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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쌀밥에 김치 얹듯 바게트에 쏙… 이 집, 햄 좀 하네!

by조선일보

코로나로 뜬 샤퀴테리 4대 맛집


염장·훈연·건조된 고기 지칭… 조리법따라 파테·소시지 등 구분

프랑스 정통 그대로 '메종조', 소시지로 유명한 '세스크멘슬'

대중화 앞선 '소금집 델리', 원조 대부격 '핸젤앤그레텔'

"이 돼지는 너무 좋아요. 저녁으로 구워 먹긴 아까워요. 저장하면 몇 달은 먹을 수 있는걸요."

넷플릭스 다큐 '소금, 지방, 산, 열'에서 요리사 사민 노스랏은 지방이 버터처럼 달콤한 돼지고기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채소가 주식인 우리는 김치를 담근다. 고기가 주식인 유럽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고기를 장기간 저장했다. 우리가 김치 등 밑반찬을 쌀밥에 올려 먹듯, 그들은 숙성된 고기 한 점을 빵 위에 올려 먹는다. 저장 식품은 스페인 독감이나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격리 중일 때 더욱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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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식 고기 반찬집 ‘샤퀴테리’ 전성시대다. 국내에 샤퀴테리라는 말을 대중화시킨 서울 안국동 ‘소금집 델리’의 대표 메뉴 잠봉뵈르. 풍성한 맛의 햄과 바삭한 바게트, 이즈니 버터와의 조화가 좋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염장, 훈연, 건조, 조리 과정을 통해 보존된 온갖 종류의 고기를 '샤퀴테리'라 부른다. '돼지 도축사'를 뜻하는 중세 프랑스 단어에서 유래했다. 조리법에 따라 파테와 테린, 소시지와 살라미, 리예트와 콩피, 햄 등으로 구분된다. 도축업자가 된 미국 기자 캐머스 데이비스는 책 '칼을 든 여자'에서 "(당신이) 만일 볼로냐 샌드위치를 먹었다면 샤퀴테리를 먹은 것이다. 델리햄이나 핫도그나 브라트부르스트나 훈제생선이나 살라미를 먹었다면 샤퀴테리를 먹은 것이다"라고 했다.


국내에선 스팸에 밀려 기를 못 펴던 샤퀴테리가 최근 유행하고 있다. 동네마다 잘나가는 집이 하나씩 있을 정도다. 그중 역사와 개성을 가진 4대 천왕을 꼽아봤다.

프랑스 정통의 '메종조'

샤퀴테리의 대표는 '파테'와 '테린'이다. 테린은 원래 뚜껑 달린 도자기 용기를 말한다. 고기나 등 지방, 간 등을 갈아서 이 도자기 틀에 채워 구운 것을 가리켰다. 파테의 어원은 프랑스어의 파트(pate·파이 반죽에 감싼 것)인데 테린과 큰 차이가 없다.


이를 잘 만드는 곳이 서울 서초동에 있는 '메종조'다. 닭가슴살, 캐슈넛, 레몬, 커런트 등이 들어간 '테린드 볼라미' 등이 대표적이다. 조우람 대표는 "잘 구워진 바게트에 발라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했다.

독일식 소시지는 '세스크멘슬'

샤퀴테리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은 소시지다. 가늘고 긴 돼지 창자에 곱게 간 고기와 내장, 피를 채운다. 우리식으로는 '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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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조, 세스크멘슬

이런 소시지류를 잘하는 곳이 서울 성수동 '세스크 멘슬'이다. 양식당 셰프였던 김정현 대표가 육가공에 빠져 스페인과 오스트리아 등에서 배워 매장을 냈다. 김 대표는 "스페인 선생님 이름이 세스크, 오스트리아 선생님 이름이 멘슬이었다"고 했다.


독일식 소시지 '바이어부어스트' '브랏부어스트'등이 맛있다. 곁들여 먹는 독일식 양배추 김치 '사우어크라우트'와 감자 샐러드도 현지 맛과 비슷하다. 함께 먹는 빵은 프레첼을 추천한다. 독일 길거리 음식 '커리부어스트(카레 가루를 얹은 핫도그)' 같은 '보스나'도 훌륭하다.

샤퀴테리 대중화 '소금집 델리'

고기를 저장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금'이다. 서울 안국동에 있는 '소금집 델리'는 국내에 샤퀴테리를 대중화한 곳이다. 망원동에서 록밴드를 하던 친구 셋이 홈파티 때마다 만들던 햄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매장을 냈다. 바게트에 이즈니 버터를 듬뿍 바른 프랑스 국민 샌드위치 '잠봉뵈르'와 바삭한 빵 속 따뜻한 햄과 양배추의 조화가 맛있는 '루벤 샌드위치'가 대표 메뉴다.

샤퀴테리 대부 '핸젤앤그레텔'

1990년대 후반 샤퀴테리라는 말도 낯설 때 이 분야를 개척한 곳이 서울 한남동의 '핸젤앤그레텔'이다. 건국햄 창립 멤버인 윤명균 대표는 당시 직접 만든 햄을 독일 학교 등에서 팔았다. 한남수퍼마켓에서 지금은 한남 아이파크로 이전했지만 단골인 국내 유럽인들, 대기업 회장이 많다. 돼지 앞다리살로 만든 꼬또햄, 이탈리아 소시지 '모타델라' 등이 대표 메뉴다.


이혜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