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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닭목·내장·껍질은 싸구려 술안주? 요즘 뜨고있는 녀석들입니다

by조선일보

[아무튼, 주말] 닭 특수부위 '신분 상승', 왜?


닭목·내장·껍질·연골·꼬리 등 헐값에 처분되거나 심지어 버려지던 비선호 부위들이 '특수부위'로 새삼 각광받고 있다. 이 부위들을 구이·치킨 등 메뉴화해 내놓는 식당과 이를 새로운 맛으로 찾아 먹는 소비자가 크게 늘면서다.


물론 그동안 이 부위들을 안 먹은 건 아니다. 특히 대구에서는 닭내장볶음·닭발·닭똥집튀김 등 살코기 이외 부위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오래전부터 발달했다. 6·25전쟁 이후 대구 수성구 황금동을 중심으로 도계장과 양계장이 들어서고 1970년대 칠성시장에 닭고기 가공 회사가 생기면서 고기를 처리하고 남은 부속 부위를 이용한 식당이 '타운'을 이룰 정도로 밀집했던 것. 하지만 '주머니 가벼운 이들을 위한 값싸고 허름한 술안주'란 인식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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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닭 특수부위는 가격대나 위상이 전혀 다르다. 서울 '계식당' '세미계' '망원두꺼비집', 부산 '계양간' '계스토랑' 등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는 닭고기 구이 전문점을 보자. 닭목에서 살을 발라낸 메뉴인 '닭목살'은 1인분이 1만4000원(계식당), 닭가슴살 안쪽에 붙어있는 작은 근육인 '안심'을 떼어내 구이용으로 개발한 '닭안심살'은 1인분 1만6000원(세미계) 등으로 낮지 않은 가격대다. 경기도 성남 '달구'는 '가슴연골튀김'이 1만4000원으로 주 메뉴인 '후라이드치킨'과 같다.


닭 특수부위는 먹을 게 없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선호되지 않던 부위들이다. 뼈 많고 살 적은 닭목살이 대표적이다. 아니면 가슴살의 일부로 여겨지던 안심이나 넓적다리살의 일부로 여겨지던 '엉덩이살'처럼 알려지지조차 않은 부위도 있다. 닭구이 전문점들은 이러한 부위들을 뼈를 발라내는 등 먹기 좋게 가공하고, '희소성 있고 맛있는 부위'로 콘셉트를 재정의하고 어엿한 이름을 붙여 특수부위로 내놓았다.


이러한 흐름이 본격화한 건 대략 2년쯤 전부터다. 김왕민 푸드 비즈니스 컨설턴트는 "2000년대 이후 소·돼지 등 육류 부위와 품종이 다양화하는 현상이 일어났고, 여기에 영향을 받아 닭 특수부위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외식업체들이 새로운 부위를 찾으면서 소·돼지고기 부위를 세분화했고, 이것이 닭고기로 확장됐습니다. 지난해 KFC 닭껍질 튀김 열풍도 한몫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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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남동 ‘야키토리묵’의 닭꼬치구이 등 여러 요리.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닭 특수부위는 일본의 영향이 강하다. 일본은 지역별로 유명한 닭이 있을 만큼 품종도 다양하고, 닭 부위를 세분화·메뉴화하는 노력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다양한 닭 부위별로 꼬치에 끼워 숯불에 구워 먹는 '야키토리(燒き鳥)'가 대표적이다. 닭 특수부위 전문 식당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아직까지는 '세세리(닭목살)' '사사미(닭안심)' '난코츠(연골)' 등 일본어 명칭이 더 익숙하고 한국어 명칭이 오히려 낯설다. 한국 소비자들이 닭의 부위별 맛을 구분하고 즐기게 된 것도 일본에서 국내로 소개된 야키토리 식문화 몫이 크다. 지난해 1월 문 열자마자 '일본 본토 뺨치는 수준의 닭꼬치'로 입소문 난 서울 연남동 '야키토리묵' 김병묵 셰프는 "토종닭을 직접 해체해 사용하는데, 유통되는 토종닭 중에서 제일 큰 18호(약 1.8㎏)짜리를 매일 6마리 분량 사용한다"고 했다.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인 데다 가격의 폭등·폭락이 거의 없이 안정적이고, 손질 다 된 제품을 인터넷에서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도 닭 특수부위를 내는 식당이 늘어나는 이유다. 닭 내장 부위는 돼지 곱창처럼 여러 차례 세척해야 하거나 소 곱창처럼 노하우를 요구하는 연육 과정도 거칠 필요가 없다. 김왕민 컨설턴트는 "새로운 맛을 찾는 소비자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여기에 반응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려는 외식업계의 대응이 계속된다면 닭 특수부위 인기는 앞으로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식당(서울 강남구), 계스토랑(부산 수영구), 계양간(부산 수영구), 망원두꺼비집(서울 마포구), 세미계(서울 용산구), 야키토리묵(서울 마포구)


[김성윤 음식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