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 발전 촉매제는 불편함이다?

중국 IT 발전 촉매제는 불편함이다?

출처: 플리커 https://flic.kr/p/4SjSiV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중국이 이러저러한 나라다”라고 정의하기에는 너무도 거대하고, 반면 저의 지식과 경험은 초라합니다.

 

가령, 최근 우리나라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한한령(限韩令)’의 배경을 분석하려면 1840년 아편전쟁을 전후의 중국에 대한 이해까지도 필요합니다.

 

여튼, 이 글은 중국의 위대함(?)을 칭송하려고 쓰여진 것은 아닙니다. 중국 IT 기반 기업 및 스타트업들이 각 장벽을 어떻게 무너뜨리며 혁신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배울 점이 있을 거란 생각에서 시작한 글이죠.

 

서론이 길었네요.

 

7년 전 중국서 살던 시절 많은 불편함들이 있었는데, 단순히 한국인인 저에게만 불편했던 것은 아닐 거라 생각이 듭니다.

 

당시 중국에는

  1. 카드 결제가 되는 곳이 거의 없는 것은 물론 위폐도 많았으며,
  2. 핀인(拼音; 병음)으로 중국어 채팅하는 게 불편했고,
  3. 음식 배달이 되지 않았습니다.

자, 7년 사이 중국은 어떻게 변화했을까요.

  1. 길거리 양꼬치 집에서도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모바일 결제를 할 수 있으며,
  2. 중국어 입력이 귀차니즘을 한방에 처리하는 QR이 서비스의 핵심 콘텐츠,
  3. O2O 기반의 배달 서비스들이 음식점들을 연결하는 중입니다.

모바일 결제

중국에서 카드로 결제하는 곳을 찾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입니다. 국영기업인 은련(유니온페이)이 카드 시스템을 독점하다시피 하지만, 이는 해외 여행에서나 주효합니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별다방에서도 주로 돈을 던지는(?) 고객들을 쉽사리 볼 수 있었죠.

 

변화는 2012년부터 시작합니다.

중국 IT 발전 촉매제는 불편함이다?

위챗페이를 통한 결제 장면

QR 코드 결제는 알리바바가 조금 더 빨랐습니다. 알리바바의 금융 — 결제 자회사인 즈푸바오(支付宝)는 2012년 12월에 QR 코드 스캔 결제(自定义二维码收款服务)를 도입합니다. 그전까지는 개인 간 돈을 주고받으려면 즈푸바오 계좌번호나 연동된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야만 했는데, 각 개인의 QR 코드를 생성함으로써 번거로운 입력 작업 필요 없이 스캔 한 번으로 송금이 가능하게 된 것이죠. 텐센트의 위챗(Wechat/微信) 은 2013년에 오픈한 위챗 5.0 버전에 결제 기능을 추가합니다. 위챗에 결제 기능이 추가되며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결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피 튀기는 경쟁을 시작하게 되죠. 두 회사는 여전히 경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 쪽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다른 한 쪽은 상대편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죠. —  QR 코드는 어떻게 결제를 만났는가?

이후 알리페이는 9억명의 가입자를, 그 뒤를 8억 가입자 메신저 위챗을 등에 업은 위챗페이가 맹렬하게 쫓아오고 있습니다. 중국 인구의 거진 3분의 2가 모바일로 결제를 하고 송금을 하며, 심지어 투자도 하고 신용지수도 평가받는 시대가 열린 것인데요.

 

한국은 왜 못해?

라는 질문을 던질 게 아니라… 이러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단박에 해결해준 것이 있는데, 바로 위조지폐의 문제입니다.

 

100위안 지폐의 위조가 가장 횡행하는데, 빛에 비춰본다든가 지폐를 문질러서 잉크가 묻어나오는지 등의 체크 방법이 있긴하지만, 100%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최근에도 광동 지역에 350억원 규모의 위조지폐가 유통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데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통한 결제를 하면 위폐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이죠.

 

혹자는 이러한 모바일 결제의 뒷단에는 정부의 허용이 있다고 합니다. 무기명이 원칙인 화폐에서 모바일 결제로 전환되면, 모든 결제 내역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 때문인지 중앙은행이 과거엔 휴대폰 번호만으로 계정을 만들 수 있는 형태에 제재를 가해 실명제를 실시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QR

중국은 채팅하기에 참으로 불편한 문자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 같은 외국인들은 발음을 기반으로 한 핀인을 입력해 채팅을 하는데요. 중국인들은 획수, 부수 등 조금 다른 형태의 키보드 입력을 합니다. 이든저든 불편한 건 매한가지입니다.

 

이 불편함을 한 방에 해결해준 것이 바로 QR입니다.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에서 음성 메시지와 QR이 주요 채팅 및 인증 매개체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래 글에 좀 더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관련 글: 중국은 어떻게 QR 강국이 되었는가?

중국인들이 반응하자, 이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합니다. 처음에는 코드 인식에도 수초가 걸렸던 것이 이제는 영점 초단위로 인식을 하더니, 아예 이미지 인식 기술로 연결돼 발전하게 됩니다.

위챗이 공식 발표에 따르면 자가 개발한 QBar라는 QR 인식 엔진이 바코드 식별 전에 내장된 QR 인식 예측 모델이 먼저 바코드 없는 이미지를 인식한 뒤 역으로 이 제품에 해당하는 QR 코드와 바코드를 인식합니다. QBar는 iOS 환경에서 5초, 안드로이드 환경에선 12초만에 제품을 인식해 구별합니다. —  微信扫码为什么快?官方科普终于来了(今日头条)

초기엔 보안 문제도 많았는데, OTQ(One Time QR code) 방식을 도입해 30~60초 텀으로 QR 코드를 변형하는 방식에 까지 이르게 됩니다.

중국 IT 발전 촉매제는 불편함이다?

OTQ 프로세스 용례. 출처: http://www.logmote.com/technology.html

배달

중국 식당에 가서 ‘배달(代送)’을 요청하면 십중팔구는 “그런 거 없다”고 거절당했던 것이 불과 몇년 전 일입니다. 대신 ‘포장(打包)’은 가능했죠. 한국인들이 몰려사는 대학 부근이나 한인촌에서 산발적으로 치킨, 한식 배달이 가능했을 뿐입니다. 이는 중국의 식사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배달’은 생소한 키워드였습니다. 중국인들은 친구(朋友)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집문을 열어주지 않는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도 방문 판매를 기반으로 한 전략을 짰으나 실패의 쓴 잔을 마셔야 했습니다. 방판 아주머니들을 상하이, 베이징 등에 배치시키며 한국에서 해오던 것과 유사한 형태의 영업을 시작했지만 무용지물이었죠. 집 문을 열어주지 않는 중국인들에게 방판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중국 시장 진출 실패 케이스로 자주 언급되는 사례입니다. —  ‘변화무쌍’ 중국 O2O 시장…장벽 넘은 ‘배달 문화’

허나 빠링허우, 주링허우와 같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배달 문화가 들어서게 되는데요.

중국 IT 발전 촉매제는 불편함이다?

중국의 대표적 배달앱인 어러머

중국 기업들이 빠른 발전이 대표적 이유입니다. 예전 8시 출근 5시 퇴근 및 점심 후 1시간 낮잠과 같은 문화가 점차 사라지는 동시에 야근 문화가 들어서게 됩니다.

 

최근 JD.com을 운영하는 징동상청이 야근 시간 1위라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평균 퇴근시간이 23시 16분이라고 하는데…(ps.이 게시글을 본 알모사 전현직 직원들이 글쎄요…(그게 무슨 야근이냐?)의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요.)

 

야근이 밥먹듯이 이뤄지고, 심지어 괜찮은 음식점들은 한두시간 대기시간까지 필수인 상황에서 구세주처럼 등장한 게 ’배달’이었습니다. O2O란 키워드로 대두되긴 했지만, 그 이면엔 문화 장벽 자체를 뛰어넘는 배달에 대한 수요를 잡아낸 서비스 제공자의 통찰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이렇듯 지난 5년여간 중국에서 화두인 IT 서비스들의 대부분은 이용자와 서비스, 서비스와 서비스 사이의 장벽들을 깨부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물론 중국 정부의 각종 목적에서의(?) 암묵적 허용도 뒷받침돼 있었죠.

 

허나, 각종 이해 관계를 차치하고서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마치 은행 인프라가 아예없는 케냐에서 모바일 대출 서비스가 유행하는 기술적 역설이랄까요.

 

“불편함이야말로 중국 IT 산업 발전의 핵심 키워드였던 셈이죠.”

2016.12.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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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비스·이커머스 취재하나, 개그맨 유재석에 묻혀 기사 검색 잘안되는 슬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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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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