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처럼 쌓이는 쓰레기… 매일 50만t씩 배출

[그린액션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

코로나이후 1년새 9% 늘어 최대

동아일보

국내 하루 평균 쓰레기 배출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50만 t을 넘어섰다. 2050년이 목표인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0이 되는 개념)을 달성하려면 일회용 플라스틱 등 쓰레기부터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9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20년 일평균 폐기물 발생량은 54만872t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49만7238t) 대비 8.8%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연간 기준으로 약 1억9740만 t. 15t 덤프트럭 1316만 대를 가득 채우는 양이다. 환경단체 등에선 지난해 국내 쓰레기 배출량이 처음 2억 t을 넘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8∼2020년 3년 동안 국내 폐기물 증가 추세는 연 7%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집콕’ 일상화에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도 늘어나고 있다. 2020년 가정에서 분리 배출된 폐합성수지는 3065t으로 전년(2604t) 대비 17.7% 급증했다. 음식 배달과 택배 주문이 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과 포장재 사용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갈수록 높아지는 ‘쓰레기 산’은 우리에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경고다. 지난해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은 88kg. 미국 130kg, 영국 99kg에 이어 전 세계 3위였다.

코로나로 배달용기 급증… 가정서 일회용 플라스틱 1주 92개 배출

〈1〉 하루 평균 쓰레기 50만t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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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인천의 한 자원순환업체 하역장에 분리 배출된 폐기물로 이뤄진 15m 높이의 쓰레기 산 이 있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된 2020년 기준으로 페트병과 비닐, 스티로폼 등 폐합성수지류의 국내 배출량은 전년 대비 11.7% 늘었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배달 용기가 갑자기 너무 늘었어요. 2년 전부터는 아예 이런 재질의 플라스틱 분류 공간을 더 넓혔습니다.”


6일 동아일보 취재진이 찾아간 인천의 A자원순환업체. 한 직원이 작업장 구석에 산처럼 쌓아 둔 배달 용기 등 폴리프로필렌(PP) 재활용품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가 말한 ‘2년 전’은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시점이다. 이 직원은 “코로나19 발생 이후부터 예전과 달리 활동량이 줄어드는 겨울에도 폐기물 배출이 전혀 줄지 않는다”며 “선별 인력이 부족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곳에 쌓여 있는 성인 남성 허리 정도 높이의 플라스틱 수거 봉투를 직접 뜯어 봤다. 절반가량이 생수와 음료 등을 담는 용기였다. 음식물 얼룩이 남은 배달 용기도 10개 중 2, 3개꼴로 나왔다. 나머지도 대부분 일회용 반찬통, 냉동식품 용기 등 ‘코로나19 시대’의 일상을 반영한 폐기물이었다.


지난해 8월 그린피스가 발표한 ‘플라스틱 집콕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정 한 곳이 1주일 동안 내놓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수는 평균 92개에 달한다. 이것부터 줄여야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 ‘플라스틱에 관대한 문화’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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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기관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3번째로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이 많은 나라다.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관대하다. 지난해 4월 국제 리서치기관 스태티스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은 2019년 1인당 비닐 봉투 460개, 페트병 96개, 플라스틱 컵 65개를 사용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상황이 더 나빠졌다. 특히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게 일상화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더욱 둔감해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처음 시행된 2020년 국내 음식 배달량과 택배 주문 건수는 각각 전년 대비 75.1%와 19.8% 급증했다.


전국 각지에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 산’의 높이를 낮추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덜 쓰고, 다시 쓰는 것이다. 정부가 4월부터 카페 내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11월부터 편의점 등 소규모 점포의 비닐 봉투 사용을 금지한 것 역시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뉴질랜드에서는 2023년부터 플라스틱 쇼핑백과 식기류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2025년부터는 모든 음식과 음료 포장에 플라스틱을 쓸 수 없다. 프랑스는 올 1월부터 과일 채소의 플라스틱 포장 제한을 시작하면서 2040년 일회용 플라스틱을 전면 퇴출할 계획이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를 위한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로드맵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플라스틱 포크와 칼, 배달 용기 등을 아예 못 쓰게 하는 캐나다처럼 다회용 식기와 포장재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 플라스틱 순환 이용률 높여야

7일 경기 화성시의 플라스틱 재생업체인 새롬ENG. 페트 재질을 분쇄하는 기계에서 하얀 쌀가루 같은 조각이 쏟아졌다. 페트병을 압축한 뒤 잘게 부순 ‘플레이크’다. 이를 페트병이나 화장품 용기 등으로 재활용한다. 여기서 만든 플레이크는 유럽으로도 수출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재생원료 사용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재활용품을 수거해 선별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비용이 더 싸기 때문이다. 유연기 새롬ENG 대표는 “적극적으로 플라스틱을 분류할 이유가 없으니 그냥 폐기되는 게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플라스틱 순환 이용률(실질재활용률)은 56%다.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각 가정의 분리배출 참여가 꼭 필요하다. 2020년 12월 공동주택에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가 시작됐고, 지난해 12월부터는 모든 주택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아직도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 참여율은 낮다. 한 재활용품 수거업체 대표는 “아파트 4만 채에서 분리 배출되는 투명 페트병이 한 주에 평균 100kg 정도 된다. 이보다 훨씬 많은 투명 페트병이 일반 플라스틱과 함께 버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플라스틱 재활용을 늘리기 위해선 플라스틱 제조 단계부터 재생원료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부터 재생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새 플라스틱을 쓴 포장재에는 kg당 0.8유로(약 1088원)의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2023년부터 플라스틱 제조업체에 재생원료 사용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2030년에는 플라스틱 페트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 재생원료를 30% 이상 쓰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의 플라스틱 순환 이용률 목표치는 2050년 95%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앞으로 선진국의 재생원료 사용 의무가 더 늘어날 것인 만큼 국내 기업들도 제품 기획 단계부터 재생원료 사용을 고민해야 한다”며 “가정에서는 재활용품을 더 세밀하게 분류하고 정부는 재활용품 선별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노멀 된 이상기후”… ‘탄소중립’ 서둘러야 파국 막는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보니


지난해 전 세계는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에 몸살을 앓았다. 연초 미국 텍사스에는 이례적인 한파와 폭설이 찾아왔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는 여름 3개월 동안 초대형 산불과 고온 현상이 지속됐다. 독일 벨기에 등 유럽은 ‘100년 만의 폭우’ 피해가 발생했다. 한국도 지난해 10월 대구의 낮 최고기온이 여름 수준인 31.5도까지 오르는 등 이상기후가 발생했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 강력해지고 잦아질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것이 이제 ‘뉴노멀(새로운 정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개인, 기업, 정부 등 모두가 나서야 한다. 2018년 유엔 산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해수면 상승, 생태계 파괴 등을 감안할 때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유지해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막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탄소중립은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여기엔 전 분야에서 이뤄야 할 전환 방향이 담겨 있다.


향후 가장 급격한 변화가 예고된 분야는 에너지 분야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이면 석탄발전이 사라진다. 석탄발전은 국내 에너지원별 발전량 중 35.6%(2020년 기준)를 차지해 비중이 가장 크다. 석탄발전을 완전히 중단하는 대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0년 6.6%에서 2050년 60.9∼70.8%까지 늘릴 계획이다.


산업 분야 변화도 불가피하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정유 등 한국의 기간산업 대부분이 화석연료와 이별해야 한다. 작업 공정도 더 효율적으로 바꿔야 한다. 2018년 2억6050만 t이던 산업 분야의 온실가스 발생량을 2050년 5110만 t까지 낮추는 게 정부의 목표다.


도로에는 전기차와 수소차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승용차 통행량을 지금보다 15% 줄이는 것이 목표인 만큼 차량 공유 산업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물의 냉난방용 에너지 소비 효율을 끌어올리고, 가축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을 줄이는 것도 주요 과제다.


이승희 경기대 융합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원순환율을 높이는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2022.01.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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