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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러시아 명태는 신분 상승 중... 한겨울의 황태덕장

by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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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강원 인제군 용대리의 황태덕장에 명태가 널려 있다. 꽁꽁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하는 동안 명태는 통통하고 포슬포슬한 '상품' 황태로 변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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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강원 인제군 용대리의 황태덕장에 명태가 널려 있다. 꽁꽁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하는 동안 명태는 통통하고 포슬포슬한 '상품' 황태로 변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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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강원 인제군 용대리의 황태덕장에 명태가 널려 있다.

요즘처럼 동장군이 기승을 부릴 때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뽀얀 황탯국이 그립습니다. 황태를 만드는 최적기도 바로 이때라고 합니다. 강원 인제군 용대리에서 황태덕장을 운영하는 김재식(62) 대표는 "저녁부터 새벽까지 영하 10도 이하로 유지되는 시기에 매달아, 잘 얼고 잘 녹고 또 찬 바람에 잘 마른 황태가 최상급"이라고 귀띔합니다.


국내 황태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용대리를 찾은 건 지난 3일, 마을 입구에서부터 특별한 향기에 이끌려 들어갔습니다. 흔한 생선 비린내에 구수함이 더해진 진한 향기를 따라가 보니 너른 평지에 자리잡은 황태덕장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마치 성냥개비를 쌓아놓은 듯 일정한 방식으로, 얼기설기 엮인 통나무 지지대에 무수히 많은 장대가 가로놓여 있습니다. 장대엔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노끈에 코를 꿰인 명태가 가지런히 매달린 채 황태로의 '신분 세탁'을 위해 햇볕에 몸을 맡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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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강원 인제군 용대리의 황태덕장에서 인부들이 명태를 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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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드론으로 내려다본 용대리의 황태덕장. 명태 코를 꿰고 있는 노끈은 매달린 명태의 크기별로 색깔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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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드론으로 내려다본 용대리의 황태덕장. 명태 코를 꿰고 있는 노끈은 매달린 명태의 크기별로 색깔이 다르다.

노끈의 색깔은 명태의 크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장 큰 4통짜리부터 노가리라 불리는 13~14통짜리까지, 색깔로 구분해 널어야 바람이 균일하게 통해 건조가 잘되고 출하 및 포장 작업에도 용이하기 때문이죠.


황태로 변신 중인 명태를 보면 절로 풍요로움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지금 용대리에서 몸을 말리고 있는 명태는 모두 우리 바다가 아닌 러시아에서 온 것들입니다.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동해에서 많이 잡혔지만 그후 수온 상승, 남획 등으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더 추운 바다인 러시아의 오호츠크해역으로 이동한 거죠. 2021년 기준 명태 어획량의 60% 이상을 이곳 오호츠크해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바다에서 난 명태가 아니다 보니, 무한대로 수입할 수도 없습니다. 1년간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 명태의 양은 러시아 정부의 쿼터 배정에 따라 결정됩니다. 쿼터란, 러시아 정부가 각국에 1년간 할당한 조업량을 뜻합니다. 우리 정부가 러시아로부터 쿼터를 구매해 우리 어민들에게 배정 판매하면, 어민들은 배정받은 쿼터만큼 오호츠크해역에서 명태 조업을 하는 방식입니다.


덕장에 걸리는 명태의 양도 해마다 달라집니다. 과거 용대리에서는 한 해 평균 3,000만 마리를 걸었지만, 올겨울엔 2,000만 마리만 걸려 있습니다. 이상기후로 인해 용대리 덕장 중 20%가량이 북쪽인 고성 지역으로 옮겨간 데다, 지자체의 지원 부족으로 생산 환경이 열악해지고, 코로나19로 관광객 수도 줄면서 자연스럽게 판매량이 감소한 탓입니다. 하루빨리 일상이 회복되고 위축된 지역 경제도 살아나 황태 덕장에 활기가 더해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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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강원 인제군 용대리 마을의 황태덕장에서 명태가 얼었다 말랐다를 반복하며 황태로 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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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강원 인제군 용대리 마을의 황태덕장에서 명태가 얼었다 말랐다를 반복하며 황태로 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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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제군 용대리의 황태덕장에 명태가 널려 있다. 꽁꽁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하는 동안 명태는 통통하고 포슬포슬한 '상품' 황태로 변해 간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