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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말 귀를 잘 알아먹긴 하는데”…‘안드로이드 오토’ 써봤더니

by한겨레

음성으로 노래 검색·메시지 보내기 편해

자연어 처리·앱 연동 강화해 편의성 높여야


지난 12일 구글이 현대자동차·카카오와 함께 한국에 처음 ‘안드로이드 오토’를 선보였다. 운전하면서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차안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은 ‘안드로이드 오토’를 이틀(15~16일) 동안 집 근처와 출·퇴근 길에 사용해봤다. 후기를 한줄로 정리하면 아직까지는 ‘말 귀는 잘 알아듣는데, 뭘해야 할지는 몰라 아쉬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음성인식은 잘 됐지만, 아직까지 다른 어플리케이션(앱)과 연동이 부족해 사용성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안드로이드 오토를 써본 차량은 기아자동차 순정 내비게이션이 탑재된 카니발 2018년식, 스마트폰은 엘지(LG) V30이다. 안드로이드 오토가 한국에 출시된 이후 첫 주말인 지난 15일 순정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마친 뒤, 안드로이드 오토 관련 기능을 설정했다. 업데이트를 마치니 설정 항목에 ‘안드로이드 오토’ 선택 버튼이 생겼다. 사용을 허용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안드로이트 오토 앱이 깔린 스마트폰을 차량 USB포트에 연결했다.


설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동의 여부를 묻는 항목에 ‘네’를 연달아 누르니, 차량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가 안드로이드 오토 첫화면으로 바뀌었다. 첫화면 하단엔 왼쪽부터 내비게이션, 전화, 홈, 음악, 나가기 버튼이 나열됐다. 홈메뉴엔 사용중인 기능·날씨·최근알림 메시지 등이 나열됐다. 휴대전화 화면도 ‘안드로이드 오토/위로 스와이프하여 잠금 해제’라는 화면이 떴다.

“오케이 구글”

‘오케이 구글’을 호출했더니 바로 반응했다. 음악을 켜놓은 다소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잘 반응하는 듯 했다. 핸들에 달려있는 음성인식 버튼을 눌러도 호출된다.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가도, 스마트폰이 연결돼있는 상태에서 ‘오케이 구글’을 호출하면 안드로이드 오토로 돌아왔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가 이용자가 부르면 바로 튀어나오도록 하는 것이 음성인식을 통한 모든 인공지능 서비스의 숙제다. 마이크를 통해 수집되는 수많은 소리 가운데 이용자가 언급하는 특정 단어를 잡아채 응답하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인공지능이 접목된 내비게이션 ‘티맵 누구’ 서비스를 하면서 ‘누구 버튼’을 출시하기도 했다. 블루투스를 이용하지 않고 휴대전화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경우, 특히 휴대전화로 음악을 틀어놓았을 때, 이용자 호출에 ‘누구’가 제대로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고육책으로 버튼을 누르면 ‘누구’가 튀어나오도록 했다. 자동차 제조사와 제휴한 안드로이드 오토는 별도의 버튼을 사용할 수 있으니, 티맵 누구보다는 나은 편이다.

“한겨레신문사 가는 길 알려줘”

“말 귀를 잘 알아먹긴 하는데”…‘안

내비게이션 안내 화면

가장 궁금한 것은 내비게이션 기능이었다. 음성으로 “한겨레신문사 가는 길 알려줘”라고 말하니, 카카오내비를 통해 한겨레신문사로 가는 경로를 보여줬다. (발음에 있어) 좀 난이도가 있는 “상암 디엠씨(DMC) 첨단산업센터 가는 길 알려줘”나 “에스케이티(SKT)타워 경로 안내해 줘”라고 물어도 무리없이 가는 길이 안내됐다.


스마트폰 작은 화면으로 보던 내비게이션이 차량 디스플레이로 나오니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또 기존 순정 내비게이션은 화면을 확대·축소할 때 손가락 두개로 늘리고 줄이는 것이 불가능했는데, 안드로이드 오토는 스마트폰 UI가 그대로 적용돼 가능했다. 그러나 기존 순정 내비게이션의 ‘화려한’ 지도 화면을 보다가, 카카오내비 화면을 ‘크게’ 보다 보니 다소 밋밋한 느낌도 들었다.

“말 귀를 잘 알아먹긴 하는데”…‘안

안드로이드 오토가 ‘근처에 주유소를 알려 줘’에 답한 화면

‘말귀는 잘 알아듣는데, 뭘 해야 할지는 모른다’고 느꼈던 이유는 내비게이션 때문이었다. “근처에 주유소 알려줘”라고 말하니, 카카오내비가 자동으로 실행되긴 했으나, ‘주유소’가 아니라 ‘근처에 주유소 알려 줘’에 대한 검색결과가 떴다. 당연히 “검색결과 없음”이 표출됐다. “근처에 맛집 알려줘”도 마찬가지였다. 음성인식은 잘됐고, 인식된 음성이 어떤 의도(길 찾기)인지는 확인했지만 ‘맛집’이나 ‘주유소’만을 골라내 검색하지 못한 셈이다. 불친절하게 “오케이 구글, 주유소!”라고 외치니 근처에 있는 주유소 검색 결과가 나왔다. 선택하면 바로 길 안내가 가능하다.

“상어가족 틀어줘”

“말 귀를 잘 알아먹긴 하는데”…‘안

불멸의 상어가족. 음성으로 노래를 검색해 재생할 수 있어 편하다.

“네~ 네이버 뮤직에서 ‘베이비 샤크’ 항목을 재생하도록 요청해 보겠습니다.” 사실 두 아이(5살·2살)을 두고 있는 아빠 입장에서 운전하면서 제일 곤란한 것이 딸이 무슨 노래를 틀어달라고 할 때다. 상어가족과 핑크퐁 동물동요와 모아나OST와 겨울왕국OST를 무한 반복할 때가 많지만, 운전하면서 음악 앱에서 노래를 타이핑해 검색하고, 플레이까지 누르는 것이 여간 복잡하고 또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멜론, 네이버뮤직, 벅스, 지니 등 대부분의 스트리밍 음악 앱과 연동이 된다.(앱이 여러개 깔려있다면, 안드로이드 오토 화면에서 이용할 앱을 선택하면 된다) 기존에 자신이 설정한 재생목록이나 최신곡, TOP100 등도 화면을 통해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오랫동안 이를 조작하면 “안전을 위해 탐색 잠김”이라는 안내가 뜬다. 말 그대로 안전을 위한 배려인 듯 싶다.


안드로이드 오토에 ‘상어가족’을 틀어달라고 하니 ‘베이비 샤크’를 재생하겠다고 하고, ‘상어가족’을 재생했다. 앨범 자켓사진이 디스플레이 전면에 시원하게 깔려 보기 좋았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한곡만 재생된다는 것이다. 클로바 프렌즈 인공지능 스피커에서 네이버 뮤직을 통해 상어가족을 틀러달라 하면, 관련된 재생목록이 성되는데 여기선 오직 한곡만 재생됐다.


또 무슨 이유에서인지 ‘곡 이름’ 검색-재생은 잘 됐지만, ‘앨범명’이나 ‘가수명’으로 검색-재생은 안됐다. 이를테면 “네이버 뮤직에서 ‘워너원’ 항목을 재생하도록 요청해 보겠습니다”라고 해놓고, 정작 재생은 안하는 것이다. 또 ‘구글 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앱의 소개 영상 속의 ‘재즈 틀어줘’라는 명령에도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네이버 뮤직 앱의 문제인가 싶어, 벅스로 시도해 봤다. 가수명 검색-재생은 됐지만 역시 한곡만 재생됐다. 연동된 앱의 기능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김효실에게 텔레그램 메시지 보내줘”

“말 귀를 잘 알아먹긴 하는데”…‘안

안드로이드 오토는 카카오톡은 아직 연동이 안되지만 텔레그램은 된다. 이 상태에서 알림을 터치하면 메시지를 읽어준다.

안드로이드 오토의 매력적인 기능은 음성으로 문자·메신저 메시지를 받고 또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안드로이드 오토는 문자메시지는 기본으로 가능하고, 왓츠앱, 위챗, 스카이프, 텔레그램 등을 지원한다. 직업적 특성상 운전중에도 메시지를 확인해야 할 때가 많은데, 화면으로 알려주고 또 읽어주고, 말로 답장할 수 있으니 굉장히 편리했다.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메시지가 오면, 디스플레이에 보낸사람의 프로필 사진과 함께 이름이 뜨고, 이를 선택하면 메시지를 읽어준다. 메시지를 다 읽은 다음엔 “답장을 하시겠습니까 완료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 답장 역시 음성으로 할 수 있다.


음성으로 메시지를 보낼 때는 말한 수신자가 맞는지, 또 말한 메시지 내용이 맞는지 재차 확인한 뒤 전송한다. 조금 귀찮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말을 잘못했다가 또는 음성인식이 제대로 안됐다가 실수하는 것보다는 나아 보였다. 음성인식도 꽤 괜찮게 느껴졌는데, 워낙 주소록에 저장된 사람이 많아서인지 간혹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긴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국민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은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좀 아쉬웠다.

살짝 아쉬운 점들

“말 귀를 잘 알아먹긴 하는데”…‘안

휴대전화와 함께 돌아버린 안드로이드 오토 화면

앞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아쉬운 점은 몇가지 있다. 이를테면, 다른 앱의 전화나 메시지 등의 알림은 화면을 통해 표출되지만 휴대전화의 다른 알림을 받을 방법이 없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잠금해제하고, ‘홈버튼’을 누르다 보면 안드로이드 오토의 내비게이션이 초기화돼 처음부터 목적지를 다시 검색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신호대기 중에 화면을 찍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카메라 기능을 실행하니, 디스플레이 속 화면이 회전하는 현상도 발생했다.


또, 기존 순정 내비게이션의 안내항목이 계기판 디스플레이에 간단하게나마 표출이 됐는데, 안드로이드 오토를 쓰면 ‘안드로이드 오토’라는 내용만 표시된다. 또한 순정 내비게이션의 안내음성보다, 안드로이드 오토 안내음성의 음질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휴대전화에 인터넷이 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어, 100% 안드로이드 오토에만 의존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기자는 휴대전화를 엘지유플러스를 쓰는데, 에스케이티(SKT) 타워 지하주차장에선 엘지유플러스가 터지지 않았다! 그래서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하지 못했다).


이틀 정도 사용해본 결과, 일단은 재밌고 일부 기능은 만족스럽긴 했지만 보완이 좀더 필요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차량을 구입할 때 순정 내비게이션을 선택한 사용자들의 니즈는 자동차와 디스플레이·오디오·내비게이션의 완벽한 조화 또는 일체감 때문인데, 아직까지는 이런 일체감을 이루기엔 부족한 느낌이다. 더 많은 앱과의 연동과 자연어 처리능력 개선 등이 뒤따라준다면, 또 어라운드 뷰 등 각종 편의기능들을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활용할 수 있다면 순정 내비게이션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글·사진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