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이 대세?… 감칠맛 아귀찜에 한 표!

[푸드]by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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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원조 할아버지 아구찜’의 아귀찜. 임선영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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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들뜨지 않은 분위기와 맵지 않은 음식을 좋아한다. 이런 개인 취향을 반영하듯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아귀찜을 찾았는데 쉽지 않았다. 요즘 아귀찜 전문점들은 대부분 어떻게 하면 더 맵고 칼칼하거나, 달근하게 할까 고민하며 경쟁 중이기 때문이다. 발품을 팔다 찾아낸 식당이 있으니 서울 서초구 ‘원조 할아버지 아구찜’이다. 그곳에서 맵지 않고 감칠맛은 으뜸인 아귀찜을 맛볼 수 있었다. 손님이 매운 정도를 정할 수 있다. 하나도 맵지 않은 0단계부터 1단계 순한 맛, 2단계 매운 라면 정도의 약간 매운맛, 3단계 본격적인 매운맛, 4단계 좀 더 매운맛, 5단계 ‘핵폭탄’ 매운맛까지 있다.


양질의 식재료도 장점이다. 푸짐하게 들어 있는 아귀는 살점이 아주 쫀득하다. 이곳은 배에서 잡는 즉시 급랭하는 선동(船凍) 아귀를 쓴다. 해동 기술이 남다른 이 집 사장은 수분이 질척거리지 않고 살점은 쫄깃하며 껍질은 젤리 식감처럼 아귀를 조리해 낸다. 찰지고 쫄깃한 살점이 닭다리를 뜯어 먹는 것처럼 맛있다. 푸짐하게 들어간 콩나물은 양념에 개운한 감칠맛을 가미한다. 미더덕을 씹으면 시원하고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톡톡 터진다. 아귀 내장은 버터를 뭉텅뭉텅 씹는 것처럼 녹진한 풍미를 더한다. 매실, 양파, 대봉 등을 발효청으로 만들어 간장게장을 만들고 각종 조림이나 무침의 양념으로 쓴다. 인공적이고 자극적인 맛보다 자연이 녹아든 풍미와 몸에 이로운 음식들이다.


기본 밑반찬도 정갈하다. 이곳은 전국 각지에서 유기농이나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는 지인들로부터 식재료를 받는다. 직접 담가 잘 삭힌 총각김치는 그야말로 예술이다. 아삭아삭 씹어 먹으면 막힌 속이 뻥 뚫린다. 감자를 직접 갈아 바삭하게 부쳐주는 감자전을 비롯해 고추절임, 멸치볶음, 애호박무침, 감자볶음 등 엄마의 손길로 마련한 집밥의 향연이다.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도 있다. 밥을 안칠 때 식물성 오일 1, 2스푼을 넣고 지은 후 저온 저장해 백미 전분을 저항성 전분으로 바꾼다. 손님에게 낼 때는 다시 온기를 불어넣는데, 이런 쌀밥은 식후 혈당을 급격히 높이지 않고 칼로리는 낮다. 덮밥 메뉴에는 저혈당 쌀밥이 들어가는데, 꼬들꼬들하고 쫀득한 쌀밥 식감이 덮밥 주재료의 맛을 입체적으로 살려준다.


식구처럼 따뜻하게 맞아주는 식당 사람들도 인상적이다. 아귀찜을 밥에 올려 먹다 보면 수시로 부족한 반찬들을 가져다주고, 어르신을 모시고 갔을 때는 밥을 말아 드시라며 우거지 된장국을 내줬다. 이제 40년 전통을 이어가는 이곳은 건강한 음식을 베풀고자 하는 마인드와 동네 단골들의 애정이 합쳐져 공공의 밥집이 되고 있다.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2021.10.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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