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집 평냉, 그 맛이야...'가성비' 셀프 레시피로 시원하게 후루룩
평양냉면, 요아정도 이제 집에서? 1인분 3천 원대 셀프 레시피가 인기입니다. 저렴한 가공식품으로 맛집 메뉴를 재현한 가성비 꿀조합을 소개합니다.
저렴한 가공식품 활용 인기
평냉·요아정 2만 원 육박하자
비비고 육수 '셀프 평냉' 인기
'요맘때' 요아정 레시피 화제
외식 대비 4분의 1 가격 불과
툼바 등 대체품 출시도 '봇물'
![]() CJ제일제당이 공식몰 'CJ더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 비비고 소고기 양지육수와 백설 메밀소바 세트 상품 사진. CJ제일제당 제공 |
해마다 여름이면 일주일에 2, 3회 평양냉면을 먹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올해는 유명 평냉집에 발길을 끊었다. 우연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3,000원으로 평양냉면을 만드는 레시피를 접하면서다.
방법은 간단했다. 냉장고에 넣어둔 CJ제일제당 '비비고 소고기 양지육수' 한 팩을 그릇에 담고 시판 메밀면을 삶아 넣으면 끝이었다. 삶은 계란과 쌈무를 고명으로 올리고 간장, 맛소금으로 간을 맞추니 그럴싸했다. 가뜩이나 단골집 평양냉면 가격이 1만5,000원으로 올라 부담스러운 터였다.
그는 "식재료부터 외식 가격까지 모두 올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세일 때 양지육수를 한 팩당 1,600원 정도면 살 수 있어 대량으로 쟁여두고 있다"고 했다.
![]() 유튜브에는 비비고 소고기 양지육수 제품을 활용한 평양냉면 레시피를 알려주는 영상이 수십 개 올라와 있다. 유튜브 캡처 |
셀프 평냉은 김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CJ제일제당 공식 몰인 CJ더마켓에서 5월 비비고 소고기 양지육수 매출은 2024년 같은 달보다 69% 급증했다. 샤부샤부나 소고기 뭇국을 조리하는 용도로 출시된 겨울용 제품이 이례적으로 초여름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셈. 김씨처럼 이 육수를 활용해 '가성비' 평양냉면을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유튜브에는 '4,500원 평양냉면' '맛집 95% 재현하기' 같은 영상이 수십 개 올라와 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양지육수와 메밀소바를 묶어 파는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 상품의 3~5월 매출 평균 성장률(전년 대비) 또한 27.6%에 달한다. 회사 측은 " 제품이 이렇게 활용될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고물가로 주머니는 가볍지만 미식은 포기할 수 없는 시대. 그렇다고 직접 요리를 해먹기엔 시간도, 실력도 없다. 이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저렴한 가공식품을 단순 조합해 평양냉면 같은 전통 음식이나 유명 맛집의 디저트를 비슷하게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식품·유통업체들은 아예 유명 음식점이나 브랜드의 '원조' 제품과 유사한 가성비 대체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요아정을 포기할 수 없다
![]()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요맘때나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요거트 비요뜨를 활용해 저렴하게 '요거트아이스크림의정석(요아정)'의 인기 메뉴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유튜브에 다수 올라와 있다. 유튜브 캡처 |
최근 SNS에서는 '요거트아이스크림의정석(요아정)'의 인기 메뉴를 홈메이드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가 공유되고 있다. 요아정은 요거트 아이스크림 위에 벌집꿀이나 과자, 초코시럽, 각종 과일 등을 토핑으로 올려 먹는 디저트를 판매하는 매장이다.
기본 아이스크림은 1인분 4,500원, 2인분 8,000원인데 토핑을 얹으면 1만5,000원~2만 원까지 가격이 치솟는다. 이에 지갑이 가벼운 1020세대 사이에서 역(逆)주행한 제품이 빙그레의 '요맘때 허니플레인(파인트)'이다.
가격이 5,500원(할인점 기준)에 불과한 데다 용량(710ml)도 커 3, 4회에 걸쳐 요아정을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 빙그레에 따르면, 2024년 바·콘 제품을 포함한 요맘때 매출은 전년보다 30% 증가했다. 이 밖에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요거트 '비요뜨'를 활용한 '초저렴' 요아정 레시피도 만들어졌다.
값싸게 원조 제품을 즐기고 싶은 가성비족(族)을 겨냥한 대체 완제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편의점 GS25가 지난해 8월 요아정과 협업해 3,500원에 판매한 '요아정파르페'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출시 이틀 만에 아이스크림 카테고리 부동의 1위 '월드콘'을 뛰어넘었다.
CJ제일제당이 2023년 4월 출시한 7,000원대 '고메 소바바치킨 소이허니' 또한 교촌치킨 대표 메뉴인 허니콤보 대체재로 관심을 모으며 출시 1년 6개월 만에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2만 원이 넘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인기 메뉴 '투움바 파스타'를 신라면과 우유, 치즈로 재현한 레시피가 수년 전부터 인기를 끌자 농심은 지난해 9월 '신라면 툼바'를 출시하기도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