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뜬금없이 ‘독립운동가 글꼴’을 만든 이유

안중근 의사의 <장부가>. 독립 서체 ‘안중근’은 이 육필을 기초로 제작·공개됐다.

2019년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올 3월부터 ‘독립 서체 캠페인’을 진행해 온 지에스(GS)칼텍스(아래 지에스)에서는 지난 8월 15일 ‘안중근 의사’의 서체를 추가 배포한 바 있었다.


‘독립 서체’ 캠페인은 파편적인 기록만 남은 일부 독립운동가분들의 글씨체를 모아서 전문 폰트 개발업체와 협업, 당시의 글씨체를 현대에 맞게 복원·제작하는 것이다. 지에스는 이를 무료 배포해 그 의미를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안중근체는 안 의사가 의거 거행 전 동지인 우덕순에게 준 한시와 한글 시 <장부가>에 남아 있는 그의 육필을 기초로 제작한 글꼴이다. 안 의사는 적지 않은 한문 유묵을 남겼으나 한글로 쓴 글은 많지 않다.

안중근체. 안중근 의사의 육필을 기초로 “강한 이미지와 필력”을 느낄 수 있다.

지에스는 안중근체가 <장부가>에 남겨진 육필과 “여러 한시에 남겨져 있는 붓의 느낌을 살리는 글꼴”로 안 의사에 대한 ‘강한 이미지’, ‘필력’을 느낄 수 있다고 소개한다. <장부가>에서 보이는 “안중근 의사만의 특징적인 초성과 중성, 종성을 붓의 획으로 다시 써 내려간 서체”라는 것이다.


지에스가 일부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독립운동가들의 친필을 복원·제작하는 ‘독립 서체 캠페인’을 벌인 것은 지난 3월부터다. 지에스는 이 캠페인이 “나라를 위해 몸 바쳤던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3월에 공개한 서체는 민족대표로 3·1독립선언을 이끌고 시집 <님의 침묵>(1926)을 펴낸 한용운 선생과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열린 일왕 생일 축하 행사장에 폭탄을 던져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존재를 환기한 윤봉길 의사의 글씨체였다. 4월 2차 캠페인에서는 백범 김구 서체와 윤동주 서체(<별 헤는 밤>과 <서시> 두 가지 버전)를 개발해 무료 배포했다.


지금까지 캠페인으로 공개해 온 글꼴은, 글꼴 전문회사에서 제작한 아주 정교하고 세련된 서체는 아니다. 독립운동가의 육필을 기초로 만들어 낸 것이어서 거칠고 소박하다. 대신에 그것은 거기 담긴 역사성과 함께 일상에서 만나는 필적처럼 친근하고 정겹다.

GS 칼텍스에서 지금까지 공개해 온 5종의 글꼴

출판산업의 발전과 함께 글꼴에 대한 요구와 그 대응이 원활해지면서 요즘은 새로운 서체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저작권을 고려하지 않은 개별 사용자들이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다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일도 심심찮다.


그러나 최근에는 글꼴 판매회사가 아닌, 사회단체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포털 업체 등에서 글꼴을 만들어 일반 사용자들이 거저 쓸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있다. 한편, 글꼴 회사들도 일부 글꼴을 비상업적으로 이용할 때 거저 쓰도록 허용하기도 한다.


지에스가 캠페인으로 독립 서체를 공개 배포하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에 참여한 지에스의 기업 정신에 따른 것이라 한다. 1925년 진주에 중등학교(현 진주여고)를 세우고 백산상회 발기인으로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공급하는 데 이바지한 허만정(1897~1952)이 지에스의 창업주다.


안중근체는 GS칼텍스 공식블로그 등에 접속하면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글꼴 파일은 물론 ‘윈도’와 ‘맥’ 용 등 두 가지다.


한편 안중근(1879~1910) 의사의 하얼빈 의거 110돌인 10월 26일, 기념식에서는 한국저작권위원회, 국가보훈처, 안중근기념관 등이 협력해 만든 서체인 ‘안중근체’를 처음 공개했다. 이 글꼴은 안 의사의 <장부가>를 기초로 만든 점은 같지만, 지에스에서 공개 배포한 독립 서체 안중근과 별개의 폰트다. (아래 사진 참조)

직썰 필진 낮달

2019.11.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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