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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어쩌다 코로나 추석’…기대감·설렘도 함께 사라졌다

by헤럴드경제

고정 손님 발길 끊겨… 물량도 예년의 절반

국내산 고기값 상승에 수입육으로 매출 방어

기대감 없어… 준비한 물량만 다 팔았으면

헤럴드경제

지난 26일 오후 4시께 방문한 관악구 신사시장 [사진=박재석 기자]

“명절마다 과일 사러 오시던 분이 올해는 안 보이네요”


서울 신림동 신사시장에서 7년째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최제중(52) 씨는 명절 때면 보이던 ‘큰 손’ 고객들이 매장에 들르지 않아 초조하다. 명절 일주일 전후로 찾아와 선물용 과일을 50만원 이상씩 구입하던 손님은 올해에는 추석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아직 오지 않았다. 선물용 과일을 통 크게 사던 중국인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올 추석은 과일이 인기가 적을 것 같아 지난해의 절반만 준비했는데, 이 마저도 다 못팔까 근심이 크다.


최씨는 “보통 명절 고정 고객을 기준으로 과일 초도 물량을 결정하는데, 올해는 손님이 적어 작년 추석의 절반 정도 준비했다”며 “지금처럼 손님이 없으면 그 마저도 다 소화하지 못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인 26일 오후 4시께 신사시장은 명절을 앞둔 주말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한산했다. 택배 차량이 경적 한번 울리지 않았고 방역 차량도 멈추지 않고 시장을 가로질러 지나갔다. 인근에 위치한 하나로마트나 GS프레시 매장이 추석 준비로 분주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전례 없던 비대면 추석은 전통시장에서 ‘명절 특수’라는 말을 몰아냈다.


게다가 연이은 태풍과 장마의 영향으로 과일과 채소가 가격은 오르고 품질은 떨어지다 보니 판매가 저조했다. 과일 선물 세트 배송과 판매는 청과물 가게의 명절 대목을 알리는 신호이지만, 올해는 느끼기가 어려웠다. 가게에서 채소를 포장하던 최씨의 아내 이재은(52) 씨는 “명절에는 택배 포장으로 정신없어야 하는데 이번 추석은 상대적으로 한가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가게 한쪽에 쌓인 선물 상자에 가격표가 없는 것에 대해 “값이 많이 올라 가격을 붙이면 사람들이 다 도망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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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과일 선물 상자를 보고 “가격을 붙이면 사람들이 다 도망갈 것” 이라고 말했다. [사진=박재석 기자]

시장 안쪽에서 15년째 정육점을 운영하는 양철승(52) 씨도 올해 추석을 준비하려고 전통시장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더 줄었다고 토로했다. 양씨는 가게를 오픈했던 15년 전에는 명절은 물론이고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시장이 붐볐지만, 점점 사람이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명절이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한산하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람들이 시장에서 쇼핑보다는 필요한 물건만 급히 구입하고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씨는 그나마 국내산 고기를 일부 수입육으로 대체하는 등 선제적으로 시장 상황에 대응해 타격이 적은 편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수요가 몰리며 국내산 고기값이 크게 뛰자 수입육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난 것이다. 덕분에 매출 수준을 지난해와 비슷하게 맞출 수 있었다. 그는 “수입육으로 바꾸지 않았으면 장사는 큰일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망원동 망원시장에서 20년째 민속과자 가게를 운영하는 김상범(58), 곽미경(55) 씨 부부도 달라진 추석 수요에 대응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비대면 추석을 겨냥해 차롓상에 올라가는 한과 대신 집에서 주전부리로 먹을 수 있는 상품 물량을 늘린 것이다. 김씨는 “차례상을 간소하게 차리는 사람도 늘어나고 이번 추석에 집에 머무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 유과나 강정 등 주전부리를 지난 추석보다 30% 정도 늘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손님에 상인들의 실망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청과점 최씨는 “추석에 대한 기대감은 없다”며 “준비한 물량만 다 팔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육점 양씨도 “수입육으로 매출을 어느 정도 맞춘다고 해도 명절 직전 전통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설레임 같은 게 사라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박재석 기자] ​js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