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세 침탈에도 꿋꿋했던 강화의 건강한 맛
강화에서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만든 음식과 오래된 양조장, 방앗간, 시장 속 정겨운 가게들을 소개합니다. 서울에서 한 시간, 삶이 담긴 맛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윤화의 길라잡이 맛집
![]() ‘카페 곧은’에서 파는 ‘아빠표 카스텔라 인절미. |
서울에서 김포를 지나 다리 하나 건너면 바다가 펼쳐지는 곳이 ‘강화’다. 평화로운 풍광이 먼저 반기지만 그 속에는 파란만장한 역사가 숨어 있다.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 등 주변 강국의 침략부터 서구 열강의 침공까지, 강화도는 서해 최전선에서 고난의 한반도 역사를 오롯이 버텨낸 작은 섬이다.
외세의 침탈 속에서도 강화 사람들은 꿋꿋했다. 바다와 들이 건네는 풍성한 먹거리들은 이들의 삶을 지탱하게 했고, 그 땅을 지키는 손길들은 오늘날까지도 강화의 맛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토박이였던 한 작가는 몇해 전부터 강화의 매력에 빠져 이주한 뒤, 옛집의 골조를 살려서 ‘마니산방’이라는 한옥 공간을 탄생시켰다. 자연에 기대는 삶과 순수한 식재료 사용을 추구해온 주인장은 마냥 머물고 싶은 공간과 더불어 강화의 속살을 알리는 즐거움에 빠져 살고 있다. 그의 눈에 비친 강화의 ‘먹고 마실 곳’이 궁금해졌다.
화도면 장도리에 있는 ‘하늘재’에 오르면, 강화도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탁 트인 풍경을 보니 번잡한 관광지라는 생각은 말끔히 사라지게 된다. 그곳에서 요기 삼아 먹은 ‘이재현 발아현미 찐빵’은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쪄주시던 찐빵을 떠올리게 했다.
강렬한 단맛 대신 구수하고 은근한 맛이 오래 남는다. 강화산 현미와 직접 만든 팥 앙금, 쫄깃한 찐빵피가 조화를 이룬다. 앙금 없는 ‘발아현미 보리 찐빵’ 또한 미뢰(미각 세포)가 반색할 만한 소박한 매력이 가득하다.
길상면 온수리는 시간을 응축한 듯한 동네다. 1931년에 지어져 100년 가까운 세월을 품은 ‘금품 양조장’은 3대째 이어오고 있는 곳으로, 우물과 옛 양조장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이곳에서는 강화도 친환경 쌀과 감미료 없는 건강한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근처 ‘온수 제분소’는 구수한 향기가 객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곳이다. 이곳은 강화도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이 한데 모여 전국 각지로 뻗어나가는 유통 거점이자, 떡을 짓고 기름을 짜는 기계가 바삐 돌아가는 정겨운 동네 방앗간이다.
이처럼 시간의 결이 묻어난 ‘강화 플레이스’들을 따라가다 어느새 나 또한 강화에 정이 들고 말았다.
강화에 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강화풍물시장. 그곳에서 꼭 사 오는 건 ‘말린 새우’다. 투명하게 말려 속살이 비치는 작은 새우를 손에 올려놓고 들여다보면 강화의 세월이 보인다. 강화의 오래된 시간을 올곧이 지키거나 젊은 감성으로 재해석한 장소들을 소개한다. 음식이 곧 삶이자 이야기가 되는 곳들이다.
먹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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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농산물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내는 진짜 밥집. 가족이 먹을 밥을 준비하듯, 메주를 띄우고 장을 담그며, 순무김치와 도토리묵까지 손수 만든다. (인천 강화군 화도면 사기리 234-2/능이한방백숙 7만원, 우렁이청국장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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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꽃메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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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마당에 하얀 집이 한채 있다. 실내외 곳곳에 예술가 모녀의 잔잔한 손길이 닿아 아기자기하다. 메밀전병, 감자전, 들깨수제비 등 건강한 재료로 만든 음식은 속까지 편안하다. (인천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1833/들깨수제비 1만3천원, 메밀순전병 1만5천원)
편가네된장
도넛 모양의 메주로 만든 장에 여러 채소를 넣어 되직하게 끓인 강된장에 비빔밥, 직접 만든 두부부침, 간장게장 등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메뉴가 가득하다. (인천 강화군 화도면 가능포로 89번길 11/강된장비빔밥 1만2천원, 한방간장게장 2만5천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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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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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온수 제분소’, 아들은 바로 옆에서 ‘카페 곧은’을 운영한다. 떡 방앗간에서 만든 아빠표 카스텔라 인절미는 아들표 커피와 참 잘 어울린다. (인천 강화군 길상면 전등사로 80 1층/카스텔라인절미 4천원, 쑥개떡 4천원)
이재현발아현미찐빵
강화의 건강한 재료로 만든 무설탕 수제 찐빵과 만두가 인기. 단맛을 줄이고 소화를 돕는 발아현미로 만든 찐빵은 질리지 않는 맛이다. (인천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1079/무설탕 발아현미찐빵 6개 6천원, 손만두 6개 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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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