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푸드 ]

만날 구운 생선만 먹을 건가요?

by한겨레

생선 요리의 세계

한국, 수산물 소비 세계 1위…소득 증대·건강 추구 원인

중국 칭정위·이탈리아 아콰 파차 등 이색 요리 눈길

고기 요리법 차용한 ‘피시 웰링턴’까지 등장 무궁무진

한겨레

포시즌스호텔서울 중식당 유유안의 광둥식 생선 요리 칭정위. 사진 강현욱 스튜디오어댑터 팀장

직장인 배수현(32)씨의 요즘 ‘최애 음식’은 각종 생선 요리다. 직장에서 점심으로 닭가슴살 샐러드 대신 참치 포케(참치, 연어 등 생선 살을 썰어 간장, 깨, 참기름 등 각종 양념에 버무린 하와이식 회무침) 덮밥을 먹는다거나, 간단한 생선구이를 먹는 식이다. 여기에 전자레인지로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생선 요리 가정간편식(HMR) 제품도 종종 이용한다. 배씨는 “고기보다 부담감은 덜하고, 필요한 단백질을 모두 섭취할 수 있는데다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며 “매일 하루에 한끼는 생선 요리를 챙겨 먹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하루에 한끼 정도는…

배씨처럼 생선을 챙겨 먹으려는 이들이 느는 추세다. 건강 차원이든, 다이어트든, 윤리적 소비든 이유는 다양하다. 이미 한국인은 세계 최강의 수산물 소비국이다. 통계청 어업생산통계조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수급표를 보면 2019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69.8㎏에 이른다. 1인당 육류 소비량이 68.4㎏인 것과 견줘도 비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오이시디 수산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기준 전세계에서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였다. 오이시디는 소득이 높을수록 수산물 소비량이 많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육류 소비를 꺼리는 사회 현상과 맞닿으며 수산물 소비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단백질이 풍부한 생선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생선 소비가 늘어나니 다채로운 생선 요리를 다루는 레스토랑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건 당연지사. 굽고, 찌고, 조리고, 끓이는 한국식 생선 요리, 물론 매력 있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색다르게 조리한 생선 요리도 미식의 한 장르로 자리 잡는 중이다. 생선은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조리법으로 생각지도 못한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매력적인 식재료다.

한겨레

이탈리아식 생선 요리 아콰 파차. 백문영 제공

개성 넘치는 나라별 조리법

우선 아시아 음식문화의 본류인 중국을 보자. 다양한 생선 요리가 발달한 중국이지만, 특히 바다와 접해 있는 중국 광둥 지역은 생선찜으로 유명하다. 광둥의 대표 요리라고 할 수 있는 칭정위(淸蒸魚)는 활어를 사용해 생선 자체의 맛을 끌어내는 찜 요리다. 간장과 설탕, 소금과 미량의 기름을 사용해 비린내를 잡고, 최소한의 간을 해 활어의 맛을 내는 데 중심을 둔다. 생선의 선도가 아주 중요한데다 아무래도 생소한 요리이기에 국내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요리기도 하다. 포시즌스호텔서울의 중식당 ‘유유안’에서는 계절마다 제철을 맞은 생선으로 ‘제철 활어’ 메뉴를 낸다. 일반적인 칭정위와는 다른 모양새가 눈길을 끈다. 남성 팔뚝만한 제철 생선을 바른 뒤 뼈는 뜨거운 기름에 튀기고 살점은 쪄서 낸다. 찬 바람 부는 지금의 생선은 ‘겨울 생선계의 황제’라 불리는 능성어. 얼마 전 가을까지는 감성돔을, 더운 여름에는 ‘보양식의 정석’이라 불리는 민어를 주로 사용했다. 바삭하게 튀긴 생선 뼈를 중심으로 제대로 찐 튼실한 살점 위에 홍고추와 푸른 고추를 올려 보는 맛도 더했다. 특제 피시소스와 파기름을 끼얹어 보드랍고 쫀득한 살점과 바삭한 생선 뼈의 식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소스에 흰밥을 말아 생선 살을 얹어 먹거나, 달걀 볶음밥에 비벼 먹으면 그 맛이 더욱 즐겁다.


서양 음식 문화의 중심 이탈리아는 어떨까. 특히 해산물이 풍부한 남부 이탈리아에선 생선과 해산물로 만든 일종의 ‘생선 와인 찜’을 주로 즐겨 먹는다. 짭조름한 바닷물과 구수한 올리브오일에 신선한 생선과 해산물을 조린 ‘아콰 파차’(Acqua Pazza)가 이에 속한다. 간단하게 배 위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뱃사람들의 일종의 ‘비상식량’ 느낌이지만 그 화려한 모양새 덕에 집에서 손님상에 내기에도 제격인 음식이 되었다. 기름기가 많은 은대구, 삼치, 금태, 가자미 같은 생선에 바지락 같은 조개, 화이트와인을 넣어 한소끔 끓이면 완성되는 간단하지만 ‘모양 나는’ 요리다.


한국에선 낯선 요리지만 가까운 일본에서는 차가운 겨울철, 몸을 데워주는 이색 요리로 인기 있는 메뉴라고 한다. 교토식 가정요리 선술집 ‘오반자이 시젠’ 임정서 셰프는 ‘꼬치고기’라 불리는 생소한 생선을 아콰 파차에 넣는다. 제주도에서 주로 잡히는 꼬치고기는 일본에서 ‘가마스’라고 부르는데, 주로 반건조해서 구워 먹는다. ‘기름기는 많지만 살의 맛은 담백해 조림이나 찜으로 제격’이라고 임 셰프는 설명했다. 바지락 술찜의 국물을 떠먹듯 자작한 국물과 생선 살을 함께 베어 먹었을 때 그 맛을 더욱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겨레

타이식 생선찜. 김남성 제공

사시사철 후텁지근한 타이도 의외의 생선 요리 강국이다. 타이는 한국만큼이나 수산물 소비량이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타이 감칠맛의 심장이라 불리는 피시소스는 각종 생선과 해산물을 삭혀 만든 일종의 액젓이다. 요리의 면면 또한 다양하다. 농어, 틸라피아(역돔) 등을 사용한 생선탕과 찜은 타이 요리의 정수라고 할 만큼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농어는 고급 찜 요리에, 틸라피아는 일반적인 대중 요리에 사용되는데, 두 생선 모두 기름기 없이 담백한데다 쫀득한 식감이라 일반적으로 찜 요리에 활용된다. 찐 생선 위에 칠리소스를 얹어 내는 경우도 있지만, 굵은소금을 겉에 잔뜩 묻혀 찌는 소금구이도 인기가 많다. 하지만 가장 대중적인 생선 요리는 레몬그라스를 배 속에 넣고 라임 조각을 생선 살 사이사이에 끼워 찐 ‘쁠라 능마나오’다. 액젓에 고수, 라임, 코코넛 밀크, 설탕, 백후추 등 각종 향신료를 듬뿍 넣어 손절구로 직접 빻은 소스를 듬뿍 묻혀 먹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쫀쫀한 생선 살에 시고 달고 매운 소스가 잔뜩 달라붙어 감칠맛은 배가되고 비린 맛은 사라진다.

한겨레

피시 웰링턴. 홍신애 제공

경계 넘나드는 생선 요리

다양한 생선 요리법은 고기와 생선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대표적인 고기 요리인 ‘비프 웰링턴’을 응용한 생선 요리가 나올 정도. 비프 웰링턴은 푸아그라(거위 간), 버섯 등 각종 양념을 한 쇠고기 덩어리를 페이스트리 반죽으로 감싸 구운 영국의 대표적인 잔치 음식이다. 쇠고기의 굽기에 따라 요리의 성패가 달라질 정도로 고기의 비중이 큰 요리다. <피시 쿡북>을 쓴 오스트레일리아의 셰프 조시 닐란드는 “특별한 날에만 먹는 비프 웰링턴 대신 식탁에서 존재감을 뽐낼 수 있는 생선 요리를 개발”했다. 바로 바다송어와 렌틸, 각종 버섯을 곁들인 ‘송어 웰링턴’이다. 한국에서도 노르웨이 고등어로 만든 피시 웰링턴을 선보인 요리연구가 홍신애씨는 “비프 웰링턴에 익숙해져 있던 이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고 싶었다”며 “생선으로 할 수 있는 요리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집에서도 간단하게 이색 생선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임정서 셰프는 ‘사바 미소니’라 불리는 일본식 고등어 된장조림을 추천했다. ‘일본 가정식 중 가장 쉽고 기본적인 메뉴’라고 그는 설명하며 지금 계절에는 삼치처럼 살이 많고 기름진 생선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겨레

사바 미소니. 임정서 제공

먼저 ①고등어 1마리 기준, 재래된장 40g에 설탕 30g, 요리술 75g, 진간장 10g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②설탕 1~2g을 넣은 물에 무를 삶는다. ③비린내를 잡기 위해 뼈를 발라낸 고등어를 식초 물에 데친다. ④익은 무 위에 데친 고등어를 얹고 ①의 양념장을 끼얹는다. ⑤약간의 생강채를 더하고 약 10분간 조린다. ⑥무와 고등어를 건져내 접시에 담는다.


아직 바람이 찬, 생선 기름이 제대로 오른 겨울이다. 이 계절에 평범한 생선 요리만 먹기에 아쉽지 않나? 새로운 생선 요리에 도전해보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


백문영 객원기자 moonyoungbai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