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법칙’을 무어가 만들지 않았다고?

가설을 법칙으로 이뤄낸 사람들의 이야기

반도체 메모리칩 성능과 메모리 용량은 약 24개월마다 두 배씩 향상된다.

‘무어의 법칙’을 무어가 만들지 않았

인텔 프로세서(점) 트랜지스터 집적수의 성장과 무어의 법칙(위쪽 줄=18개월, 아래쪽 줄=24개월)
출처: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Moore_Law_diagram_(2004).png

반도체 분야에 출입한 적은 없습니다만 ‘무어의 법칙’은 자주 들어본 것 같습니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 창립자 중 한명인 고든 무어(Gordon Earle Moore)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는 무어의 법칙 50주년이죠. 최근에 재미난 이야기를 들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무어의 법칙은 무어가 만들지 않았다’는 겁니다.

 

무어가 만들지 않았으면 누가 만들었어?라는 의문을 가질 법도 합니다.

 

무어의 법칙은 1965년 4월 19일 무어가 일렉트로닉스 매거진(Electronics Magazine)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고문의 원문을 보니 “The complexity for minimum component costs has increased at a rate of roughly a factor of two per year”라고 적혀 있습니다.

 

논문이 아닌 잡지 기고문에 자신의 의견을 밝힌 거죠. 이후 캘리포니아 공대의 카버 미드 교수가 ‘무어의 법칙’이라고 명명했습니다. 하나의 가설은 실험과 관찰을 통해서 이론화되고, 이론에서 그치지 않고 법칙으로 인정받아야 하는데요. 이를 입증할 수 있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하는 거죠.

 

“무어의 생각이 ‘법칙’이 되기 까지에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이들은 그의 생각을 이론화하고, 법칙으로 명명하고, 깨지지 않는 법칙이 되도록 계속 노력했습니다.”

 

예측하고 말하는 것과 가설을 법칙으로 지켜내는 것엔 차이가 있을 겁니다(무어의 업적을 깎아내리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설을 세운다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요). 다만, 오늘은 무어의 가설을 법칙으로 만들고자 했던 이들의 노력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무어의 법칙이 지난 50년 간 미친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했습니다. 시장 조사 업체인 HIS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무어의 법칙이 미친 직, 간접적인 영향을 포함하면 최소 3조 달러에서 최대 11조 달러에 달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무어의 법칙이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있는 거대 원칙으로 자리잡은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이를 뒷받침한 관련 업계 종사자의 피나는 연구개발과 투자,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중 한 기업인 인텔은 무어의 법칙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4~5년 걸리는 제품 출시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면서 차세대 제품을 개발해 신시장을 창출했죠.

 

인텔은 한 해는 공정을 미세화하고, 다른 한 해는 아키텍처, 즉 설계기술을 새롭게 바꾸면서 매년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연구개발(R&D)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공정기술을 미세화하면서 무어의 법칙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고 지켜온 것이죠.

 

최초 인텔의 프로세서 공정은 10마이크로미터였는데, 현재 최신 공정은 14나노미터입니다. 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미터고,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죠. 일명 ‘공정 미세화’작업을 한 겁니다. (이와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얼리어답터에 무어의 법칙 종말론에 대한 이야기가 있으니 참고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공정 미세화의 영향은 큽니다. 우선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칩 안에 집적할 수 있습니다. 더 작고, 성능이 우수한 프로세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거죠. 또 전력효율성도 우수해지므로 얇고 가볍고, 뛰어난 성능의 초슬림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무어의 법칙’을 무어가 만들지 않았

인텔 4004. 출처: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C4004_(Intel).jpg

1971년 출시한 10마이크로 미터 공정의 인텔 4004와 올해 출시된 인텔 코어 5세대(14나노미터 공정으로 제조된 프로세서)를 비교하면, 인텔 4004에는 고작 2300개 트랜지스터가 집적된 반면, 올해 코어 5세대에는 19억 개 트랜지스터가 집적돼 있습니다. 트랜지스터의 수가 약 82만6000배 가량 증가하면서 트랜지스터의 성능은 무려 3500배 향상됐으며, 효율성은 9만 배 증가했죠. 비용 역시 6만 배 절감했습니다.

 

이를 통해 PC는 점점 얇고, 가벼워지며, 작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 태블릿 등 PC에 준하는 성능의 스마트 기기가 형태와 크기를 막론하고 계속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로 들어감에 따라 더 작고 고성능의 기기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죠.

 

인텔이 지난 국제전자제품전시회 CES 2015에서 발표한 ‘인텔 컴퓨트 스틱(Compute Stick)’도 사용자들이 경험할 새로운 컴퓨터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TV 등 디스플레이에 꽂기만 하면 데스크탑 PC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죠. 초소형 PC 제품의 출시가 가능한 건 다른 부품의 기술 발전에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만, 기기에서 가장 중요한 머리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 발전을 빼고 상상할 수 없을 겁니다.

 

문장 한 줄에서 시작해 수많은 엔지니어와 기업의 노력으로 탄생한 무어의 법칙 덕분이겠죠.

 

The complexity for minimum component costs has increased at a rate of roughly a factor of two per year

 — Gordon Earle Moore

2015.09.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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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비스·이커머스 취재하나, 개그맨 유재석에 묻혀 기사 검색 잘안되는 슬픈(?) 기자
채널명
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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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분야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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