는데, 현화식물(flowering plant)로도 불리는 속씨식물은 약 1억4천만년 전인 중생대 때 출현해 백악기 중기 때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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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르미티나와 꽃가루를 확대한 장면 사진 A는 A.부르미티나, B~F는 사진 A의 부분확대, G~H는 사진 F 하단부 부분확대. [난징 지질·고생물학연구소(NIGPAS) 제공]

속씨식물은 약 30만종으로 늘어나며 식물의 90%를 차지하지만 폭발적 증가의 원인에 대해서는 찰스 다윈 조차도 "끔찍한 미스터리"라고 지칭할 정도였다. 이후 곤충이 화분 매개 역할을 한 것이 주요 원인일 것으로 추정됐지만 화석 증거는 약 4천500만~4천800만년 전인 신생대 에오세 중기 것이 전부여서 가설로만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곤충 및 화분학적 증거를 토대로 A. 부르미티나 호박 화석이 적어도 9천900만년 전에 꽃가루 매개 곤충을 통한 수정이 진행됐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꽃가루 분석을 맡은 논문 공동저자인 인디애나대학의 데이비드 딜처 교수는 "곤충과 꽃가루가 하나의 화석에 보존된 것을 찾는 것은 극히 드물다"면서 "곤충의 종자식물 화분 매개에 대한 가장 오래된 증거를 확보한 것 이외에도 식물과 동물이 이 시기에 협력적 진화를 했다는 점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화석"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eomns@yna.co.kr

2019.11.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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