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라이프 ]

무심코 먹는 다이어트ㆍ감기ㆍ멀미약, 녹내장 유발할 수도

by한국일보

약 성분이 동공 확대ㆍ부종 등 부작용 유발해

고혈압ㆍ당뇨병 앓는 ‘젊은’ 녹내장 17%나 돼

한국일보

녹내장이 생기면 시야가 점점 좁아지면서 결국 실명에 이르게 된다. 녹내장으로 진행되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장면. 한국일보 자료사진

녹내장은 눈의 압력(안압)이 높아지거나 혈액순환 문제 등이 원인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좁아지면서 실명에 이르는 병이다. 높은 안압ㆍ40세 이상ㆍ고도근시ㆍ가족력ㆍ고혈압ㆍ당뇨병 등이 주요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소리 없는 시력 도둑’으로 불리는 녹내장은 당뇨망막병증ㆍ황반변성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이다.


녹내장은 두드러진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서서히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ㆍ시력을 잃는 ‘개방각 녹내장’이 90% 정도다. 나머지 10% 정도는 두통ㆍ안구통 등 증상이 뚜렷이 나타나는 ‘폐쇄각 녹내장’이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눈 안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수(房水)’가 빠져나가는 전방각이 막혀 안압이 급격히 올라가는데, 심한 두통ㆍ안통ㆍ시력 감소ㆍ구역ㆍ구토 등을 일으킨다.


녹내장은 40세 이상에서 2% 정도가 앓고 있으며, 70대는 40대보다 발병률이 3~8배 이상 증가한다. 녹내장 환자도 2014년 69만9,075명에서 2018년 90만4,458명으로 4년 새 30%가량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그런데 최근 20~30대 젊은 녹내장 환자가 꾸준히 늘면서 17%나 차지했다.


박성표 대한안과학회 홍보이사(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안과 교수)는 “실명 질환인 녹내장과 황반변성의 사회적 비용은 각각 연간 약 2조9,997억원, 6,943억원으로 보고됐다”며 “8,500원의 비용이 드는 안저(眼底)검사를 국가건강검진에 편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기호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안과 교수)은 “1년에 한 차례 정도 안저검사를 하면 3대 실명 질환을 80%가량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안저검사는 동공을 통해 눈 안쪽을 들여다보는 검사로, 망막ㆍ망막혈관ㆍ시신경 유두 등의 상태를 확인해 녹내장ㆍ황반변성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일보

녹내장 의심 환자가 녹내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안저검사를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2030 젊은 녹내장 환자 17%나 돼

20~30대 젊은층에서 녹내장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젊은 녹내장 환자의 대다수는 근시나 고도근시인 경우가 많다. 이시형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은 고령층에서 많이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20~30대 젊은층에서도 환자가 점점 늘고 있다”며 “라식ㆍ라섹 같은 굴절교정수술이 많이 시행되면서 젊은 나이에 안과를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될 때가 많다”고 했다.


젊은 환자의 녹내장 발생 원인의 하나는 안구의 구조적인 문제다. 근시 및 고도근시가 있는 환자는 시신경 모양이 근시가 없는 사람과 달라 녹내장 손상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을 때가 많다. 특히 눈 길이(안축장)가 길 때가 많은데 눈이 길어질수록 눈 뒤쪽에 위치한 시신경이 손상에 취약해지기 쉽다. 또 근시가 심할수록 안압이 높을 때가 많다.


또 다른 원인으로 최근 서구적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고혈압ㆍ당뇨병 등 기저질환을 앓는 젊은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양인과 달리 동양인은 안압이 정상 범위(10~21㎜Hg)로 측정되는 ‘정상 안압 녹내장’일 때가 전체 녹내장 환자의 80% 이상이다. 이러한 정상 안압 녹내장은 안압 이외에 혈관인자 즉 고혈압ㆍ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위험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므로 한 번 손상된 신경은 다시 재생되지 않아 치료는 시신경이 더 이상 손상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안압을 떨어뜨리는 안약 점안이 입증된 치료법인데 이 방법으로도 안압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녹내장이 진행되면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

일반 눈(왼쪽)과 녹내장에 걸린 눈

다이어트약ㆍ감기ㆍ멀미약, 동공 확대 부작용

감기약이나 멀미약 등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일반의약품이 실명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안과질환의 하나인 녹내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일반의약품 가운데 녹내장을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약이 항히스타민제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감기약ㆍ알레르기약ㆍ멀미약 등이다. 항히스타민제는 동공 확대가 부작용으로 일어날 수 있다. 녹내장은 안압이 평소보다 높아지면서 시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 동공이 넓어지면 안구 내에 있는 액체인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가 좁아지고, 안압이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동공 확대가 곧 급성 폐쇄각 녹내장 발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요즘 유행하는 다이어트약도 비슷한 발병 메커니즘으로 녹내장을 일으킬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다이어트약에는 ‘토피라메이트(topiramate)’라는 성분이 많이 쓰인다. 항경련제로 사용되는 이 성분은 부작용으로 식욕 부진이 생기기 때문에 다이어트 약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토피라메이트도 항히스타민제와 비슷하게 눈 안쪽 구조물에 부종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이 부종은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 쪽의 전방각을 좁아지게 만들어 방수 배출을 방해하면서 안압이 올라갈 수 있어 녹내장이 생길 수 있다.


정종진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교수는 “건강을 위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녹내장을 일으킬 수 있다”며 “다만 모든 환자에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에 약 복용 후 안통ㆍ두통ㆍ메스꺼움ㆍ충혈 등이 생기면 재빨리 안과를 찾는 것이 좋다”고 했다.



녹내장 예방수칙


-고지방 육류를 피하고 녹색 채소를 섭취한다.


-자외선 노출을 피한다.


-구강 건강을 잘 관리하고 치주질환이 있으면 치료한다.


-적당한 운동과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가족력이 있으면 정기적으로 검사한다.


-40세 이후에는 1년에 한 번 정기 검진을 한다.


-안압이 올라갈 수 있는 물구나무 서기나 머리가 밑으로 가는 자세는 피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