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서 신라면 먹자 재빨리 달려간 농심…K푸드 협업 성사 뒷얘기
농심, 8월 말 케데헌 글로벌 마케팅
케데헌 협업, 삼성전자 이어 두 번째
식지 않는 인기에, 다른 기업도 고민
![]() 농심은 8월 말부터 넷플릭스 콘텐츠 '케이팝데몬헌터스'와 협업한 제품을 내놓는다고 20일 밝혔다. 농심 제공 |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공개된 6월 20일 이후 농심 사내 게시판에는 케데헌 관련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대부분 케데헌과 협업에 나섰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케데헌 속 등장 인물이 즐기는 K푸드가 농심 제품을 떠오르게 하니 이를 활용해 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실제 케데헌 주인공이 먹는 라면 이름은 농심 '신(辛) 라면'에서 한자만 바꾼 '신(神) 라면'이다. 이를 만든 회사는 농심과 발음이 비슷한 '동심'이고 새우깡을 닮은 과자도 나온다. 소비자까지 케데헌과 협업을 바라자 농심 마케팅기획팀은 7월 중순 넷플릭스와 접촉했다. 한 달 협의를 거쳐 농심은 20일 케데헌 글로벌 마게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케데헌이 넷플릭스에 올라온 지 딱 두 달 만이다.
농심은 이달 말부터 케데헌에 나오는 헌트릭스 멤버 루미·미라·조이, 사자 보이즈 등을 신라면, 새우깡, 신라면 툼바 만능소스 포장에 입힌 제품을 선보인다. 한국,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등 주요 국가에서 한정 판매한다. 헌트릭스 멤버들이 먹었던 컵라면 디자인을 반영한 스페셜 제품도 내놓는다.
케데헌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케데헌과의 협업 소식에 농심은 이날 주가가 전일 대비 6.33% 뛴 38만6,500원에 마감했다. 해외 시장에서 농심 제품이 더 잘 팔릴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농심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케데헌 속에서 농심을 발견하고 즐겁게 공유해 준 덕분에 이번 협업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케데헌 효과, 6.3% 뛴 농심 주가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넷플릭스 제공 |
케데헌과 뭉친 한국 기업은 농심이 두 번째다. 농심보다 앞서 손을 잡은 곳은 삼성전자다. 이 회사는 7월 초 케데헌 캐릭터 까치 서씨, 호랑이 더피를 활용한 갤럭시 Z 7시리즈 홍보 영상을 내놓았다. 3개 눈을 가진 까치 서씨와 3개 카메라를 장착한 갤럭시 스마트폰의 공통점을 강조했다.
기업이 '오징어게임' '흑백요리사' 등 인기 콘텐츠와 힙을 합치는 사례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케데헌 협업은 뒤늦게 이뤄졌다. 업계에선 케데헌은 당초 기대작이 아니었던 상황이라 기업들도 미리 준비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 넷플릭스마저 케데헌 공개 전 별도 프로모션을 하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징어게임도 주요 기업이 공개 전부터 행사를 한 시즌 2·3와 달리 시즌 1 땐 콘텐츠 공개 이후에서야 마케팅 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다만 편의점, 식품회사 등 케데헌 마케팅을 고민 중인 기업도 적지 않다. 케데헌과 협업한 기업이 아직 많지 않고 수록곡이 미국·영국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가 식을 줄 몰라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케데헌으로 K푸드를 찾는 글로벌 소비자가 늘고 있어 협업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