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라이프 ]

조금 떨어져 살아도 좋잖아요 ② 따로 또 같이…'리틀 포레스트'

by연합뉴스

'여행하는 느낌'으로 시골 생활 여유 만끽


(정선=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도예가 김소영 씨는 시골에 작은 집을 세 얻어 홀로 생활하고 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마니아기도 한 그는, 여행 온 느낌으로 시골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매력을 함께 나누고 싶어 몇 주씩 함께 생활할 사람을 받기도 한다.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친 지난 1월 초순, 강원도 정선에 집을 얻어 혼자 생활하고 있는 김소영 씨 집을 방문했다.


하얀 단층 건물 앞에서 반갑게 맞이하는 그를 따라 들어갔다. 마침 도자기로 만든 도장을 주문받아 제작하는 중이었다.



연합뉴스

시골 생활의 장점에 대해 말하고 있는 김소영 씨 [사진/성연재 기자]

전업 작가인 그는 서울에 본가가 있지만 2개월 전에 정선군 여량면으로 이사와 시골 생활을 즐기고 있다.


서울에서 3시간이 걸리는 곳이지만, 그에게는 거리가 중요하지 않았다.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환경이 소중했고, 팬데믹 상황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꺼려졌기 때문이다.


그가 세를 얻은 곳은 다른 민가와는 다소 떨어진 외딴집이었다. 이런 공간에서 여성 혼자 지낸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보안업체에 의뢰해 빈틈없이 카메라를 설치했다. 모든 창문과 문에 센서가 설치돼 있다. 건물 곳곳에 큼지막한 보안업체 로고를 붙였다.


김씨가 들어오기 전에 펜션이었던 이 집의 매력은 방이 많다는 점이다. 넓은 공간이지만, 그의 작품과 집기 등을 들여놓으니 집안이 바로 꽉 찼다.


부엌에는 싱크대, 냉장고 등 음식 조리를 위한 시설이 완벽히 갖춰져 있다.



연합뉴스

작업하고 있는 김소영 씨. 거울의 꽃도 자신이 작업한 도자기 작품이다. [사진/성연재 기자]

동거인을 받다

그는 이내 주변 귀촌자들과 친해졌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싶자 이 소중한 환경을 누군가와 함께 누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함께 묵으면서 도예를 배우려는 사람들을 SNS를 통해 신청받았다.


이른바 '도예 스테이'다. 김씨는 이사를 온 뒤 인근을 벗어난 적이 없었던 만큼 외지인들을 받는 것이 불안했다.


안전을 위해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제출받은 사람만 대상으로 했다.



연합뉴스

도자기 반죽을 하는 두 사람 [사진/성연재 기자]

곧 첫 번째 신청자가 나섰다. 서울의 한 여행 관련 IT 회사에 다니던 이예나 씨다.


이씨는 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뒤 최근 다른 회사 입사를 앞두고 2주간의 시간이 생겼고, 시골 생활을 하면서 도예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두 살 많은 이씨는 자연스레 언니로 불리게 됐고, 식사 준비와 설거지 등 가사도 분담했다. 가족의 일원이 된 것이다. 이씨는 김씨와 어울려 친구처럼 지냈다.


각자 일이 있을 때는 따로 지냈고, 놀러 갈 때는 동행했다.



연합뉴스

컴퓨터로 업무를 보는 이씨 [사진/성연재 기자]

수수할 것으로 생각했던 동네 뒷산 풍경에 깜짝 놀라기도 했고, 인근 식당에서 송어회를 먹기도 하면서 시골 생활을 만끽했다.


이씨는 김씨 집에 머무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오지 중의 오지로 알려진 덕산기 계곡의 서점을 방문했을 때가 인상적이었다. 아무도 없는 오지에서 운영되는 서점과 주변 풍경들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던 것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도자기 만드는 데 취미를 갖게 된 것이다. 거실 작업대 위에는 이씨가 만든 도자기 그릇 3개가 다소곳이 올려져 있었다.



연합뉴스

산책하는 김씨 [김소영 씨 제공]

시골에 살며 산티아고를 꿈꾼다

김씨는 시골 생활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접했던 자유가 느껴진다고 했다.


길도 비슷한 느낌인데다, 정선 시골집들을 보면 산티아고의 숙소였던 알베르게를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산티아고 마니아다. 3차례 다녀온 뒤 산티아고에 흠뻑 빠졌다.


매달 '월간 산티아고' 잡지도 펴낸다. 20페이지의 작은 월간지지만, 김씨는 2년간 발행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 잡지의 편집자는 김씨를 포함해 총 13명이다. 모두 산티아고를 다녀온 뒤 향수를 잊지 못해 산티아고 트레킹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쏟아놓는다.


당장 산티아고에 가지는 못하지만, 월간 산티아고는 빠지지 않고 계속 발간된다. 순례길 순서대로 한 동네 한 동네 이야기와 에피소드로 잡지를 채워가다 보니 앞으로 몇 년은 더 펴낼 수 있다고 한다.



연합뉴스

월간 산티아고 [사진/성연재 기자]

아슬아슬한 위기도 넘기면서

시골 생활 모든 것이 드라마에서 보듯 순탄한 것은 아니다. 상상도 못 한 일들을 마주쳐야 할 때도 있다.


그들은 지난 연말 난감한 일을 겪었다. 화장실이 막혀 내려가지 않는 것이었다. 강추위가 겹친 데다 마당 한가운데로 난 정화조 배관이 주저앉아 버린 탓이었다.


서둘러 집주인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중장비가 동원돼 밤늦게까지 공사가 진행됐다. 생전 처음 겪는 난리에 두 사람은 화장실을 가지 못하고 저 멀리 야산을 찾아야 했다.


SNS 팔로워 1만6천 명을 가진 김씨는 이 에피소드를 만화로 그려 SNS에 올렸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김씨와 이씨는 "고생담을 올리니 사람들이 더 즐거워하는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연합뉴스

김소영 씨가 그린 웹툰 가운데 일부 [김소영 씨 제공]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