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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DJ사저, 세 아들에 균등분배' 이희호 유언장 무효?

by연합뉴스

"사저 보상금 균등하게 나눠라" 유언…효력·취지 두고 두 아들 분쟁

유언장, 요건미비로 법적효과 없어…민법상 친아들 김홍걸이 단독상속인

김홍업, "어머니 의사 명확"…사망시 효력생기는 '死因증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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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 추도식에서 만난 김홍업과 김홍걸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인철 기자 =6월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고(故) 이희호 여사 1주기 추도식에서 차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왼쪽)과 삼남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2020.6.10 yatoya@yna.co.kr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이희호 여사의 유산인 서울 동교동 사저를 두고 이복형제인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이 법적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6월 별세한 이 여사는 동교동 사저와 관련해 "부동산은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한다. 만약 지자체 및 후원자가 매입해 기념관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그 보상금 중 1/3은 김대중기념사업회 기부하며, 나머지 2/3는 김홍일, 김홍업, 김홍걸에게 균등하게 나누도록 한다"고 유언했다.


사저에 대해 이미 사망한 김홍일 전 의원과 김홍업 이사장, 김홍걸 의원에게 각각 2/9의 권리를 인정해 준 것이다. 이 유언대로 되면 김홍일 전 의원의 권리는 그 유족이 자동으로 물려 받는다.


이를 두고 김홍걸 의원 측은 이 여사의 유언장은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어 친아들인 자신이 사저를 혼자 상속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 여사의 유지를 받들어 사저를 지자체나 후원자가 매입해 기념관으로 사용할 경우 그 매매대금을 다른 형제들과 균등하게 나누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홍업 이사장 측은 이 여사의 유언 취지에 따라 동교동 사저의 지분 2/9에 대한 권리를 자신이 갖고 있다며, 김홍걸 의원을 상대로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법원의 인용결정을 얻어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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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업 이사장이 공개한 이희호 여사 유언장 (서울=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둘째 아들인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25일 언론에 공개한 이희호 여사의 유언장과 확인서. 2020.6.25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이희호 유언장, 법적 효과 없어…민법상 친아들 김홍걸이 단독상속인

두 아들의 상반된 주장은 상속에 관한 복잡한 법리와 얽히면서 사안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혼동을 주고 있다. 특히 '이 여사의 유언장이 법적으로 효과가 없고, 이에 따라 사저는 김홍걸 의원이 전부 상속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법상 부모의 재산은 직계존속 즉, 친자식과 배우자만 1순위로 상속받을 수 있다. 이 여사의 유일한 친아들인 김홍걸 의원이 별다른 사정이 없다면 이 여사의 개인 재산인 동교동 사저를 전부 상속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여사가 남긴 유언장이다. 민법에 따라 유언의 내용은 법적 상속보다 우선적 효과를 갖기 때문에 김홍걸 의원이 유일한 법적 상속권자라도 법적 효력을 지닌 유언이 별도로 있다면 이를 따라야 한다.


그런데 유언이 법적인 효력을 갖기 위해선 민법이 정해놓은 까다로운 형식을 모두 갖춰야 한다. 당사자가 사망해 유언의 진위를 가려내기 힘들기 때문에 사전에 엄격한 형식요건을 갖춘 유언에 대해서만 효력을 인정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유언장이 무효라서 동교동 사저를 혼자서 전부 상속받아야 한다'는 김홍걸 의원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선 이 여사의 유언이 민법상 형식요건을 모두 갖춰 법적 효력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 여사의 유언은 당사자가 유언내용을 말하면 이를 증인이 받아 적는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 해당한다. 구수증서 유언은 당사자가 질병 등 급박한 상황에 닥쳐 자필이나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를 활용한 유언을 할 수 없을 때 2명 이상의 증인을 대동한 상태에서 한 명의 증인이 유언내용을 낭독하며 받아 적은 뒤 각 증인이 내용을 확인했다는 서명날인을 해야 적법하게 성립한다. 이후 급박한 상황이 종료된 때로부터 7일 이내에 법원의 검인을 받아야 최종적으로 효력을 갖게 된다.


김홍업 이사장과 김홍걸 의원 측에 따르면 이 여사의 유언은 2명의 증인이 참여해 적법하게 작성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법원 결정문 등에 따르면 이 여사 측이 이후 법원의 검인을 받지 않아 유언장은 법적으로 무효가 됐다. '유언장이 작성된 뒤 후속절차를 밟지 않아 법적 효력이 없다'는 김홍걸 의원의 주장이 맞는 것이다.


김홍걸 의원은 이에 따라 일단 자신이 사저 전부를 상속받은 뒤 나중에 이를 팔게 되면 그 매매대금을 다른 형제들과 나눠 갖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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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 영정(CG) [연합뉴스TV 제공]

김홍업 주장한 '사인(死因)증여' 가능성에 법원 일단 처분금지 결정

법원의 검인을 받지 않은 사실이 명확한 상황이기 때문에 김홍업 이사장 측도 이 여사의 유언장이 법적 효력이 없다는 점에 대해선 동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홍업 이사장은 김홍걸 의원이 이 여사의 유언 취지에 따라 단독 상속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홍걸 의원이 이 여사의 유언 취지를 따르겠다며 확인서까지 작성한 만큼, 이 여사의 유언이 유언으로서의 법적 효력은 없더라도 그 유언 자체가 '사인증여'(死因贈與)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는 것이 김홍업 이사장 측 주장이다.


사인증여는 증여자가 사망한 후에 재산을 증여한다는 내용의 민법상 계약을 말한다.


이 여사의 유언이 비록 형식 요건을 완비하지 못해 법적 효력은 없지만, '사저를 형제들에게 균등하게 나눠 주겠다'는 취지가 명확했던 만큼 이 여사 별세와 함께 사인증여 계약이 성립했다는 것이 김홍업 이사장 측 주장이다.


반면 김홍걸 의원 측은 사인증여가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설사 증여의 의사가 존재하더라도 사저의 지분을 나누라는 취지가 아니라 사저를 팔게 되면 그 매매대금을 나눠 가지라는 취지이기 때문에 사저 매각 전에는 자신이 단독으로 상속받는 것이 맞는다고 주장한다.


법원은 일단 양측의 주장 모두 근거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여사의 유언은 사저 매매대금을 형제들이 균등하게 나눠 가지라는 취지'라고 인정하면서도, '이 여사가 사저의 소유권이전등기 지분을 나누라는 취지로 유언을 한 것'이라는 김홍업 이사장 측 주장도 근거가 있다고 봐 김홍걸 의원이 사저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도록 했다.


결국 두 사람의 법적분쟁은 사저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지는 본 재판에서 최종 가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두 사람 모두 동교동 사저를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한다는 점에 대해선 동의하고 있어, 본격적 재판에 앞서 민사조정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는 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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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