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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酒먹방] 여럿이 함께 먹는 태백 물닭갈비

by연합뉴스

야채·사리 듬뿍 넣어 영양 풍부하고 푸짐

연합뉴스

조리가 끝난 태백 물닭갈비 [사진/조보희 기자]

태백의 명물 물닭갈비는 여럿이 둘러앉아 푸짐하게 먹는 서민 음식이다.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정을 쌓는 것은 한국 음식문화의 특징이다. 그런 면에서 태백 물닭갈비는 전형적인 한국 음식이다.


태백의 향토 음식으로는 태백 한우, 순두부, 물닭갈비를 들 수 있다. 태백시 중심가에는 이들 세 음식 식당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태백 한우는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고소하다. 강원도 곳곳이 두부 요리로 이름이 높지만 태백도 순두부 맛이 깔끔하고 신선하기가 어디에 뒤지지 않는다. 작은 식당이라도 순두부를 직접 만들어 내놓는 곳이 많은데 얼마나 정갈한지 밥 한 그릇이 달기 그지없다. 지역에서 나는 국산 콩으로만 낼 수 있는 맛 같았다.


한우와 순두부는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반면 물닭갈비는 태백에서 대중화돼 있지만 다른 지역에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래서 태백의 대표 향토 음식이라면 물닭갈비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춘천닭갈비가 철판에 볶는 닭요리인 데 비해 태백물닭갈비는 육수를 넣어 전골처럼 끓이는 닭요리다.


'물'자를 빼고 태백닭갈비라고 하더라도 전골식 닭갈비를 일컫는다. 가끔 외지 손님들이 태백에서 닭갈비를 주문했다가 전골식 닭갈비가 나오면 깜짝 놀란다고 한다. 이들은 으레 춘천식 볶음 닭갈비를 염두에 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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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닭갈비에 들어가는 야채는 파, 배추, 쑥갓, 깻잎, 부추 등 5가지다. 겨울에는 냉이가 추가된다. [사진/조보희 기자]

태백물닭갈비는 솥뚜껑을 냄비 삼아 뒤집어 놓고 그 안에 닭고기, 야채, 사리를 얹은 뒤 육수를 부어 끓여 먹는 음식이다. 고기가 귀할 때 적은 양의 고기로 여러 사람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게 야채와 사리를 듬뿍 넣었던 데서 유래했다.


태백에서는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했던 광부들이 영양 섭취를 위해 자주 먹었다. 물닭갈비는 여름철에도 인기가 있다. 하지만 다른 곳보다 평균 기온이 낮은 태백에서는 특히 겨울철에 많이 먹던 보양 음식이었다.


맛을 비교하자면 춘천닭갈비가 좀 달착지근하다면 태백물닭갈비는 국물 덕분에 맛이 얼큰하고 개운하다.


태백 주민이 추천한 '태백로닭갈비' 식당을 찾아가 보았다. 태백시에서 맛집으로 소문나 있으면서 1인분 가격이 7천 원 정도 하는 '착한' 집이다.


태백로닭갈비는 황지천을 따라 길게 뻗은 태백로 변에 있다. 겉보기와 달리 단체석을 합해 30∼50석은 될 듯한 제법 큰 식당이다. 식당 일을 도맡아 하는 일꾼은 전윤화(59) 사장과 그를 돕는 종업원 1명이 전부다.


물닭갈비 상차림은 단출했다. 닭갈비, 야채, 사리를 한데 담은 솥뚜껑과 풋고추, 물김치 등의 몇 가지 반찬으로 구성됐다.


육수는 닭 뼈, 닭발, 야채를 넣어 하루 동안 고아 만든다. 식당에서 직접 끓인다. 닭고기는 양념에 하루 정도 재운다. 육즙이 빠지지 않게 너무 오래 재우지 않는다. 물닭갈비에 넣는 야채는 파, 배추, 쑥갓, 깻잎, 부추 등 5가지다. 겨울에는 여기에 냉이가 추가된다.


사리로는 떡볶이 떡이 기본으로 들어가고 우동, 라면, 쫄면, 당면 중에서 손님이 취향에 맞게 선택한다. 가장 많이 찾는 사리는 우동이라고 한다. 태백에서 물닭갈비 요리가 처음 등장했을 때 넣었던 사리가 우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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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 국물에 볶은 밥 [사진/조보희 기자]

육수가 보글보글 끓어올라 야채부터 시작해 닭고기와 사리를 먹고 나니 배가 상당히 불러왔다. 칼칼한 국물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 한 국자, 두 국자 맛보고 나면 배가 꽉 찬 느낌을 받는다.


그렇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볶음밥이 남아 있다. 물닭갈비 국물에 볶아 먹는 밥은 빼놓을 수 없는 별미라고 한다. 닭고기, 야채, 사리의 맛이 깊이 우러난 국물에 밥을 볶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닭갈비를 먹고 나서 배가 부르다며 밥을 안 먹으려는 손님이 있는데 이럴 때는 괜스레 자신이 서운하다고 전 사장은 털어놓았다.


김과 야채를 넣은 밥은 솥뚜껑에서 닭갈비 국물과 잘 섞은 뒤 주걱으로 꾹꾹 눌러 익혔다. 밥은 곧 누룽지처럼, 과자처럼 바싹해지면서 무쇠 솥뚜껑 바닥에 눌어붙었다.


처음에는 숟가락으로 떠먹다가 나중에는 전용 철 주걱으로 긁어서 오도독오도독 음미하며 먹었다.


솥뚜껑을 사용하는 이유는 볶음밥을 먹고 나서 더 확실해졌다. 무쇠 솥뚜껑에 요리함으로써 음식의 깊은 맛이 우러나게 할 뿐 아니라 볶음밥을 누룽지처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전 사장에게 맛의 비결을 묻자 "비결 없는 게 비결"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좋은 재료를 푸짐하게 내놓는 외에 별다른 비결이 없다고 한다.


"푸짐하지 않으면 태백닭갈비가 아니다." 그의 어조는 확고했다.


전 사장이 가게를 연 것은 10년쯤 됐다. 집에서 닭갈비를 해 먹던 요리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법으로 음식을 조리해 내놓았는데 반응이 좋았다.


들어가는 재료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남는 게 별로 없을 것 같다고 하자 그럭저럭 식당을 운영할 만하다고 한다.


태백물닭갈비와 춘천닭갈비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이냐고 묻자 "180도 달라요. 태백닭갈비는 육수가 많이 들어가잖아요"라고 한다.


그렇다. 닭갈비라는 이름이 같을 뿐 둘은 완전히 다른 음식이다. 말하자면 태백물닭갈비와 춘천닭갈비는 각각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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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칼국수 [사진/조보희 기자]

사람 사이의 정은 음식을 나눠 먹을 때 많이 생긴다. 한국 음식 중에는 큰 냄비에 끓여서 같이 나눠 먹는 전골과 불판을 중간에 두고 여럿이 마주 보고 앉아 먹는 고기구이가 유독 발달했다.


감염병 확산 등으로 음식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지만, 전골과 고기구이는 한국인의 정서가 녹아있는 대표적 요리가 아닐까 싶다.


태백로닭갈비에서는 장칼국수와 멸치 칼국수도 내놓는다. 멸치 다시물에 고추장과 약간의 된장을 푼 장칼국수도 맛이 살아있는 별식이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1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백=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