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겨울을 깨운 겨울의 나라

[테크]by 김국현

리눅스를 탄생시킨 핀란드가 알려준 바와 같이 추운 겨울은 컴퓨터를 하기에 최적의 기후 조건이다. 길어진 밤, 코드와 함께 깊은 밤을 순항하는 낭만적인 겨울.

 

낭만적이고도 추운 겨울 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하나 있다. 바로 캐나다. 하지만 이 캐나다가 의외의 IT 강국이라는 점을 우리는 잘 모른다.

 

캐나다는 21세기형 인공지능의 원산지였다. 딥러닝이라고 알려진 새로운 기계학습법은 대개 캐나다에서 나고 자랐다. 캐나다의 추운 겨울,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만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봄이 도래하자 빛을 내기 시작했다.

 

토론토 대학의 명예교수이자 구글 부사장인 제프리 힌튼은 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가 설립한 이미지 인식 스타트업 DNN리서치를 구글이 인수, 오늘날의 구글 포토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

 

10여 년 전의 세상만 해도 그들이 연구하던 신경망은 한물간 기술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토론토 대학의 구성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토론토에 위치한 정부 지원 연구 기관이던 CIFAR(Canadian Institute for Advanced Research)도 이에 못지 않게 낙관적이었다. (지금도 인공지능 벤치마크에 많이 쓰이는 CIFAR-10, CIFAR-100 데이터셋의 바로 그 CIFAR다.) 이렇게 한 지방의 정부와 한 지방의 대학은 손을 맞잡고 길고 긴 인공지능의 겨울을 함께 지내기로 한다. 딥러닝은 그렇게 탄생한 것이었다.

인공지능의 겨울을 깨운 겨울의 나라

딥러닝 대박 이후 토론토 대학이 배출한 인재들은 높은 몸값으로 입도선매된다. 토론토 대학의 졸업생이 설립한 스타트업들도 인기가 있어서 휏랩(Whetlab) 등을 트위터 등이 구매해 갔다. 인재는 국경 넘어 속속 미국으로 유출되었다. 국경에 벽도 없고, 말도 잘 통하는 데다가 기회가 더 크니, 캐나다로서는 걱정될 법도 하다. 그들은 왜 떠나는 것일까? 미국이라는 큰물에는 자극을 줄 수 있는 인재와 연구를 받쳐줄 시설과 그리고 저규제 사회만이 제공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인재가 흘러나가도 파 내려간 우물이 충분히 깊다면 괜찮다고 그곳의 정부와 학교는 생각한 듯하다.

 

작년 캐나다 정부는 몬트리올 대학 및 몬트리올 폴리텍 대학 등 산학연계로 2000억 원대 규모의 지원을 시작했다. 이 노력이 마중물이 되어 AI 인재 인큐베이터 등이 생겼고, 구글은 관련 시설에 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집행했다. 구글의 몬트리올 AI 연구소도 설립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인공지능 전용 펀드를 조성 몬트리올의 한 AI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딥러닝 분야를 일군 후 캐나다에 남아 커뮤니티 복원에 힘쓰고 있는 요슈아 벤지오 교수의 스타트업이었다.

 

이런 안팎의 노력 덕에 캐나다는 인공지능의 1번지가 되었다. 블랙베리나 노텔 등 캐나다산 IT 기업들의 존재감이 옅어진 시대, 새로운 먹거리의 싹이 동토 어딘가에서 움트고 있었다. 이제 그 토양을 알아본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AI 부문을 아예 캐나다에 두기도 한다. GM이나 톰슨 로이터 등이 그런 회사들이다.

 

지금 무엇보다 활발해진 것은 스타트업 문화다. 삼성벤처스가 20억원을 초기 투자하고 LG 등을 고객으로 가지고 있는 음성 특화 인공지능 회사 말루바(Maluuba)도 워털루에서 태동해 몬트리올에 뿌리 내린 회사. 이 회사는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에 전격 인수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참에 몬트리올 대학에 60억 원, 맥길 대학에 1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기업이 클 수 있는 사회가 되면, 그 기업은 이렇게 사회를 위한 열매를 맺는다. 정부의 지원은 여기에 주는 비료와 같은 것. 대한민국 미래부는 지능정보기술만을 위해 2017년도 2,242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비료의 양만큼은 캐나다 급이다.

201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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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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