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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여름철 수분섭취 지나치면 ‘독’이 된다

by동아일보

동아일보

본격적으로 여름철로 들어서면서 운동마니아들 사이에선 ‘여름철 슬기로운 운동법’이 나돌고 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하는 운동. 혹은 홈 트레이닝이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마라톤, 등산, 사이클 등 야외 운동을 한다면 조심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더위를 피해 새벽이나 저녁에 운동을 해야 한다’, ‘숲이 우거진 오솔길에서 달리면 좋다’, ‘열을 식혀주는 스포츠웨어를 입고하면 좋다’… 등 조언들이 많다.


하지만 여름철에 가장 중요한 것은 수분 섭취이다. 평소보다 많이 빠져 나가는 수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섭취하느냐에 따라 운동이 즐거울 수도, 고행일 수도 있다. 여름철 운동할 때 이온음료를 마셔야 할까? 물을 마셔야할까? 얼마나 마셔야 할까? 여름철 수분섭취의 패러독스(Paradox)를 알아본다.


최근 다양한 스포츠음료가 나와 ‘운동 땐 이것을 마셔야 한다’고 유혹한다. 스포츠음료, 즉 이온음료는 스포츠 과학적으로 운동할 때 몸에서 빠져 나가는 전해질을 잘 흡수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전해질은 나트륨과 염소, 칼륨 등 몸속의 신경 전달 물질을 말한다. 엘리트 마라톤 선수들의 경우 5km마다 자신만의 특별한 음료를 마시며 달린다. 빠져나가는 수분 및 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다. 전해질은 보충되지 않으면 피로가 쌓인다. 격렬한 운동을 장시간 할 경우 신경 전달 물질인 전해질이 적절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근육 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무더운 여름엔 운동하기 전 약 200~300ml의 물을 마시고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15분마다 한번 씩 물을 마실 것을 권유한다. 운동을 마친 뒤에도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라고 한다. 이온음료라면 더 좋다고 한다. 여름엔 수분이 많이 빠져 나가기 때문에 그만큼 보충해줘야 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운동생리학적으로 수년간의 연구한 결과 이는 잘못된 가이드라는 게 밝혀졌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 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는 1990년대부터 스포츠음료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과연 스포츠음료가 물보다 더 효과적인가’, ‘어느 정도 마셔야 하는가’ 등 다양한 연구를 했다. 결론은 ‘굳이 스포츠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되며 여름에도 수분을 많이 섭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스포츠음료의 경우 스포츠 과학적으로 일리는 있지만 운동생리학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다는 게 결론이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등 과거부터 슈퍼스타들이 광고에 등장에 ‘스포츠음료, 마시면 좋다’고 강조는 하지만 운동생리학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포츠음료를 만드는 회사들이 스포츠과학자들과 협동으로 ‘이온음료는 물보다는 더 운동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구 표본이 너무 작아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음료를 마실 경우 물보다 운동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은 ‘플라시보 효과(위약 효과)’라고 결론지었다. 스포츠 음료라고 얘기하고 실험을 진행해 피험자들이 그렇게 느껴졌을 뿐 실제론 물을 마셨을 때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스포츠 음료를 마신다고 운동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물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스포츠학자들의 결론이다.


연구 결과 물 만으로도 체내 전해질 대사에 큰 문제가 없었다. 우리가 평소 섭취한 음식물에 운동할 수 있는 영양소가 충분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탈수에 대해선 ‘오해’가 너무 컸다. 그동안 스포츠음료 회사들과 일부 스포츠과학자들이 심한 운동을 할 경우, 더운 날씨에 운동을 할 경우, 스포츠음료나 물을 충분하게 마셔야 한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이런 권고는 ‘과장’ 이었다. 운동생리학적으로 수분이 빠져 나가면 우리 몸은 그에 대처하게 된다. 혈장삼투압(Plasma Osmolality·물과 혈장을 반투막 사이에 두고 전체의 용질농도를 일정하게 하기 위해 반투막에 가해지는 압력) 현상이 나타난다. 땀을 흘리면 뇌에서 혈장삼투압이 높아지는 것을 인지한 뒤 항이뇨호르몬인 ADH(Antidiuretic Hormone)를 방출한다. ADH는 신장에 수분통로를 활성하게 해 수분을 피로 흘러들게 한다. 수분이 혈액으로 다시 흡수되면 혈액삽투압이 정상으로 돌아가게 되고 ADH 방출도 끝난다. 전해질이 조그만 떨어져도 이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탈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기제를 연구한 켈리 앤 힌드만 미국 앨러배마대학교 버밍햄캠퍼스 교수는 “사람들이 탈수에 대해 고민하는데 이렇게 우리 몸은 수분을 잘 보존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업다. 오히려 물을 많이 마시면 체내 수분과다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라톤대회에서 탈수로 숨진 경우는 없지만 체내 수분과다로 인한 저나트륨혈증(Hyponatremia)으로 사망한 사례는 있었다. 2002년 보스턴마라톤 대회 때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488명의 완주자 혈액 샘플을 살펴본 결과 13%가 저나트륨혈증이었다. 이중 3명은 생명에 위험을 느낄 정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물을 너무 많이 마셔 나타난 현상이다. 물을 너무 마셔 혈액이 묽어지면 두통, 구역질 등이 나타나고 심하면 의식 장애는 물론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피가 너무 묽어져 체내 시스템이 무너져 나타나는 현상이다. 스포츠학자들은 ‘우리 몸은 땀을 흘리면 그에 맞게 혈액 전해질을 맞춰준다. 물을 마시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적절하게 마시되 너무 많이 마시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럼 어떻게 마셔야 적당할까. ’목이 마를 때 마셔라‘가 정답이다. 잠이 올 때 잠을 자야하듯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시는 게 가장 좋다는 얘기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는 최근 탈수현상보다는 저나트륨혈증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분 섭취는 ’목마를 때 물을 하시 되 체중의 2%이상 수분이 빠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은 ’우리 몸은 물과 스포츠음료를 흠뻑 들이켜지 않고도 살아남게 진화했다. 당신의 몸이 물이 필요하다면 그 때 마셔라. 미리 물을 마실 필요는 없다‘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은 ”뭐든 적당한 게 좋은 것이다. 음식으로도 충분히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으니 특별하게 극한 사항이 아니라면 물만 잘 먹어도 충분하다. 1~3시간 운동을 한다고 가정한다면 운동 30분전 100~200ml 마시고, 운동 중 목 마를 때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물이든 스포츠 음료든 기호에 따라 적당하게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더우면 물을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는데 지나치면 저나트륨혈증이 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송 실장은 ”운동 후에 기호에 따라서 스포츠음료는 마셔도 되겠지만, 근육운동 후에는 근손상 회복을 위해 단백질(우유, 두유, 쇠고기, 계란)과 비타민C 섭취가 근회복에 좋다“고 덧붙였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덥다고 너무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