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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공복 김선생과 제자들

[공복 김선생과 제자들] 중국집 솜씨? 볶음밥과 깐풍기 시켜보면 안다

by조선일보

중식 메뉴 해부 <2편>


중국음식은 한국인이 가장 친숙하고 즐겨 먹는 외국 음식일 겁니다. 하지만 짜장면, 짬뽕, 군만두, 탕수육 외에 다른 메뉴를 주문하는 경우는 드물죠. 맛 없어서가 아니라 뭐가 뭔지 몰라서가 아닐까요.


중식당 메뉴판을 보고 더이상 혼란스러워하거나 당황하지 말자구요. 공복과 그의 제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서울 광화문에 있는 중식당 ‘루이키친M’에 갔습니다. 중식을 먹으면서 ‘맛있는 중식당 감별법’ ‘알쏭달쏭한 중식 요리 이름 풀이’ ‘먹는 방법과 순서’ 등을 제자들이 묻고 공복이 답했습니다.



1편에서 이어집니다


코스 6: 알탕수육


공복: 지금 나오는 건 ‘알탕수육’이라고 한다네.


제자1: 알탕수육이요?


공복: 탕수육은 탕수육이나 튀기는 방법이 다르다네. 보통 탕수육은 고기를 튀김옷 반죽에 버무린 다음 기름에 한꺼번에 쓸어 넣지. 그런 다음 튀김옷이 대충 익으면 젓가락이나 주걱 등으로 탁탁 쳐서 분리시키지. 알탕수육은 반죽에 버무린 다음 한 알 한 알 따로 집어넣는다네. 이렇게 하면 튀김옷이 더 고루 묻고 바삭하게 익어서 더 맛있지. 하지만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니 단골이 아니면 잘 해주지 않지. 정 먹어보고 싶다면 바쁘지 않은 시간에 가서 부탁해보게.


알탕수육까지 요리는 다 나왔다. 간짜장이 나오며 식사는 마무리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코스 7: 간짜장과 중국냉면



제자1: 선생님, 짜장면과 간짜장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공복: 짜장면(炸醬麵)은 ‘기름에 튀기듯 볶은(炸) 장(醬)에 비벼 먹는 국수(麵)’라는 뜻일세. 여기서 장은 한국의 된장과 비슷한 중국 산둥 지역 춘장(春醬)이고. 옛날에는 모든 짜장면이 간짜장면이었지.


제자2: 그게 무슨 말씀인지요.


공복: 옛날에는 그냥 짜장면을 시키면 간짜장이 나왔네. 그러다가 1980년대부터 중식집에서 배달이 중요해졌네. 배달할 때 중요한 건 음식이 쉬 식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지. 녹말을 물에 풀어 음식에 섞으면 잘 식지 않는다네. 게다가 촉촉하니 윤기가 자르르 흘러서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장점도 있고. 그래서 중식당에서는 짜장면에 물녹말(녹말 푼 물)을 짜장 소스에 섞기 시작했네. 이때부터 녹말물을 넣은 짜장면과 옛날식으로 넣지 않은 간짜장면을 구분해 부르기 시작했다네.


제자1: 선생님은 간짜장을 더 선호하시지요.


공복: 녹말을 섞으면 천천히 식고 윤기가 난다는 장점과 함께 시간이 지나면 물기가 생겨 질척하고 맛이 흐려진다는 단점이 있다네. 그래서 간짜장을 더 좋아하지.


제자2: 간짜장에는 왜 달걀 프라이를 얹어 주나요.


공복: 간짜장을 조금 더 비싸게 받으면서 서비스 차원에서 올리지 않았나 싶네. 최근까지도 서울 중식당에서는 간짜장에 달걀 프라이를 주지 않았네. 경상도에서만 줬지. 여전히 서울은 모든 중국집에서 주지는 않지. 경상도 출신인 내 아내는 ‘웍(중국식 프라이팬)에 튀기듯 부쳐서 테두리가 누릇하고 바삭한 달걀 프라이를 올려야 제대로 된 간짜장인데’라며 섭섭해한다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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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2: 여름 인기 메뉴 중국냉면은 정작 본토에는 없다면서요.


공복: 그렇다네. 중국인은 찬물도 싫어하는데 냉면을 먹겠는가. 중국냉면은 한국에서 탄생한 중식 그러니까 여경래 사부가 ‘한차이(韓菜)’라고 부르는 한국식 중식의 대표적 사례가 아닐까 싶네.


코스 8: 볶음밥과 군만두



제자1: 중국집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메뉴가 있을지요.


공복: 나는 볶음밥을 시켜본다네. 소박하고 평범한 음식이지만, 볶음밥에는 중식에 필요한 조리 스킬이 모두 들어있지. 밥알 하나하나 기름으로 코팅돼 고슬고슬하면서도 기름을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아 느끼하지 않아야 제대로 된 볶음밥일세.


미국의 한 대학에서 볶음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사실, 아는가? 중식 요리사 고수들은 웍을 화덕 테두리에 탁 쳐서 볶음밥을 공중에 붕 뜨게 하잖나. 이때 밥알에 불길이 직접 닿으면서 불필요한 기름은 제거해준다네. 동시에 밥알에 불맛을 입혀서 훨씬 더 복합적이고 깊이 있는 맛을 내준다네.



제자2: 군만두도 좋아하시 않습니까.


공복: 좋아하지, 단 튀김만두가 아닌 진짜 군만두라야 한다네.


제자1: 무슨 말씀이신지요.


공복: 원래 군만두는 한쪽은 바삭하게 굽고 나머지 한쪽은 부드럽게 쪄야 한다네. 프라이팬에 만두를 굽다가 바삭하게 됐을 때 물을 조금 붓고 뚜껑을 덮으면 이렇게 된다네. 요즘 중식당에서 내주는 군만두는 기름에 만두를 던져 넣어 튀겨내지. 이래서야 군만두라고 할 수 없지.


제자2: 어쩌다 군만두가 튀김만두가 됐습니까.


공복: 군만두가 공짜로 주는 서비스 메뉴가 되면서 싸구려로 전락했지. 제대로 돈 받지 못하니 시간과 정성 들여 굽지 않게 된 것이지. 안타까운 세태일세….


후식이 나오고 ‘루이키친M’ 오너셰프인 여경래 사부가 방으로 들어왔다. 공복 선생이 여 사부를 반갑게 맞았다.


제자1: 공복 선생께도 여쭤봤습니다만, 중국집 수준을 볼 수 있는 메뉴가 있을지요.


그리고: 깐풍기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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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래: 깐풍기가 조리 솜씨의 척도라고 봅니다. 깐풍기를 먹어보면 그 집 주방장이 잘 하는지 못하는지 알 수 있단 소리죠. 깐풍기는 튀기기도 잘 튀겨야 하는데다, 소스가 한 가지 단순한 맛이 아니라 맵고 달고 새콤한 맛이 복합적인 조화를 이뤄야 하거든요.


(3편에서는 딤섬 등 광둥식 중국음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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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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