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마라’ 계속되는 질주... 음식, 더 달고 더 자극적여지다

[푸드]by 핸드메이커

탕후루 /독자제공

요즘 번화가를 걷다 보면 꼭 만나게 되는 가게가 있다. 바로 형형색색의 과일을 꽂아 만든 ‘탕후루’ 가게다. 탕후루가 MZ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를 판매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이보다 더 앞서 인기를 끌었던 음식은 ‘마라’다. 마라탕과 마라샹궈의 유행은 꽤 오래 유지되고 있는데 이 역시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진다. 마라가 가진 특유의 마한 맛과 함께 매운 맛을 단계별로 즐기는 이들이 많다.


탕후루부터 마라까지 최근 더 달고 더 자극적인 메뉴가 외식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또 외식에 길들여진 한국인의 입맛도 이에 따라 점차 변화는 추세다. 그렇다면 왜 우리 입맛은 점점 더 자극적여 지는 걸까. 탕후루와 마라 유행에 대해 되짚어봤다.

MZ세대 사로잡은 달달한 ‘탕후루’

지난달 22일 KB국민카드가 발표한 ‘디저트 전문점과 오락서비스 업종의 신용카드, 체크카드 매출액과 신규가맹점 비중’ 분석 결과를 보면 디저트 전문점의 카드 매출이 전년보다 19% 늘었다고 한다.


이중 매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디저트 부문은 탕후루다. 지난해 전국 탕후루 전문점의 카드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1,678%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탕후루 전문점의 신규 가맹점 등록율도 1,339%로 급증했다. 이는 각 2위와 3위를 차지한 베이글·추로스 전문점, 아이스크림 전문점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탕후루 전문점이 늘고 있다 /크라우드픽

눈에 띄는 점은 연령별 매출액이다. 연령별 디저트 매출액의 비중은 40대가 23%로 가장 높지만, 탕후루 전문점의 연령별 매출액 비중은 10대 9%, 20대 37%로 이를 합한 MZ세대에서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탕후루, 어디서 왔을까

탕후루는 바삭하게 씹히는 설탕 코팅 안에 새콤 달달한 과일이 들어 있는 디저트다. 이 달달한 디저트에 매료된 젊은 층이 늘어나며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SNS 등을 통해 급격하게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탕후루는 본래 중국 북경 지역을 대표하는 간식이었다. 과일 겉면이 설탕으로 코팅되어 있어 특유의 단맛이 특징이고 이는 충분한 열량 보충에 도움이 되기도 해 겨울철에 즐겨 먹었다고 한다. 이렇게 중국 북쪽 지방에서 주로 먹었던 탕후루는 현재 중국 대륙을 넘어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과일을 설탕으로 코팅한 간식으로 열량이 높다 /독자제공

형태는 물론 만드는 방법도 단순한 편이다. 각종 과일을 꼬치에 꽂은 채로 뜨겁게 끓여낸 설탕물을 입혀준 후에 굳히면 탕후루가 완성된다. 재료로는 딸기가 가장 흔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는 샤인머스켓이나 블랙사파이어, 귤, 파인애플 등을 꼬치에 꽂아서 만들기도 하며 이처럼 다양한 과일이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종류도 다양하다.

다양한 과일이 재료가 된다 /독자제공

그렇다면 중국에서 탕후루를 처음 먹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 일까. 탕후루의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일부 문헌에서 탕후루와 비슷한 음식의 원형에 대한 내용이 발견된다. 청나라 문인 돈숭이 쓴 북경의 세시 풍속을 다룬 책 ‘연경세시기’에 등장하는 한 음식이 이에 해당하며 이 음식은 포도나 해당과, 산딸기, 산사열매 등을 꿴 후 삥탕에 찍어 먹는데 달콤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고 한다.


삥탕(빙탕)은 현대 ‘얼음사탕’으로 번역된다. 또한 식자재로 쓰이는 사탕수수를 제련한 설탕을 가공한 결정체를 이렇게 부르기도 하며, 과일을 설탕에 찍어서 먹는 음식을 말하는 만큼 이는 탕후루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외에도 탕후루의 원형이 중국 남송 시대 송광종의 한 후궁을 치료하기 위한 약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산사나무 열매와 흑설탕을 달여 만든 약이 탕후루의 원형이었다는 시각인데 이를 먹은 송광종의 후궁이 건강을 회복하면서 이 음식이 민간에 겨울철 간식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실제로 현대에는 다양한 과일이 재료가 되지만 중국 전통적인 탕후루의 재료로 산사나무 열매가 쓰이는 사례가 많아 이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산사나무 열매 /픽사베이

또 다른 설에 의하면 요나라를 세운 거란족이 먼저 탕후루를 먹었고 이 간식이 중국 북송에 유입되었다는 이야기도 존재하는 등 탕후루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탕후루’ 국내 인기는?

국내에서 탕후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와 관련된 유행도 늘고 있다. 탕후루를 먹어봤는지, 안 먹어봤는지가 젊은층과 중년층을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하며, 최근에는 고구마 맛탕이나 멸치볶음 등을 ‘고구마 탕후루’, ‘멸치 탕후루’라고 부르며 K-탕후루로 명명할 정도다.


탕후루 자체를 콘텐츠화 하는 유튜버도 많다. 유명 연예인이 탕후루를 처음 먹어보는 영상을 찍기도 하고 치과의사가 직접 탕후루를 맛보면서 리뷰한 콘텐츠도 존재한다. 또 탕후루의 설탕 코팅이 씹히는 소리를 주제로 ASMR을 만들거나 탕후루를 만들어 보는 경우도 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떡볶이 리뷰 전문 유튜버 떡볶퀸이 ‘떡볶이 탕후루’를 만들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떡볶이 탕후루 / 유튜브 채널 '떡볶퀸 Tteokbokqueen' 영상 중 갈무리

탕후루의 변주 역시 심상치 않다. 인천의 한 탕후루 전문점은 탕후루 오마카세를 내놨다. 다양한 재료로 만든 탕후루 7종과 아메리카노를 세트로 맛 볼 수 있는 구성으로 오이나 가래떡, 어묵 등의 재료가 쓰여 주목받았다. 이는 아나운서 장성규가 출연한 워크맨에서도 다루면서 네티즌들에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이 탕후루의 등장 / 유튜브 채널 '워크맨-Workman' 영상 중 갈무리

놀라운 점은 탕후루가 기존의 다양한 디저트들에 응용되면서 색다른 메뉴로 재탄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탕후루 오마카세로 화제가 된 전문점에서는 우유 얼음 위에 다양한 탕후루 토핑을 올린 빙수나 조각케이크 그리고 탕후루 크레페와 그릭요거트 등의 메뉴를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디저트 전문점에서는 탕후루를 올린 마카롱을 출시하기도 했으며, 추석 시즌을 맞아 송편을 재료로 한 송편 탕후루가 나오기도 했다. 또 탕후루를 곁들인 하이볼도 등장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창조되며 탕후루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트레스 풀 때는 강력한 ‘마라’의 맛

달디단 탕후루의 유행 전에는 ‘마라’가 존재했다. 국내에서 마라가 유행하면서 역시 다양한 마라 전문점이 각 지역 마다 문을 열었다. 놀라운 점은 꽤 매운 맛이 주가 된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10대들에게 마라의 인기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먹음직스러운 마라탕 /독자제공

마라 전문점에서는 보통 재료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청경채, 숙주, 배추 등 다양한 채소들을 직접 바구니에 담고 무게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며 이를 탕으로 먹을지, 볶음요리인 샹궈로 먹을지 매운맛의 세기와 함께 결정하면 된다. 채소를 고를 때 해산물이나 육류를 함께 고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다양한 재료를 골라서 담는다 /크라우드픽

이 마라탕과 마라샹궈 역시 중국에서 유래한 메뉴다. 마라는 맵고 얼얼한 맛을 내는 중국 쓰촨 지역의 대표 향신료다. 쓰촨 지역에서는 레몬 같은 신맛과 얼얼한 매운 맛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화자오와 뜨거운 매운 맛을 가진 건고추 등을 주로 사용했는데 마라는 이 두가지를 기름에 볶아 만들어 낸 소스다.

마라 소스 /크라우드픽

마라탕 유래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은 쓰촨 지역의 뱃사람들이 처음 먹은 음식이라는 것이다. 산악지대인 쓰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육로가 아닌 배를 타고 양쯔강(장강)을 통해야 한다. 이때 뱃사람들이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식재료들을 넣고 마라 소스와 함께 끓여 먹은 음식이 지금 마라탕의 원형이라는 설명이다.


특유의 자극적인 매운 맛을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로 인기를 끌었으며, 그 후 청두를 중심으로 이 마라 소스를 기반으로 한 메뉴가 퍼져 나갔다. 쓰촨성에서는 이 음식을 ‘마오차이’라고 부르며, 마라상궈와 비슷하게 국물 없이 볶아낸 요리로는 ‘간궈’가 있다.

과자·떡볶이·라면도 ‘마라맛’

놀라운 점은 이 마라 요리가 중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것 역시 꽤 최근의 일이라고 한다. 마오차이가 둥베이 지방을 거쳐 지금의 마라탕의 모습을 갖추고 중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대중적인 음식이 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행하는 마라탕의 모습은 이 둥베이 지방에서 변형을 거친 음식과 가장 닮아 있다.

마라 요리가 MZ세대에게 유행하고 있다 /독자제공

중국 대륙을 넘어 국내에서 마라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역시 다양한 음식에 이 마라의 맛이 응용됐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마라 떡볶이가 있다. 기본 떡볶이에 마라의 얼얼한 매운맛이 더해진 메뉴로 마라가 인기를 끌면서 여러 떡볶이 전문 프랜차이즈에서 이와 관련된 메뉴를 출시했다. 여기에 부드러운 맛을 더한 마라로제의 인기도 높았다.


식품 유통 업계에서도 마라의 맛을 자사의 제품 등에 일부 적용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롯데웰푸드다. 롯데웰푸드(전 롯데제과)는 과자 ‘도리토스 마라맛’을 출시하며 마라맛 스낵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오리온 ‘오징어 땅콩 마라맛’과 ‘도도한 나초 마라맛’, 해태제과 ‘빠새 마라맛’ 등이 출시됐다.


또 삼양식품은 자사의 히트 상품인 불닭 시리즈를 활용해 ‘마라 불닭납작당면’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오뚜기는 ‘컵누들 마라탕컵’ 제품을 내놨다.

‘마라탕후루’의 인기, 달갑지 않은 이유는?

요즘 10대들 사이에서는 ‘마라탕후루’라는 말이 인기다. 식사로 마라탕을 먹고 후식으로 탕후루를 먹는다는 의미다. 다양한 음식 트렌드가 존재하는 것이 나쁜 것 만은 아니지만 일부에서는 이러한 자극적인 음식들의 인기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먼저 탕후루가 가진 높은 당분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다. 처음 탕후루가 인기를 끌기 시작할 때는 ‘과자보다는 과일이 낫지 않겠나’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에 의하면 과일 자체의 당분에 설탕 코팅까지 더해져 건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과일은 당분 흡수가 빨리 이뤄진다는 특징이 있는 만큼 설탕과 함께 먹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당분이 높은 과일에 설탕 코팅까지 입힌 탕후루 /독자제공

탕후루를 먹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설탕 코팅을 씹을 때 입 안에 상처가 생길 수도 있고 이를 씹을 때 치아에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여러 유튜브 영상을 통해 탕후루를 먹다가 입안을 다친 사례가 공개되기도 했으며 코미디언 홍윤화는 탕후루를 먹다가 임플란트가 빠지는 모습을 영상에 게재하기도 했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마라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마라 특유의 자극적인 양념과 많은 양의 기름 등이 문제다. 특히 이를 즐기는 10대들은 성장기로 약한 위장을 가진 경우가 많다. 또 전문가들은 마라탕 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먹는 경우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장 문제, 영양 불균형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자극적인 양념과 많은 양의 기름이 문제인 마라탕 /독자제공

이외에도 위생이나 환경오염 문제도 꾸준히 거론된다. 길거리 음식인 탕후루는 종이컵 사용을 늘릴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 아무렇게 버려진 꼬치와 먹다가 흘린 설탕 조각으로 인해 바닥이 끈적하게 변해버려 환경 미화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이 있다.

종이컵 사용 등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독자제공

자극적인 음식 찾는 세대

탕후루와 마라의 유행을 통해 현대인의 식습관이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도 돌아볼 수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먼저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들은 직접 요리를 해먹기 보다는 외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여기에 가장 지대한 공을 세운 문화가 있다면 바로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배달 음식이 있다.


음식점이 늘어날수록 맛이라는 경쟁력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가장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각종 조미료 등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갈수록 외식이나 배달 음식이 자극적여지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직접 요리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다. 실제로 인식할 정도의 달고 짠 맛을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설탕과 간장 등이 쓰여야 한다는 점을 말이다.

흥건한 설탕 코팅 /독자제공

또 가장 큰 문제로 언급되는 부분은 스트레스와 과로다. 청년들이 지나친 스트레스와 과로를 겪으면서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된다는 것인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서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나오게 된다. 이는 식욕 증가와 함께 단맛과 짠맛을 찾게 만든다고 한다. 또 매운 음식을 먹을 때는 ‘엔도르핀’ 분비가 활성화되면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


이와 관련해 음식에도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이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자꾸 자극적인 음식을 찾고 이에 중독될 경우 즉각적인 만족감을 얻게 되는 현상을 반복하기 위해서 다시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로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되는 청년들 /독자제공

한편, 최근에는 지나치게 짜고 맵고 달아지는 음식을 경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통해 장 건강을 회복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 본래 한식은 설탕 대신 조청 등을 통해 맛을 내면서 그리 달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맛을 가졌다는 진리를 깨우쳐 가며 ‘슴슴한’ 맛의 매력을 전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은 요리를 통해 식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미각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다양한 음식 트렌드가 발생하며 식탁 위를 점령하는 메뉴들도 다채롭게 변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입장이 하나로 모아지는 상황. 과연 소비자들은 식탁에서 자극적인 음식을 몰아내고 건강한 식습관을 확립할 수 있을지 변화가 기대되는 바다.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2024.03.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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