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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해산물과 양념으로 쉐킷쉐킷 만드는 환상적인 요리, 씨푸드 보일

by핸드메이커

봉투에 담긴 씨푸드 보일 /flickr

투명 봉투 안에 새우와 가재, 게 등의 해산물과 옥수수가 우수수 쏟아져 나온다. 씨푸드 보일은 특이하게 비닐봉지 안에 음식이 들어 있는 모습으로, 요즘은 냄비에 삶은 요리들을 테이블에 한꺼번에 부어 놓고 먹는다. 씨푸드 보일은 지역에 따라 해산물의 종류, 곁들이는 음식, 하다못해 해산물을 삶는지 찌는지 굽는지 날것으로 먹는지에 따라서도 다 다르다.


씨푸드 보일은 저녁 식사에 주로 먹는 음식으로 주말에 지인들이나 교회 모임에서도 볼 수 있으며, 미국의 독립기념일 같은 휴일에는 가족이 친구들을 불러 모아 씨푸드 보일로 파티를 개최하기도 한다. 예로부터 삶거나 굽는 해산물 요리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해안 지역에서 사람들이 해 먹은 요리기도 하다.

게와 새우가 담겨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flickr

새우와 게, 가재 등 해산물이 주재료인 씨푸드 보일은 루이지애나 케이준의 대표적인 전통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음식으로 친다면 해물찜에 가까운 요리다. 즉 루이지애나 케이준 지역에서 해 먹는 해물찜이라 하면 될 것이다. 프랑스, 아프리카, 스페인,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영향을 받아 융합된 요리 문화다. 케이준 지역 사람들은 1600년대 프랑스 정착민의 후손들로, 영국이 이 지역을 장악했을 때 이들은 왕에 충성하지 않겠다고 했고 결국 강제 이주를 당한다. 추방된 이들은 영국의 통치를 받는 대신 동부 해안을 따라가며 지금의 루이지애나 지역에 정착한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세인트 마틴 패리시(St. Martin Parish)에 있는 도시인 브로 브리지의 크로우피쉬 축제는 USA투데이가 선정한 10대 행사 음식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크로우피쉬는 큰 냄비에 민물가재와 감자, 옥수수 등을 넣고 여러 향신료를 넣어 오랫동안 삶아 먹는 요리로 씨푸드 보일과 결을 같이 한다. 이 축제는 3일간 가재 요리와 함께 사람들이 콘서트를 즐긴다고 한다.


1950-60년대엔 프렌치 쿼터의 보헤미안들에게 매년 새우를 삶아 요리를 대접했다는 일화도 있었다. 200명의 손님을 위해 400파운드(약 180kg)의 새우와 400마리의 게를 삶고 100리터가 넘는 맥주 통 8개를 마셨다고 하니 파티 규모도 어마어마했을 것으로 보인다. 씨푸드 보일은 대규모 모임을 위한 식사였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준비될 수 있어야 했다.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끓이는 건 한 번에 준비할 수 있으니 빠르고 쉬운 방법이기도 했다. 가재, 새우, 게, 감자, 옥수수 등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포만감 있으면서도 풍미 가득한 요리를 만들 방법이었다.

씨푸드 보일의 핵심인 가재 /flickr

루이지애나는 가재의 도시라고도 불리는데, 가재는 예로부터 사람들의 영양 공급원이었다. 1983년 루이지애나를 대표하는 주 갑각류로 지정될 정도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2월 말에서 6월 초까지 사람들은 친구와 가족을 집 뒷마당에 모아 놓고 가재 요리를 한다. 가재를 깨끗이 씻어 손질하고, 물을 불에 올린 후 카이엔고추, 파프리카, 핫소스와 월계수잎 등을 으깬 것을 양파와 마늘과 함께 오랫동안 끓인다. 끓으면 냄비에 가재, 옥수수, 감자 등 추가 재료를 넣고 천천히 끓이는 과정을 거친다.


조지아나 캐롤라이나에서는 조개를 삶은 요리를 중심으로 한 사교 모임들이 있었다고 한다. 루이지애나의 씨푸드 보일처럼 흡사한 모습이지만 새우, 옥수수, 소시지, 붉은 감자, 햄 등이 요리에 들어간다. 이것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이나 조지아 해안 지역과 관련된 로우컨트리 요리의 한 종류로 알려져 있다. 루이지애나 케이준 지역 사람들이 씨푸드 보일과 유사한 요리들을 만들었고, 이 요리가 전역에 알려지며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어부들도 낚은 고기들을 요리로 만들며 로우컨트리 보일로 불렀다고 한다.

향신료로 맛을 낸 새우 /flickr

대개 로우컨트리 보일은 새우가 가장 많이 쓰이며 필요에 따라 게나 가재를 추가할 수 있다. 인기 있는 로우컨트리 보일은 새우, 레몬, 양파를 함께 넣고 삶아 톡 쏘는 맛을 내는 것이라 한다. 여기에 옥수수, 소시지, 감자를 넣어 맛을 풍성하게 한다.


미국 대서양 연안에 있는 큰 만인 체서피크 만 지역의 씨푸드 보일에는 꽃게가 주재료였다. 현지인들은 후추, 소금, 파프리카로 만든 시즈닝에 게를 쪄 먹었다. 요리사들은 풍미를 강조하기 위해 맥주나 식초를 넣기도 했다고. 다만 향신료를 많이 추가하진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이 나게끔 하는 게 특징이다.


뉴잉글랜드의 사람들은 조개와 랍스터로 요리를 하는데 특이하게 맥주를 끓는 육수로 사용한다. 정착민들이 이주하면서 조개를 구워 먹는 요리인 조개구이는 냄비에 조개와 향신료를 넣고 끓이는 클램베이크로 진화했다.

씨푸드 보일 /flickr

씨푸드 보일은 지역마다 비슷해 보이지만 곁들이는 향신료나 조미료에 있어 여러 차이를 보인다. 루이지애나는 겨자씨, 고수씨, 카이엔고추, 월계수잎 등으로 향신료를 만든다. 이 혼합물은 대개 분말이나 액체로 만들어 쓰며 소금, 핫소스나 레몬도 필요에 따라 곁들인다. 해안가의 어떤 지역에서는 케찹, 샐러드드레싱을 섞어 쓰기도 한다. 체서피크 만 지역은 한두 가지도 아닌 18가지의 재료를 섞은 향신료를 쓰며 뉴잉글랜드는 향신료를 쓰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맥주를 음식을 삶는 데 쓰는데 알코올이 증발하면서 음식에 맥주 자체의 향과 풍미가 음식에 더해지기 때문이라고.


씨푸드 보일에 가재가 들어가는 이유는 늦봄에 특히 살아 있는 가재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 한다. 씨푸드 보일은 이웃, 친구, 가족이 함께 모이는 대규모의 사교 행사뿐만 아니라 집에서 가족들끼리 모여 먹는 저녁 식사도 된다. 씨푸드 보일은 봄과 여름에 많이 먹는데 가재나 새우, 게 등 해산물이 이 시기 풍부하고 맛도 좋기 때문이다. 특히 가재는 텍사스부터 루이지애나에서는 봄과 초여름(2월부터 5월까지)에 가장 맛이 좋다.

씨푸드 보일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재료인 옥수수와 감자 /pixabay

씨푸드 보일은 여러 재료로 짭짤하고 단맛을 내기 위해 조미료, 야채와 함께 해산물을 넣는다. 가끔 닭고기나 달걀이 들어갈 때도 있는데 보통 해산물을 끓인 요리에 계란이나 닭고기가 들어가게 되면 보통 해산물 요리와는 다른 풍미를 준다고. 달걀이 많은 향신료를 흡수해 지나치게 맵거나 양념이 진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고로 씨푸드 보일에 들어가는 감자도 계란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씨푸드 보일로 파티가 열린 모습 /flickr

씨푸드 보일은 야외에서 큰 냄비에 재료를 넣고 오랫동안 삶거나 굽거나 찐 후에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기본적인 방법은 테이블을 신문지나 식탁보로 덮은 다음 해산물과 야채를 테이블 위에 우르르 붓는 것이다. 사람들은 긴 테이블에 음식을 쏟아놓고 모여 먹는다. 이 파티에는 특이하게 포크나 접시 등 식기가 필요하지 않다. 물론 게 껍데기를 깨야 하는 작은 도구가 필요할 수는 있지만, 대개 사람들이 야외에서 씨푸드 보일을 즐길 땐 모두 맨손으로 음식을 먹는다.


집에서도 씨푸드 보일을 그렇듯하게 흉내 낼 수 있다. 사실상 해물찜이 비슷한 종류니 그냥 해물찜을 해먹는 것도 답일 수 있다. 가재가 주 메인이지만 싫다면 게나 새우로도 괜찮다. 신선한 게는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자른 옥수수와 감자, 소시지를 준비하고 상큼한 향이 좋다면 레몬과 오렌지를 준비해도 된다. 다채로운 재료는 음식의 냄새를 좋게 만든다. 향신료는 올드베이시즈닝, 파프리카, 마늘 가루나 양파 가루, 월계수 잎 등이 있다. 매운 게 좋다면 고추를 추가해도 된다.

소시지, 옥수수, 감자, 게, 새우를 넣고 끓인다 /unsplash

우선 큰 냄비에 향신료를 넣은 물을 끓이고, 끓이는 동안 다른 재료를 준비한다. 감자와 레몬, 오렌지를 반으로 자르고 따로 보관해 둔다. 물이 끓으면 손질한 게를 넣고 몇 분 후 다른 해산물이나 옥수수, 감자, 소시지 같은 재료들을 추가해 조리한다. 게살이 빨갛고, 야채는 포크로 찔렀을 때 쉽게 들어가면 다 익은 것이다.


대개 큰 게는 10~12분 정도, 작은 게는 8~10분 정도 끓인다. 레몬과 오렌지의 즙을 짜 뿌리면 음식의 풍미를 바꿀 수 있다. 해산물 위에 녹인 버터를 부어주면 풍미가 더 살아나며, 파슬리나 허브 등을 뿌리면 음식이 더 다채로워 보인다. 해산물을 그냥 넣는 것이 아닌 올리브오일, 레몬즙, 허브로 만든 양념에 몇 시간 정도 재워둔 후에 삶는 것도 좋다. 삶은 게, 새우, 야채를 신문지를 깐 테이블 위에 올려 맨손으로 하나씩 집어먹는 재미는 특별하다.

씨푸드 보일 /flickr

가족의 저녁 식사를 위해 작은 양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바비큐 파티처럼 지역사회의 대규모 모임을 위해 만들 수도 있는 씨푸드 보일은 해산물 시즌이 한창일 때 더 빛을 발한다. 봄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가마솥 주위에 모여 맛있는 식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일부 지역에서는 바비큐 파티만큼 씨푸드 보일을 만드는 것이 흔한 일이라 한다. 해산물을 가져오는 사람, 끓인 재료와 양념을 가져오는 사람 모두 즐기는 작은 축제라 할 수 있다.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