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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중국은 NEXT 앱 생태계를
준비하고 있다

by유재석

중국은 NEXT 앱 생태계를 준비하고

사진 출처: 플리커 https://flic.kr/p/8LYowF

요즘 중국 모바일 앱 서비스 분야에서 심상찮은 내용이 계속해서 발표됩니다. 바로 앱을 다운로드하지 않아도 바로 사용할 수 있는(无需下载) 형태의 새로운 서비스인데요.

 

중국에서 이러한 형태의 새로운 앱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3년에 걸쳐 등장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간단한 형태의 라이트앱(轻应用)으로 시작하더니, 광고플랫폼과 메신저 등 각종 플랫폼에서도 이를 손쉽게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언뜻 보기엔 구글 크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웹앱(Web App)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이를 모바일에서 구현해 자체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 차이점인데요. 중국 내에서 이러한 형태의 앱 생태계가 가능한 이유를 두 가지 정도 들 수 있습니다.

 

  1. 파편화된 앱마켓
  2. 비보, 오포 등 저가 폰 유행

 

보통 앱마켓은 안드로이드와 iOS로 양분돼 있는데요. 중국의 경우에는 300개가 넘는 안드로이드 마켓이 있으며, iOS는 6개 이상입니다.

‘比达网’의 2015년 9월 앱마켓의 MAU(월별 활성화율)를 보면 안드로이드 마켓으로 제일 많이 사용되는 건 인터넷 보안 업체를 소유한 ‘奇虎360그룹’의 “360手机助手(쇼우찌쭈쇼우)”로 나온다. 그다음으로는 텐센트의 “应用宝(잉용바오)”, 바이두의 “百度手机助手(바이두쇼우찌쭈쇼우)”, “豌豆荚(완도우짜)”가 있다. 위의 서비스는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메이저 마켓으로 통하며, 안드로이드 마켓의 점유율 70% 이상을 가져간다. 또 제 3자 마켓으로도 불린다. 중국에는 앱 마켓에도 3가지로 분류하는데 (1) 이동통신사 마켓과 (2) 핸드폰 제조사 마켓 그리고 (3) 제 3자 마켓이 있다. — 중국 앱마켓 빠르게 살펴보기(모비인사이드)

이는 누구나 앱마켓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방증합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통신사에서 앱마켓을 만들어 홍보하지만 죽을 쑤고 있고, 그 누구도 감히(?) 이 시장에 도전하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중국은 앱마켓 플랫폼 제작에 대해 심리적 장벽이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중국의 방대한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을 들 수 있습니다. 올해 부부가오(BBK)의 스마트폰 브랜드 오포(1850만대 판매)와 비보(1430만대 판매)가 약진하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에 이어 2, 3위를 차지했습니다.

관련 기사: 오포·비보…애플도 떠는 ‘중국 스마트폰 신예들’(한국경제)

저가형 스마트폰이 보급이 늘어나면서 기기를 무겁게 하는 네이티브앱보다는 이를 대체하는 앱들이 등장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에 따라 바이두, 텐센트, 머니락커 등에서 지난 3년간 꾸준히 기존 앱생태계를 대체하는 서비스들을 출시해왔습니다.

바이두의 轻应用

바이두는 지난 2013년 8월 바이두 월드에서 라이트앱(轻应用; LAPP)을 공개합니다.

중국은 NEXT 앱 생태계를 준비하고

로빈 리 바이두 최고경영자(CEO)는 “요즘 앱스토어 모델은 0.1%의 앱이 전체 다운로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명세가 떨어지는 서비스를 만든 개발자는 유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 바이두, 웹앱 확키운다….앱스토어 ‘라이트앱’ 공개(씨넷코리아)

바이두의 라이트앱은 앱을 다운받지 않고도 기존 네이티브 앱과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한, 강력한 바이두의 검색엔진과 결합돼 기존 앱마켓에서 검색할 때보다도 정확한 결과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구독 기능을 추가해 서비스 제공자와의 인터랙션을 강화하는 점도 특징입니다.

 

당시 라이트앱의 출시 목적은 그간 선점해온 앱마켓 시장을 공고히하는 것에 있었습니다. 바이두의 앱마켓은 일평균 다운로드 6900만 건을 달성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단순히 검색엔진 플랫폼을 넘어서 앱 개발자들을 자사의 생태계로 끌어모으려고 했던 셈입니다.

머니락커의 惠应用

국내에도 몇번 보도가 됐던 모바일 잠금화면 서비스 ‘머니락커’의 차별점은 라이트앱(惠应用)입니다.

관련 기사: 집안 파산->중국 상하이에서 IT창업->3년만에 매출 380억->중국증시 상장 초읽기 들어간 29세 청년(조선일보)

머니락커를 언뜻 보면 국내 NBT의 캐시슬라이드나 버즈빌의 허니스크린 같은 잠금화면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특히, 화면을 왼쪽으로 스와이핑하면 각종 뉴스 및 광고를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렇죠.

 

하지만 오른쪽으로 스와이핑을 하면 차이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디디추싱, 티몰, 어러머, 따종디엔핑, 메이퇀 등 중국의 대표격 서비스앱들을 이용할 수 있는데요. 이 모든 앱들을 ‘다운로드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입니다.

중국은 NEXT 앱 생태계를 준비하고

머니락커 잠금 화면 예시. 왼쪽은 뉴스, 오른쪽은 라이트 앱 1000여개가 배치돼 있다.

스마트폰 락화면을 열지 않고도 각종 앱들을 실행할 수 있으며, 기존 네이티브앱보다 가벼운 형태이기에 신속히 실행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비결은 클라우드입니다. 머니락커 惠应用의 뒷단에는 알리클라우드(阿里云)가 있습니다. 惠应用의 앱을 구동할 경우 생성되는 다량의 이미지, 동영상 등을 알리클라우드 CDN을 통해 압축 처리해 이용자에게 네이티브 앱의 퀄리티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런 표현이 IT적으로는 부적절하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앱을 가상화하는 차원인 것이죠.

위챗의 小程序

위챗은 올해초 小程序(应用号)라고 불리는 앱인앱을 발표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간략히 서머리만 하겠습니다.

관련글 : 이제는 슈퍼앱(Super App)의 시대

“위챗은 메신저에서 O2O 서비스 플랫폼으로 변모하였고 이제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슈퍼앱으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습니다. 위챗 자체가 하나의 앱 스토어가 되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사용자는 앱을 개별적으로 다운해야할 번거로움이 사라지고 휴대폰 용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스마트폰 변경 시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일일이 재 다운로드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국은 NEXT 앱 생태계를 준비하고

이는 위챗 내에서 또 다른 서비스의 앱을 실행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과거에는 앱스토어나 플레이 구글 같은 앱마켓에서 각각의 앱을 다운로드 받아야만 실행할 수 있던 각종 서비스를 위챗 내에서 보다 가벼운 형태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앱마켓 플랫폼은 음원 플랫폼의 변화와 유사하게 발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MP3 플레이어에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음원을 듣던 형태에서 이제는 중앙 서버에 접속해 음원을 듣는 형태랄까요. 이런 모습으로 앱 생태계도 변화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스마트폰 기기만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영원하진 않습니다. 언젠가는 스마트글래스, 웨어러블 기기만으로도 콘텐츠를 이용하게 될 텐데요. 그때도 우리는 앱마켓에서 무겁게 앱을 다운로드 받을까요? 아닐 겁니다. 어쩌면 앱마켓도 플로피 디스크나 CD롬처럼 과거의 콘텐츠 저장 기술로 남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국의 앱 생태계 변화를 주목해 배울 건 배워야 할 겁니다. 친중 IT 사대주의니 뭐니 비꼬기 전에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