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떨어져 살아도 좋잖아요 ①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작은 공간

[라이프]by 연합뉴스

강원 홍천 농막에서 보내는 주말

[※ 편집자 주 = 팬데믹 시대를 맞아 복잡하고 사람 많은 도시를 잠시라도 떠나 자연 속에서 거리를 둔 생활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작은 농막을 준비해 주말을 보내거나, 1∼2주 도심을 벗어나 감염 위험이 적은 시골 생활을 즐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변의 이런 사례를 취재해 세 꼭지로 나눠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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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피어오르는 농막 [사진/성연재 기자]

(홍천=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주말마다 서울을 떠나 강원도 홍천의 농막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소샛별(가명) 씨.


16㎡ 남짓한 그의 작은 농막은 주말 동안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작은 피난처다. 

홍천 농막에서 만난 조경 엔지니어

주말을 맞아 강원도 홍천의 농막을 찾은 소씨를 만났다. 그는 어머니, 곧 결혼할 남자친구와 셋이서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화목난로에 불을 넣고 저녁 준비를 하는 모습이 몸에 익은 듯 자연스럽다.


조경 엔지니어인 소씨는 주말마다 서울을 떠나 캠핑하는 게 삶의 즐거움이자 활력소였다.


그러다가 아예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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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위해 사용하는 밀짚모자 [사진/성연재 기자]

'서울에서 가깝고 전망과 경치가 좋은 곳'을 찾아 나섰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1년 가까이 발품을 팔았고, 2018년 7월 강원도 홍천군의 한 언덕배기에 땅을 구했다.


서울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면적은 330㎡로, 작은 농막 하나 두고 나무와 화초를 키우기엔 최적의 공간이었다.


소씨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땅 매입 계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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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사진/성연재 기자]

농막을 구입하다

각진 컨테이너 농막은 싫었다. 소씨는 박공지붕을 한 농막을 갖고 싶었다.


농막 제조업체들을 샅샅이 뒤진 끝에 3개월 만에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가격은 2천만원 중반대로, 내외장재가 목재로 꾸며진 이 농막이 그는 마음에 들었다.


잠그고 열 수 있는 주 출입구와 별도로, 마당 쪽에는 폴딩도어를 넣어서 개방감을 높였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작은 사다리를 통해 올라갈 수 있는 다락이 있다는 점이다.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도록 싱크대와 냉장고도 갖췄다.


작지만 주말을 지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다. 주말 동안 그는 나무를 심거나 화초를 가꾸며 원기를 보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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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간을 데우기 위해 설치한 화목난로 [사진/성연재 기자]

직업이 조경 엔지니어지만, 일로 하는 조경과 스스로 하는 조경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농막 주변에는 다양한 나무와 화초를 심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농막 앞의 키 작은 구상나무였다. 모조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푸르고 생생해 깜짝 놀랐다.


소씨는 이 나무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했다. 그 옆으로 측백나무, 라벤더 등도 심겨 있다.

작은 집에서 사랑을 키우다

그렇게 마련한 농막은 최근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 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마땅히 데이트할 곳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이곳은 그들에게 사랑을 키울 수 있던 보금자리가 됐다.


둘은 조만간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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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 매화' [사진/성연재 기자]

최근엔 이곳에서 셀프웨딩 사진도 찍었다. 마당 한쪽에는 남자친구와의 100일 기념 매화나무도 심어져 있다.


남자친구도 농막 생활에 익숙해졌는지 장작을 곧잘 팼다. 장작을 잘게 쪼갠 뒤 화목난로에 넣고 불을 붙였다.


소씨의 어머니는 기록적인 한파에도 바깥에서 화로에 불을 붙여 감자와 고기를 구웠다.


둘째 딸인 소씨는 아웃도어 라이프를 선호하지 않는 큰딸과 달리 활달한 성격이라 마음이 잘 맞는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에도 그들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전날처럼 장작을 패고 모닥불도 피웠다. 추운 겨울 집 내부에서만 지내는 도시 생활과 달리 활기에 넘친 아웃도어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아쉬운 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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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구의 장식 [사진/성연재 기자]

소씨는 내·외장재가 목재라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했다.


농막을 주문할 때 그는 높이와 디자인, 내·외장재, 단열 소재 등을 선택할 수 있었다. 단열재는 난연 스티로폼 소재로 한파에도 크게 추위를 느끼지도 않는다고 한다.


바닥 보일러는 하지 않았다. 보일러를 사용하면 집을 비울 때 동파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다락방의 층고가 낮은 것이다. 막상 농막을 들이고 나니, 다락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이 부분이 다소 아쉽다고 한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2021.02.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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