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들부들 부드러운 양무침, 뽀얀 육즙이 입 안을 적시네

서울 다동 ‘부민옥’의 양무침(앞)과 육개장./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국내 손꼽히는 여행·레저 전문가인 이우석(51) 놀고먹기연구소 소장은 “연간 외박 횟수가 100박”이라 했다.

“20여 년간 일간지 여행 기자로 일했고, 얼마 전 연구소를 차려 놀고(여행) 먹기(음식)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출장이 잦아요. 아내에게 저는 달(月) 같은 존재일 겁니다. 낮에는 보이지 않다가 밤에만 나타나고, 그나마도 아예 뜨지 않는 밤도 있으니까요. 이제는 제가 집에 있으면 오히려 어색해하고 귀찮아한다니까요(웃음).”


이 소장은 “식도락을 주제로 여행 기사를 쓴 건 내가 최초”라고 자부했다. “산·바다·일출은 날씨 등에 따라 나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음식은 절대 여행객을 ‘배신’하지 않지요. 물론 먹는 걸 즐기기도 하지만요.”

그가 낯선 여행지에서 맛집을 찾아내는 ‘비법’은 검색이다. “인터넷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라온 지역 식당 사진을 훑어봅니다. 일단 먹음직스럽게 잘 찍은 사진은 거릅니다. 대신 식당 다녀온 이들이 찍어 당시 상차림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사진을 꼼꼼히 보지요. 해당 지역과 제철 식재료로 만든 반찬이 많으면 맛집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 소장이 그동안 전국에서 찾은 음식을 종류와 주제별로 묶은 ‘오늘 한 끼 어떠셨나요?’(꿈의지도)를 최근 펴냈다. 책에 수록된 맛집 230곳 중 “이 집들만은 꼭 가보라”며 어렵게 4곳을 가려 소개했다.

부민옥: 서울 음식 지킴이

“지방에서 온 손님들이 ‘서울 음식 맛보고 싶다’고 할 때 모시고 가는 식당입니다. 육개장이 대표 메뉴죠. 대파와 소고기 단 두 재료만을 듬뿍 넣고 끓여낸 시원하면서도 구수한 단맛이 일품입니다. 과하게 맵지 않은 것도 특징인데요, 나이 지긋한 서울 토박이 단골들이 ‘매워지면 안 돼’라고 말하세요. 서울 음식 고유의 맛을 지켜달라는 바람이죠.”


양무침도 육개장만큼 인기다. 소의 첫 번째 위(胃)인 양을 부들부들하게 삶아 쪽파, 양파를 곁들여 담백하게 무쳐 낸다. 씹으면 부드러우면서 뽀얀 육즙이 배어 나와 입안을 감칠맛으로 흥건하게 적신다. 도가니수육, 파전, 곱창전골, 비빔밥 등 빠지는 메뉴가 없다.


육개장 1만원, 양무침 3만3000·4만7000원. 서울 중구 다동길 24-12, (02)777-2345

범부메밀국수: 투박한 강원도의 맛

“강원도 양양 하면 바다지만,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이 막국수집에 가기 위해 차를 내륙인 범부리로 돌립니다. 해바라기씨 등 견과류가 듬뿍 올라가는데요, 이게 희한하게 어색하지 않고 구수한 메밀면, 매콤달콤한 양념장과 절묘하게 어울려요. 반쯤 먹다가 육수를 부으면 매운 물 막국수가 되니 두 가지로 즐길 수 있죠. 넉넉한 강원도 인심처럼 양도 엄청 많아요. 거친 듯 투박한 진짜 강원도 막국수 맛이죠.”


보들보들한 메밀전을 찢어 국수를 싸 먹으면 별미다. 수육도 맛있다.


메밀국수 8000원, 메밀전병 7000원, 수육 1만3000·2만4000원. 강원 양양 서면 고인돌길6, (033)671-0743

해남식당: 조개로 끓이는 해장국이라니

“조개로 해장국을 끓이는 매우 드문 식당입니다. 바지락보다 큰 동죽조개를 수북이 넣고 끓인 국물이 노르스름한 빛깔이 돌 정도로 진해요. 칼칼한 고추를 넣어 냄새만 맡아도 입맛이 동하죠. 여기다 밥 말아 먹으면 배배 꼬인 속이 단박에 풀려요. 반찬도 김치나 깍두기 하나 달랑 내주지 않아요. 푸짐한 음식의 고장 남도답게 달걀물 입혀 부친 소시지전, 오이무침, 멸치볶음 등 백반집 부럽잖게 대여섯 가지가 나오죠.”


뼈해장국이 조개해장국만큼 유명하다. 김치찌개, 돼지(제육)볶음만 먹으러 찾아가도 후회하지 않을 듯하다.


조개해장국·뼈해장국 각 1만원, 김치찌개 1만8000원(2인분), 돼지볶음 2만2000원. 광주광역시 중앙로 149-5, (062)432-1040

선광집: 얼큰하고 구수한 생선국수

“예로부터 무더워지면 강이나 개천에서 민물고기를 잡아서 천렵국을 끓여 먹으며 여름을 났는데요. 이 집 생선국수(어죽)는 전통 천렵국의 맛을 고스란히 지키고 있어요. 피라미를 뼈까지 녹을 정도로 푹 끓인 국물을 체에 거르고 고추장을 풀어요. 걸쭉하면서도 구수하고, 뜨거우면서도 먹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니 희한하죠. 작은 민물고기를 프라이팬에 뱅뱅 돌려 담고 튀겨낸 다음 매콤한 양념을 얹은 ‘도리뱅뱅’도 추천합니다. 놀라울 정도로 바삭하고 고소하면서 비린 맛 하나 없어요.”


되도록 일찍 먹으러 가길 권한다. 오전에 큰 솥 하나 가득 끓여 놓고 다 팔리면 문 닫는다.


생선국수 7000원(중), 생선튀김 1만1000원(중), 도리뱅뱅 1만1000원(중), 충북 옥천군 청산면 지전1길 26, (043)732-8404

조선일보

'오늘 한 끼 어떠셨나요?'(왼쪽)와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 소장./꿈의지도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2022.10.2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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