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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물류와 유통의 희미한 경계에서

IT는 유통업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나

by유재석

IT의 발전은 유통업의 두 축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구매 형태’와 ‘물류 시스템’인데요. 몇 년 간 이 분야를 지켜봤는데, 두 가지 축이 발전을 거듭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구매 형태는 점점 개인화되고, 맞춤화되고 있습니다. 1995년 이후 우후죽순 등장한 인터넷 쇼핑몰로 인해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는 문화가 시작됐죠. 이러한 변화는 배송 시스템의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과거에는 중국 음식 배달로 대표되던 게 엄청나게 큰 발전을 거듭합니다. 직접 물건을 보고 사던 방식에서 인터넷 클릭 몇 번으로 구매하는 형태로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2010년 이후 스마트폰 바람이 불면서 모든 서비스가 모바일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등장한 서비스가 쿠팡, 티몬, 위메프로 대표되는 소셜커머스입니다. 옥션, 지마켓, 11번가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 틈바구니에서 모바일 커머스 영역을 다 가져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영역도 있는데요. O2O(Online to Offline)입니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샤달과 같은 주문 대행 앱부터 푸드플라이, 부탁해, 띵동과 같은 배달이 안되는 물품까지 배송해주는 온디맨드(주문형)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죠. 초장기이기 때문에 주문 건수 등을 고려했을 때 수작업으로 가능한 수준입니다만, 여기도 점점 시스템화가 진행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IT는 유통업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

출처: 플리커 ID Mark Turnauckas

구매 형태는 앞단에 속합니다. 소비자와의 최접점에서 이들이 간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인터페이스(UI)나 사용자 경험(UX)을 고려한 디자인을 중시합니다. 물론, 데이터 분석에 따른 큐레이션의 영역도 점점 가미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물류 시스템도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자동화, 무인화 시스템이 계속해서 들어가고 있죠. 이 영역은 구매 형태만큼(혹은 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교적 덜 주목을 받고 있는 부분이지만, 유통업의 핵심 중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도 뭄마이 지역 사람들은 집에서 만든 도시락을 직장에 배달받아 점심을 먹는 문화가 있습니다. 1890년경부터 다바왈라(Dabbawala)라는 배달꾼이 5000여명이 총 20만 개의 도시락을 배달해오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40개의 집을 오가며 도시락을 모으고, 식사 시간에 맞춰 목적지로 정확히 배달한다고 하는데요. 오차율이 99.9999%(1600만 개 중 1개 오류) 수준입니다. 페덱스가 1980년 발표한 ‘허브&스포크(물류가 거점으로 집중된 후 다시 개별 지점으로 이동하는 운송 형태)’ 방식을 90여년 앞서 도입한 셈이죠.

물류 전문 매체 CLO가 지난 4월 3일 서울 강남구 마루 180에서 개최한 ‘물류 스타트업 컨퍼런스’에서 들은 재미난 이야기입니다. 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가 물류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다바왈라 사례를 들었죠.

유통업의 기본은 배송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객이 오픈마켓, 소셜커머스에서 물건을 살 때, 대형마트를 가서 쇼핑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송입니다. 집 앞으로 배달이 오든, 가판대에 원하는 제품이 있든 결국은 적재적소 배송돼야 한다는 겁니다. 가장 밑단에 있는 물류 시스템이 뒷받침돼 있다는 의미죠.

 

20년 전쯤 동네 슈퍼 앞에 트럭 아저씨가 열심히 음료수병과 과자박스를 나르던 모습을 자주 보곤 했는데요. ‘아마존닷컴 1시간 내 배송과 드론 배송’ ‘쿠팡 당일, 2시간 내 로켓배송’ ‘징동닷컴 중국 300개 지역 당일 배송’과 같은 수준까지 발전해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류 시스템의 혁신이 없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세 업체 모두 강조하는 게 물류시스템이기도 하고요. 쿠팡 이야기만 살짝 볼까요?

 

쿠팡은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상품 판매부터 배송까지 온라인 쇼핑의 전 단계를 책임지는 사업모델, 전국 7개 지역에 구축한 물류센터와 인프라, 2시간 내 배송 시스템을 공개했다.

 

물류센터는 경기, 인천, 대구 등 7곳에(총규모 : 12만5672㎡) 있다. 2014년부터 시작한 물류 배송 관련 투자를 강화해 이커머스 기업 물류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9만9173㎡의 인천물류센터를 신축하고 있다. 2016년까지 전국 단위 9~10개로 물류센터를 확충할 계획이다. 인천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7곳의 총 면적은 33만8894㎡로 세계 최대 이케아 매장으로 알려진 광명시 이케아 영업매장 면적의 5.7배에 달하게 된다. — 쿠팡, 美 아마존 인재 잇달아 영입?

이날 컨퍼런스에서 CJ 대한통운의 물류시스템 고도화 이야기도 살짝 엿볼 수 있었는데요. 물류의 배치(Picking)와 적치 시스템, 물류 정보 복합 리더 시스템 등을 바코드와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통해 점점 자동화하고 있습니다.

IT는 유통업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

CJ 대한통통운의 스마트 물류센터 도식도

IT는 앞단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인터넷, 모바일, 웨어러블 등. 새로운 서비스에 모든 것이 시스템으로 도입되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수작업(이라고 쓰고 노가다라 읽는다)이 많이 들어가기도 하죠.

 

뒷단에서는 보이지는 않지만 점점 더 효율적으로 시스템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좀 더 정확하고 빠르게 물품을 운송하며, 수요와 공급의 예측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물류센터에 예측모델을 만드는 데이터과학자 직군이 계속해서 필요하다는 요청도 쉽게 접할 수 있죠.

 

유통과 물류는 구분이 확연히 됐던 산업이었습니다. 물건을 파는 곳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싸게 팔면 됐고, 물건을 배송하는 곳은 빠르고 정확하게 배달하면 됐죠.

 

인터넷의 등장 이후 두 산업군의 경계가 희미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유통만 하던 곳도 자체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이릅니다. 물류만 하던 곳은 더욱 고도화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고, 새로 등장하는 O2O 관련 스타트업과 협업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되짚어보니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되는 시기에 맞춰 두 영역도 합쳐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눈에 보이는 영역과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변화는 계속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