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알수록 놀라운 전쟁에 기원을 둔 음식

[푸드]by 데일리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전쟁이 남긴 음식의 역사

 

인간의 욕구 중 가장 중요하고,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식욕이다. 사람이 극한 상황에 처해있을 때, 혹자는 ‘밥이 넘어가냐?’라고 묻는다. 그러나 오히려 정신적으로 허기질 때 배가 더 고픈 법이다. 비극적이고, 처참한 전쟁은 어떠하랴. 일분 일 초마다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전쟁 속에서 사람들에게 음식이란 빠질 수 없는 존재이다. 평범한 일상과는 180도 다른, ‘전쟁’이라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음식의 유형은 큰 변화를 겪는다. 전쟁과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우리 주변의 음식도 실은 전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전쟁 속에는 어떤 음식의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다 같이 살펴보자.

1. 부산 밀면

알면 알수록 놀라운 전쟁에 기원을 둔

부산 여행을 가면 빼놓지 않고 먹어야 하는 음식, 밀면은 전쟁 통에 생겨난 음식이다. 6.25 전쟁 당시, 이북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피란민들이 고향 음식인 냉면을 그리워하여 만들어 낸 음식이 바로 ‘밀면’이다. 실향민 출신 故이영순 할머니가 고향에서 냉면집을 하던 노하우를 살려, 냉면 가게를 개업했다. 개업과 동시에 많은 인기를 얻었으나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을 구하기 어려웠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밀 가격까지 치솟았다. 고민하던 차에 미군 구호품인 밀가루를 발견하고, 그 밀가루에 고구마 전분을 섞어 면 반죽을 만들었다. 그 결과, 더 쫄깃쫄깃한 면발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밀가루 냉면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점차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다, 지금의 ‘밀면’이 탄생하게 되었다.

2. 환타

알면 알수록 놀라운 전쟁에 기원을 둔

사진: '코카콜라' 공식 홈페이지

환타는 비극적인 전쟁에 철저하게 이용된 음료수이다. 1941년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연합군으로 참전을 결정하고, 전쟁을 일으킨 독일과 거래하던 모든 물자를 차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독일은 1930년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콜라 소비국이었는데, 미국의 선언으로 콜라 원액을 공급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버린 것이다. 그러자 당시 코카콜라 독일지사 CEO였던 막스 카이트가 콜라를 대신할 음료수 제조에 돌입했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오렌지 맛 탄산음료 '환타'가 탄생했다. 판타지(fantasy)에서 따온 이름인 환타는 출시와 동시에 300만 병이 팔릴 정도로 인기가 폭발했다. 그러나 나치당 선전으로 활용되어 전범국의 대표적인 상징이 되었다. 전쟁이 끝난 뒤 불매운동으로 생산이 중단되었다가 코카콜라가 환타를 인수한 뒤, 다시 생산되었다.

3. 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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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의 수분을 증발시켜 가루 형태로 만든 분유는 현재 아기들의 주요 식품이지만 보존성이 높고, 저장이 쉬워 군인들의 영양 식품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칭기즈칸 기마부대의 주요 식량 또한 바로 ‘분유’였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따르면 몽골군은 동물의 젖을 끓여서 유지방을 제거하고 반죽한 후 햇볕에 말려 먹었다고 한다. 기마 부대는 1인당 분유 4.5kg씩 가지고 원정을 나갔다. 이 정도 양은 20일 이상 버틸 수 있는 식량으로 추측된다. 몽골군이 가지고 다닌 분유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루 형태는 아니었고, 분유 바 형식으로 만들어서 다녔다고 한다.

4. 탕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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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으로 골머리를 썩던 중국은 아편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명을 내린다. 영국이 이를 별로 귀담아듣지 않자, 양국 감정의 골은 깊어만 지고 마침내 '아편 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아편 전쟁은 중국의 처참한 패배로 끝이 난다. 승리한 영국은 홍콩, 광저우 등지에서 활개를 쳤다. 그러나 포크나 숟가락을 사용하던 영국인에게 젓가락 사용해 먹는 음식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중국은 항의하는 영국인들을 달래기 위해 돼지고기를 한 입 크기로 만들어, 튀긴 뒤 새콤달콤한 소스를 부었는데, 이것이 바로 탕수육이다. 지금이야 중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했지만, 탕수육의 유래는 영국인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만든 굴욕적인 음식이었다.

5. 필라프 · 빠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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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스 대왕은 페르시아 제국을 정복한 뒤 동쪽으로 나아갔지만 스키타이족과 중앙아시아의 토착 귀족들이 이를 강하게 저항했다. 특히, 영주인 '옥시아르테스'는 약 3년 동안이나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맞서 싸웠다. 그러나 결국, 알렉산드로스의 끈질긴 싸움에 두 손, 두 발을 들게 된다. 항복의 의미로 옥시아르테스는 알렉사드로스 대왕을 요새에 초청해 우리나라 볶음밥과 비슷한 밥 요리인 플롭을 대접한다. 그 맛에 감탄한 알렉산드로스는 군사들에게도 먹이면서 널리 알려졌고, 세월이 흐르면서 유럽 각국으로 퍼져 나갔다. 이탈리아의 쌀 요리인 필라프와 스페인의 볶음밥인 파에야가 모두 플롭에서 파생된 음식이다.

6. 설렁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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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교과서에서 배운 소설,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의 설렁탕은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여러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박혀 있다. 김첨지가 설렁탕을 끝내 아내에게 먹이지 못한 비극적인 결말은 그 설렁탕의 맛을 알기에 더욱더 안타깝다. 한국 소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설렁탕은 실은 몽골의 침략 이후에 한반도에 들어온 음식이다. 소떼와 양떼를 몰고 다니는 유목민인 몽골인들은 쇠고기에 야생 파를 넣어 끓인 '술렝sulen'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이 음식이 몽골과의 항쟁 이후에 고려에 전파된 설렁탕이다.

7. 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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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술인 소주. 간단한 술자리, 거창한 회식 자리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국민 술, 소주가 실은 몽골인들이 고려를 침략했을 때 전해졌다는 게 믿어지는가. 고려 시대 무신 정권기 때, 고려를 자신의 부마국으로 만든 원나라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일본 해상 원정을 강행했다. 이때 원나라 군사들이 안동과 제주도에 오랫동안 주둔했다. 안동에 주둔한 원나라 군사들은 독한 술을 즐겨 마셨는데, 이 술이 고려 백성들에게도 전파됐다. 그 술이 바로 소주이다. 따라서 안동소주가 소주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8. 크루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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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은 600여 년 동안 세계를 호령하며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세 대륙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했다. 유럽 대륙에 특히 더 신경을 쓴 오스만제국은 오스트리아 빈을 공격했다. 강렬히 저항하던 빈을 위해 여러 지역에서 동맹군을 결성해 빈을 도왔고, 결국 승리하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피터 벤더'라는 제빵사는 이 역사적인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오스만 군대의 군기에 그려진 초승달 모양을 본떠 빵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크루아상이다. 이후 크루아상은 오스트리아인이 즐겨 먹는 음식이 되었고, 오스트리아 출신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 왕실의 왕비가 되면서 프랑스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9. 스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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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은 중독적인 짭짤한 맛과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에 엄청난 붐이 일었다.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스팸의 인기는 더욱더 치솟았다.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국은 독일 해군의 잠수함 작전 때문에 제대로 식량을 공급받기 어려웠다. 특히 독일 해군은 영국으로 가는 연합국 측의 보급선을 무차별적으로 격침해 영국을 곤경에 빠뜨렸다. 이런 사정으로 미국은 영국에 비행기로 물량을 공급했는데, 그중 하나가 스팸이다. 독일군의 연일 계속되는 런던 폭격으로,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군인들과 시민들은 끼니를 스팸으로 때웠다고 한다.

10. 오믈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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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레시피로 여전히 인기가 높은 오믈렛은 특이하게도 나폴레옹과 관련된 일화가 있다. 나폴레옹이 군대를 이끌고 프랑스 남부를 지나다, 베시에르라는 마을에 머무르게 되었다. 한 여관에서 저녁 식사를 하게 된 나폴레옹은 오믈렛의 환상적인 맛에 입맛을 사로잡혔다. 오믈렛에 감동한 나폴레옹은 병사들도 먹어야 한다며 마을에 있는 모든 달걀을 넣어, 초대형 오믈렛을 만들라는 명령을 내렸다. 병사들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알겠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고역이었을 듯싶다. 이때부터 오믈렛이 프랑스인, 나아가 유럽인에게 단합을 상징하는 음식이 됐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2018.11.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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