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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아무튼, 주말] 암벽에 매달려 먹는 파스타와 칠리는 어떤 맛?

by조선일보

[이용재의 필름위의 만찬]

‘던 월’과 닭가슴살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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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훌륭한 순간에 등반은 시련이고, 대부분의 시련이 그렇듯 사람을 거기에 바싹 결속시키는 힘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 끝난 뒤의 승리를 기억하지만 그건 행복처럼 막연한 것이다. 절망의 순간이 훨씬 더 생생하고 잊히지 않는다.”


미국 소설가 제임스 설터의 여행기 ‘그때 그곳에서’의 한 구절이다. 단합 목적으로 등산을 선호하는 우리에게 가슴 깊이 와 닿는 말이다. 그나마 도보 등산은 즐길 수 있으니 양반이다.


하지만 모든 걸 내려 놓고 도전하는 등반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암벽등반 말이다. 안전 멜빵과 나일론 밧줄 한 가닥에 삶을 걸고 맨손으로 절망을 자처하는 암벽 등반가들이 있다. 영화 ‘던 월(The Dawn Wall)’은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최고난도라는 높이 910m 거대한 바위 ‘엘 캐피탄(El Capitan)’ 암벽등반에 도전한 두 남자가 주인공인 다큐멘터리다.


토미 콜드웰은 보디빌더이자 암벽등반가인 아버지와 산악 안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족에게 산(山)의 피가 흐르는지 어릴 때부터 암벽등반에 천부적인 소질을 드러냈다.


그런 콜드웰에게 시련이 닥친다. 목공을 하다가 왼손 검지 첫 마디가 잘린다. 검지는 암벽의 돌출부를 잡고 몸을 끌어 올릴 때 힘이 들어가는 손가락이다. 의사는 그가 암벽등반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선고한다. 하지만 콜드웰은 피나는 연습 끝에 잘린 검지 마디 없이도 등반하는 요령을 익힌다.


콜드웰은 동료인 케빈 요르겐슨과 함께 엘 캐피탄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누구도 등반을 시도한 적 없는 암벽 ‘던 월’에 도전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르기 힘들다는 암벽답게 두 사람의 준비는 무려 6년이나 걸린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준비에 충분한 세월 같지만 실제로 등반을 시작해 보니 상황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제임스 설터가 말한 결속이 딜레마로 찾아온다. 콜드웰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위로 위로 올라가는 가운데, 요르겐슨이 평행 이동 구간에서 막혀버린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나아가지 못하자 요르겐슨은 콜드웰에게 혼자 정상까지 올라갈 것을 권한다.


최소한의 장비만으로 이뤄내는 암벽등반을 보고 있노라면 넋이 나가는 동시에 배가 고파온다. 대체 밥은 어떻게 먹고 저 어려운 암벽등반을 이뤄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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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드’지(誌)에 따르면 등반 기간 19일 동안 360kg에 이르는 식품과 물이 두 등반가에게 공급됐다. 이탈리아식 소시지인 살라미와 페스토 소스, 칠리 통조림, 피망, 펜네 파스타, 쌀, 오이, 커피, 흑설탕 등이었으며 버번 위스키 한 병도 곁들여졌다. 정상에 걸어 올라간 지원팀이 음식을 줄에 매달아 암벽 아래로 내려주면, 콜드웰과 요르겐슨이 받아 포타레지(portaledge·로프에 매달아 사용하는 텐트)에서 간단한 취사를 거쳐 먹었다.


‘칠리 통조림에 파스타라니 꽤 일상적인 음식이네?’라고 생각했지만 이들이 이런 음식을 먹으면서 암벽등반을 준비했을 가능성은 매우 작다. 암벽등반을 위한 음식도 여느 운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닭가슴살이나 현미밥, 채소를 가까이하고 가공식품은 멀리해야 한다. 19일간의 등반을 위해 6년을 준비했으니 두 사람은 닭가슴살에 현미밥만 줄곧 먹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암벽등반까지는 아니더라도 운동의 효과를 배가시키고자 닭가슴살을 먹으려는 이들을 위해 최적의 닭가슴살 조리법을 소개한다. 닭가슴살 4쪽 기준으로 간장 125mL, 소금 4큰술, 설탕 2큰술을 준비한다. 냄비에 물 4L와 나머지 재료를 담아 30분 두었다가 불에 올려 물 온도를 섭씨 80도까지 올린다. 불을 끈 상태로 15~20분 두면 닭가슴살의 내부 온도가 70도까지 오르며 익는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부드러운 닭가슴살을 먹을 수 있다.


[이용재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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