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레벨 테스트 도전 해보니

해보니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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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혼밥 난이도'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온라인에서 도장 깨기처럼 돌아다니는 테스트다. 국밥집 가서 혼자 먹기,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혼자 식사하기, 그중 최고는 고깃집에 혼자 가서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다. (술은 밥이 아니라 예외라 쳤다)


2000년대 초반 웹툰 작가 스노우캣이 '혼자 놀기'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후 카페에서 혼자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문화는 비교적 자연스러워졌지만 혼자 고기 먹기는 여전히 용기가 필요하다고들 여긴다.


하지만 혼자 고기 굽는 게 어때서? 집에서 넷플릭스 틀어놓고 혼자 밥 잘 먹는데? 이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싶어서 기자가 혼자 고깃집(인기 많고 회식,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 삼겹살집)에 가서 고기를 먹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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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비언' '혼밥러' '혼밥족'


수요일 저녁 회식하는 사람들과 가족 동반 손님들이 가득한 강서구의 한 삼겹살집을 찾았다. 들어가자마자 종업원이 "일행은 몇 명이냐?"고 물어서 "혼자 왔다"고 하니 가장 구석의 자리로 안내한다. 거부하는 고깃집도 있다던데 다행이었다.


홀엔 사람이 가득 차 있고 자리는 기본 4인이 앉을 수 있게 마련되어 있어 종업원은 수저 3개를 치우고 물통과 함께 메뉴 판을 주며 "무조건 2인분 이상 주문하셔야 해요"라고 말했다.


삼겹살 2인분을 주문하고 나자 종업원이 고기를 구워주기 시작했다.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이제 8개월째 하고 있다는 그는 혼자 온 손님을 지금까지 딱 세 명 봤다고 말했다.


두 명은 50대 남성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20대 여성이었다고 했다.


짧은 인터뷰 내내 바쁘게 손을 움직이다가 "타지 않게 중간중간 뒤집으며 드세요"라고 말한 후에 다른 테이블의 주문을 찾아 떠났다.


고기는 혼자 먹어도 맛있다. 제주도 흑돼지는 씹으면 기름이 나오면서 아주 맛있다. 여러 명이 나눠 먹어야 더 맛있다는 말은 먹을 게 부족하던 시절에 서로 도우며 살자는 뜻에서나 나온 말이겠지. 고기를 왕창 먹다 말고 기사에 넣을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옆자리에 앉은 분들께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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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컨셉'이 있으신가 봐?"


근처 회사에서 고깃집 회식을 하던 중이었는지 소주잔에 얼굴이 벌게진 직장인들이 기자에게 호기심을 드러냈다. 이들은 "혼자 고기를 구워 먹는 거 첨 본다. 와~ 잘 먹는다"같은 말을 하고 "혼자 고기 드시면 서러워요. 여기 소주 한잔만 드세요"라며 소주잔을 건넸다.


한 50대 남성은 장난으로 '합석'을 제안하기도 했다. 혼자 고기 구워 먹는 것이 안돼 보인다는 이미지가 큰 듯했다.


혼자 먹는 고기는 꿀맛이지만 2인분을 먹으려니 배가 불러 밥을 비벼 먹거나 후식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후식을 포기하던 차에 옆 테이블에선 먹던 막국수를 퍼주는 친절까지 베풀었다.


"혼자와도 후식은 드셔야죠" 이제 테이블에는 소주잔과 막국수가 놓였다. 혼자 와서 고기를 구워 먹는 말 못 할 사연(?)이 생긴 기자는 거절하지 못하고 막국수를 받아야 했다.


고깃집 사장님은 "혼자 고기 구워 먹기"에 대해 "가족 단위가 달라져서 생기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혼자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 유행이라기보단 정말로 '혼자' 올 수밖에 없는 손님들도 있다는 것.


식당 입장에서는 밑반찬과 쌈 채소 준비 때문에 1인분은 주문은 못 받고 있지만 2인분만 주문만 해준다면 손님을 거절하지 않는다고 했다. 혼자 오는 단골도 꽤 있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얼마나 고기가 드시고 싶으시면 혼자도 드시러 오실까"라는 생각이 든단다.


보통 '4인 기준' 아니냐고 묻자 체감상 가족 단위라는 개념이 많이 흐려져서 3~4인이 오셔서 식사하는 기준보다 2인 기준으로 식사하는 비율이 많은 편이라고 대답했다.


혼자 오면 받아주지 않는 고깃집도 있다고 하자 그분들 심정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고깃집 입장에서는 '돈 안 되는 손님'인 건 맞다.


1인 손님은 객단가(손님 1명이 먹고 가는 평균 금액)와 테이블 단가(한 테이블에 앉는 손님의 수와 주문 가격)가 낮은 손님일 수밖에 없다. 일단 앉으면 주는 밑반찬과 숯 비용은 1명이 와도 4명이 와도 똑같이 든다. 그러다 보니 혼자 오는 손님을 거부한다는 소리가 나오지만, 최근에는 오는 1인 손님을 거부할 만큼 장사가 잘되는 집은 흔치 않아 혼자 오면 2인분은 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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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없이 혼자 먹는 '라멘집'


이번엔 부담 없이 혼자 먹는 '라멘집'에 도전했다.(이건 도전도 아니다) 시끄러운 홍대 거리의 풍경과는 달리 1인 라멘집은 호젓했다.


그 누구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혼자 주문하는 시스템(심지어 종업원 얼굴도 못 본다. 그저 라멘 그릇을 쓱 내미는 손만 볼 수 있다)을 처음 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일본에 갔을 때인데 이제는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혼자 먹는 '시스템'이 갖춰진 곳이라 주변에서 말 거는 사람도 없고 먹는 데만 집중한다. 누군가의 회사 생활이나 고민도 귀에 박히지 않는다. 그저 후르르 소리가 난다. 반대편에 들어온 남성으로 추정되는 손님도 손에 핸드폰을 쥔 채 조용히 라멘을 먹었다. 나도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오늘 올라온 기사 목록을 보고, 인스타그램도 하고 중중간 카톡도 하고 심지어 모바일 게임도 했다.


혼밥이라고는 하지만 "나 지금 혼밥 중이야"라는 카톡을 보내며 대화하면 정말로 혼밥일까? 답장이 왔다 "뭐 먹어? 찍어봐" "덮밥 먹는데 혀 데었어ㅠㅠ"


혼밥집에선 단체 손님이 눈에 띄지


혼밥이 '챌린지'가 된 이유는 혼밥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먹어야 하기 때문이지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1인 라멘집에서는 아무도 도전을 하지 않는다. 스타벅스에 앉아서 홀로 커피를 마시는 일도 마찬가지다. 혼자 먹게끔 구성된 공간에서는 혼자 먹어도 부담 없고, 암묵적으로 말도 걸지 않는다.


곧 혼자 밥 먹는 게 '대세'가 될 것이란 징후는 뚜렷하다.


'혼밥' 이미지는 '고독한 미식가'나 원거리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제가 오늘은 제주 흑돼지를 먹어보겠습니다"라고 혼잣말하는 유튜버를 넘어 많은 이들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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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전수 결과는 우리나라의 주된 가구 유형이 '1인 가구'라고 발표했다. 1인 가구 비중은 2010년 23.9%에서 3.3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1990년 9%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빠른 증가세다. 통계청은 혼자 사는 가구 유형이 늘어나고 '혼밥'도 늘어날 것이라 보고 있다.


혼밥을 단순히 가족 없이 처량하고 외롭게 식사하는 사람 정도로 표현하는 게으른 미디어와는 달리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배달음식 시장과 편의점 도시락의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혼밥'을 가게 홍보 해시태그로 쓰는 식당들, 카페에서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는 매장들이 이를 입증한다.


지친 하루 끝에 혼자 묵묵하게 고기 먹고 싶은 날이 기자에게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맛있는 건 혼자 먹어야 맛있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지만 고기는 나누면 절반이 된다.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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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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