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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ESC] 전통주도 ‘구독’해볼까?

by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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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통주 구독서비스가 늘고 있다. 사진 술담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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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하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다시 늘고 있다. 새벽 배송과 택배 배달은 이제 일상생활에 자리 잡았다. 편리함 때문에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이용한 사람은 없다는 ‘정기구독 서비스’도 최근 소비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정기구독 서비스가 새로운 건 아니다. 우유, 신문, 잡지 등과 같은 전통적인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과거 몇몇 특정 제품에 한정되던 구독 서비스가 코로나19로 다양해지고 있다. 고가의 명품 의류나 화장품부터 자동차, 미술품 등 여러 분야로 확대되는 중이다. 세탁, 면도 용품, 양말 등 이색 품목도 구독 서비스와 결합한 상황이다. 식품업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도시락, 샐러드처럼 신선 식품뿐만 아니라 커피나 초콜릿 같은 디저트도 정기구독 서비스를 내놓았다.


주류 중 유일하게 정기구독 서비스가 가능한 게 전통주다.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전통주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 코로나19로 더 성장했다. 회식, 모임 등의 술자리가 줄어든 요즘 혼자 또는 가까운 이들과 ‘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전통주 전문가들은 ‘전통주 구독 서비스가 잘 될까’ 하는 우려를 했었다. 전통주가 성장하고 있다지만, 오프라인 경쟁에선 뒤처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우려는 기우였다.


‘술담화’는 대표적인 술 정기구독 서비스 업체다. 2019년 1월께 문 연 술담화는 올해, 지난해 동기 대비 8배의 매출 증가와 10배가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업체는 ‘전통주는 올드(old)하다’는 이미지를 파격적으로 없애고 젊은 감각으로 구독 박스를 만들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품질이 우수하고 예쁘게 디자인한 전통주를 선별해 서비스한다. 함께 보내는 페어링 안주 또한 심혈을 기울인다. 이러한 시도는 전통주의 고정관념을 깨고 젊은 층 소비를 이끄는 견인차 노릇을 했다. 구독자의 87%는 20~30대로 엠제트(MZ)세대다.


다른 전통주 정기구독 업체로는 ‘술을읽다’와 ‘우리술한잔’ 등이 있다. 술을읽다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전통주를 시즌별 테마로 선발한다. 가입 1회에 한해 ‘한입술 4가지’를 발송해서 구독자가 자신만의 술 취향을 찾도록 도와준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술책’과 함께 다양한 굿즈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칵테일 재료를 동봉하는 등 전통주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도 알려준다.


우리술한잔은 매달 새로운 전통주 또는 양조장을 선정해 그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매거진을 함께 보낸다. 매거진에는 지역의 문화, 역사, 관광 그리고 술을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술과 어울리는 잔도 동봉한다.


배상면주가는 자사 주류 판매 플랫폼 ‘홈술닷컴’을 운영 중이다. ‘월간홈술’이라는 이름으로 구독서비스를 제공한다. 정기 구독서비스는 아니지만 ‘오늘홈술’이라는 서비스도 운영하는데,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오후 3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저녁 8시까지 배송을 받을 수 있다. 서울지역에 한해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전통주 칵테일 재료를 정기구독 서비스 하는 곳도 있다. ‘칵테일하이’는 다아이와이(DIY)칵테일 박스에 전통주, 칵테일 레시피와 부재료 정보, 쉐이커 등 칵테일 재료와 도구들을 함께 넣어 보내준다. 바에서 마시던 칵테일과는 다른 나만의 칵테일을 만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전통주 구독 서비스는 매번 같은 제품을 배송하는 여느 구독 서비스와는 다르다. 대부분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해 전통주 소믈리에가 선별한 전통주를 배송한다. 덕분에 ‘술알못’ 소비자는 상품을 고르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전문가가 제공하는 다양한 전통주를 접할 수 있다. 고루하게만 느껴졌던 전통주가 정기구독 서비스를 만나 젊은 소비층 확보와 매출 증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가는 중이다.


이대형(경기도 농업기술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