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교단 '폭풍 성장'의 비밀 3가지

[이슈]by 연합뉴스

비유 풀이·조건부 종말론·다단계 조직으로 교세 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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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집회 장면. [신천지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평화의 궁전)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세인의 궁금증을 자아낸 장면이 여럿 있다.


개중 하나가 '사자 조심'이라고 적힌 대문 팻말이다. 문 안에는 실제 사자(獅子) 대신 사자 조각상이 서 있었다. 신천지 총회본부 간판에도 사자 그림을 그려 넣은 점이 눈에 띈다.


교회 관계자들은 이만희 총회장이 하나님 말씀을 대신 전하는 '대언(代言)의 사자(使者)'임을 비유한 것이라고 추측한다.


신천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과천 청계산에서 요한계시록(천주교는 요한묵시록이라고 부름)의 예언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이 총회장은 1966년 유재열이 경기도 과천 청계산 자락에 설립한 장막성전에 몸담았으며, 신천지 총회본부도 과천시 별양동에 있다.


신천지는 과천(果川)의 한자가 열매를 뜻하고 청계산(淸溪山) '계' 자의 한자 훈이 '시내'라는 점을 들어 각각 성경에 등장하는 에덴동산과 시내산(시나이산)이라고 신도들에게 가르친다. 단어의 어원이나 뜻을 따져 보면 별 연관이 없는데도 그럴듯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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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2월 25일 과천시 별양동 신천지 총회본부에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입구 간판 오른쪽 아래 사자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예언 속 비유는 천국 문을 여는 암호"

신천지가 창립 30여 년 만에 급성장한 비결 가운데 하나가 비유와 상징으로 쓰인 성경을 새롭게 해석한 대목이 꼽힌다. 이는 기독교 계열 신흥종교에서 으레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예컨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과 기독교복음선교회(JMS)는 이브가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고 아담과 함께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창세기 이야기를 성관계를 은유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다른 종교에서도 오래된 경전이나 정감록(鄭鑑錄) 등 비결서(秘訣書)에 적힌 인명·지명과 문구의 의미를 끼워 맞춰 절대자의 예언이나 신의 섭리로 설명하는 일이 많다.


신천지는 신도 입문 단계에서 비유 풀이(말씀의 짝풀이)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며 성경 구절이 뜻하는 바가 뭔지 의문을 품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신교나 천주교 기성 교단에서는 성경의 자의적 해석을 금하지만 신천지는 "예언 속에 나온 비유는 천국 문을 여는 암호와도 같아 신앙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이는 사람의 자의적인 생각으로 풀 수 없으며, 오직 하나님의 성령이 함께하는 사람만이 이를 밝혀 풀이할 수 있다"면서 이 총회장의 능력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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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거가 이뤄진다고 예언한 1992년 10월 28일 자정을 앞두고 전북 전주 광명교회 신도들이 예배를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후천개벽과 미륵 현신도 종말론의 일종

신천지 급성장의 두 번째 비결로 조건부 종말론을 앞세운 점이 꼽힌다. 선택받은 자만이, 그것도 이 총회장에게서 인정받은 사람만이 심판의 날에 구원받아 영생을 누린다고 강조한다.


종말론은 대부분 종교가 다루는 핵심 교리로 메시아의 등장(교주 재림), 심판과 구원, 환난과 종말(새 시대의 도래)이 골자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유일신 종교에서 비교적 그 전통이 강하게 나타난다. 학자들은 고대 페르시아 조로아스터교에서 시작돼 차례로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


동학(천도교), 원불교, 증산 계열 신흥 민족종교들은 후천개벽(後天開闢)을 내세워 교세를 넓혔다. 우주의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급격한 변화가 뒤따른 뒤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사상이다. 이는 불교의 미륵사상을 발전시켜 천지개벽을 앞세운 도교 신학과 밀접하다.


윤회 사상이 뿌리 깊은 불교는 비교적 종말론적 경향이 약하긴 하지만, 말법(末法) 시대에 미륵불이 출현해 용화세계(龍華世界)를 구현한다는 예언이 미륵상생경(彌勒上生經) 등에 실려 있다. 이 미륵사상이 강렬한 종말론을 형성한다.


이를 근거로 후삼국 시대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 일제강점기의 전용해(백백교)와 서백일(용화교) 등 권력자나 신흥종교 교주가 미륵의 화신임을 자처한 사례가 있었다.


기독교에서 종말론은 핵심 교리다. 신약성경 4복음서에 따르면 예수는 여러 차례 심판의 날과 하나님(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예언했다. 예수 제자인 바울과 베드로도 각각 데살로니가 전후서와 베드로 전후서 등 서간문에서 그리스도가 다시 온다는 약속을 강조했고, 사도 요한은 요한계시록을 통해 심판과 종말 과정을 예언하며 로마제국의 박해를 받는 소아시아 교회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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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계시록 구절을 근거로 만든 신천지 보좌 마크. [신천지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요한계시록이 예언한 '144,000명'의 실체는?

기독교적 종말론의 요체는 "늘 깨어 있는 자세로 심판의 날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한 때에 종말이 온다거나 특정인을 통해 구원받는다고 주장하는 순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커진다. 종말이 눈앞에 있다고 하니 직장과 학교를 그만두고 가출하거나 집을 팔아 재산을 헌납하는 등의 사례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시한부 종말론은 통상 세기말에 두드러지는데, 특히 새 천 년(2000년)을 앞둔 1990년대에 극성을 부렸다. 노스트라다무스 예언, 마야 달력 등도 방증 근거로 동원되는가 하면 행성 직렬 현상이나 Y2K(밀레니엄 버그) 등도 불안감을 부추겼다.


국내에서는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천년 왕국', '7년 환란', '열 뿔 짐승', '666', '짐승의 표' 등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1992년 10월 28일 휴거(携擧·공중 들림)가 일어난다고 주장한 다미선교회와 다베라선교회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국내외 많은 종교집단이 종말의 날짜를 예언해 각종 사회 문제를 일으켰고 심지어 집단자살이라는 비극까지 초래했다.


신천지도 성경 66권 가운데 요한계시록을 가장 중시한다. 교단 명칭, 마크, 조직 등도 모두 요한계시록에서 따왔다. 신천지는 이만희 총회장이 1980년 초 요한계시록 10장에 기록된 열린 책을 받는 체험을 한 뒤 1984년 신천지 교단을 설립했다고 설명한다.


기독교 이단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총회장도 한때 종말의 날짜를 예언했다가 빗나가자 가까운 미래에 심판의 날이 도래해 이 총회장이 보증한 14만4천 명만이 구원받는다고 수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천지는 날짜를 못 박았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요한계시록 7장 4절에는 "내가 인(印) 맞은 자의 수를 들으니 이스라엘 자손의 각 지파 중에서 14만 4천이니…"라는 대목이 나온다. 기성 교단에서는 12지파에 12사도와 1천을 곱한 14만4천이 많다는 뜻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데 반해 신천지는 구체적인 수효로 풀이한다.


이에 따라 전국의 지역별 조직도 12개로 나누고 다대오(대구·경북), 베드로(광주·전남), 도마(전북), 빌립(강원) 등 예수 제자 이름을 따서 지었다.


기성 기독교계에서는 신천지 신도들이 14만4천 명 안에 들기 위해서 열성적으로 성경 공부와 전도 등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가출, 학업 포기, 직장 퇴사, 이혼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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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 부산 사하구 하단동의 야고보지파 부산교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역별 피라미드 조직으로 경쟁적 선교

신천지 급성장의 세 번째 비결로는 다단계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는 네트워크와 조직관리 방식을 꼽을 수 있다.


다른 종교 교단도 대부분 지역별 조직과 계서제 교직을 둔다. 그러나 천주교의 경우 이사하면 소속 본당이 바뀌고 개신교나 불교는 주소지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다니는 교회와 절을 선택할 수 있다. 권사나 장로, 포교사 등의 신도 직분도 상하 서열이 엄격하지는 않다.


그러나 신천지는 누구를 통해서 입교했느냐에 따라 소속 지파가 영원히 붙어 다닌다. 자기 아래 피라미드 단계에 많은 신도를 확보해야 점수가 높아지고 계급이 올라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선교에 나서고 지역별로 경쟁 체제가 가동돼 높은 효율을 보인다는 것이 교회 관계자들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팀을 짜서 연기하며 예비 신도를 현혹하는 '모략 선교'라든가 기성 교회나 성당에 침투해 신도를 빼 오는 '추수꾼' 방식도 동원해 물의를 빚는다는 신천지 이탈자들의 폭로도 속출한다.


'도를 아십니까'라는 길거리 포교로 잘 알려진 증산 계통 대순진리회는 출신 지역 등을 따서 부르는 택호(宅號)처럼 여주 방면, 천안 방면, 성주 방면, 포천 방면 등으로 조직을 나눠 신도를 관리해 1990년대 놀라운 성장 신화를 이뤘으나 그것이 교단 분열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heeyong@yna.co.kr

2020.03.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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