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장어·밴댕이·젓국갈비, 그리고… 내비 검색 2위인 '이 곳'

[여행]by 중앙일보


일일오끼 인천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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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섬 여행은 어쩔 수 없는 허전함을 동반한다. 서해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조용히 틀어박힐 순 있어도, 배불리 먹고 다니긴 힘들다. 바다도 갯벌도 땅도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아서다. 하나 강화도라면 사정이 다르다. ‘세계 5대 갯벌’로 통하는 드넓은 갯벌을 끼고 있거니와, 남다른 식문화가 뿌리내리고 있어서다. 반세기를 버틴 노포가 허다하고, 쉬어가기 좋은 전국구 카페도 자리한다. 겨울의 끝자락, 강화도에 들었다. 갯벌은 군데군데 얼고 포구는 고요했지만, 밥상 앞에서는 활기가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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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이 키운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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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와 김포 사이에 있는 좁고 긴 해협을 염하(鹽河)라 부르는데,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의 거친 물줄기가 이곳에서 한데 어우러져 서해로 빠져나간다. 이 염하 북쪽의 작은 어촌 ‘더리미’가 유서 깊은 장어마을이다. 해안을 따라 30년 이상 된 장어구이 명가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강화도에는 장어에도 급이 있다. 대개의 식당이 민물장어와 갯벌장어를 구별해서 판매한다. 섬 남쪽의 갯벌에서 75일 이상 순치시킨 민물장어를 강화에선 갯벌장어라 부른다. 가격은 갯벌장어가 1㎏당 2만원가량 더 비싸다. 식당가에선 민물장어보다 살집이 두껍고, 육질이 탱글탱글하며, 지방이 적다고 설명한다. 사람이 기르지만, 자연산에 가깝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먹이를 따로 주지 않기 때문이다. 때깔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배가 허연 민물장어와 달리, 갯벌장어는 몸 전체가 노르끼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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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리미 장어마을 초입 ‘더리미집’의 안주인 한현숙(68)씨는 40년째 같은 자리에서 장어구이를 낸다. “이제 염하에 민물장어는 씨가 말랐다”지만, 갯벌장어를 공수해 옛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갯벌장어 양념구이(1㎏ 11만원)가 이 집의 자랑. 직접 담근 고추장에 20여 개 재료를 섞은 특제 양념장으로 맛을 낸다. 유자청으로 버무린 인삼과 생강을 올려 먹을 때 가장 찰떡궁합이었다.



작다고 무시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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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댕이도 강화도의 대표 어종이다. 젓갈로 담그고, 김치에도 넣는데, 회무침으로 먹는 게 가장 맛있다. 갯벌장어가 귀족이라면, 밴댕이는 서민이다. 강화 사람은 손님상에 좀처럼 밴댕이를 올리지 않는다. 값싸고 맛도 준수하지만, 자잘해서 볼품이 없다.


밴댕이는 워낙 성미가 급해, 그물에 걸리면 딸려 나오기가 무섭게 죽어버린단다. 그 때문에 산지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게 밴댕이회다. 밴댕이는 5~6월이 제철. 산란을 앞두고 잔뜩 살을 찌울 때다. 냉동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요즘은 밴댕이를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다. 봄철에 잡은 밴댕이를 급랭해두었다가 겨우내 먹는다.


밴댕이가 가장 많이 나는 선수포구(후포항)와 외포항 주변으로 밴댕이를 다루는 횟집이 널려 있다. 선수포구 앞에는 아예 ‘밴댕이마을’이라는 조형물이 들어서 있다. 외포항 인근의 ‘어부가’ 횟집을 찾았다. 회무침은 물론이고, 회‧전‧구이‧조림 등 여러 밴댕이 요리를 코스로 내는데 예사 솜씨가 아니었다. 대충 툭툭 잘라 구워먹는 장어보다 상차림이 더 고급스러웠다. 여주 장아찌, 밴댕이 순무 김치 등 12개 반찬이 깔렸다. 살만 발라내 끓인 밴댕이 조림은 이 집에서만 볼 수 있는 특식이었다. 밴댕이 스페셜 1인 2만5000원. 웬만한 한정식이 부럽지 않았다.



800년 역사의 젓국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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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사람의 ‘새우젓부심’은 말로 다 못한다. 다른 지역의 새우젓보다 덜 짜고 영양가는 높다는 게 한결 같은 주장이고, 한강과 임진강에서 흘러나오는 담수와 황해 해수가 만나는 곳이어서 새우에게 공급되는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게 주장의 근거다.


전국 추젓(가을철 잡아 담근 새우젓)의 70%가 강화도에서 나온다. 새우젓 거래가 가장 활발한 외포리 젓갈수산시장은 김장철마다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요즘은 1㎏ 기준 추젓이 2만원, 육젓(음력 6월에 잡아 담근 새우젓)이 5만원 수준이다.


당연히 새우젓을 기본으로 하는 향토 음식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젓국갈비다. 말 그대로 돼지갈비와 새우젓을 넣고 끓은 음식이다. 고려 고종의 강화도 천도 당시 진상을 위해 강화 특산물을 모아 만든 것이 젓국갈비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강화도에서 가장 오래된 젓국갈비집이 읍내에 있는 ‘신아리랑’이다. 육수에 돼지갈비·미나리·단호박·표고버섯·감자·두부 등을 넣고 푹 끓여 낸다. 2인분(2만원)이면 보통 추젓 반 숟가락이 들어간다. 김부전(72) 사장에게 들은 맛의 비결은 간단했다. “별다른 양념 없이 새우젓만 넣어요. 맑고 담백하게.” 아직 날이 추운 탓인지, 진하고 깔끔한 국물의 중독성이 대단했다. 직접 만든 두부와 순무 김치 덕에 금세 밥 한 그릇을 비웠다.



추억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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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북서단에 불과 4㎞ 거리를 두고 북녘땅을 마주보는 교동도가 있다. 교동대교를 건너며 북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황해도 연백 평야가 훤히 보인다. 민통선 안쪽이라 검문소에서 방문증을 받아야만 드나들 수 있다. 실제로 교동도 주민 중에 연백 출신이 많다. 섬 한복판의 대룡시장은 한국전쟁 당시 실향민이 고향의 연백시장을 재현한 곳이다. 옛 모습을 간직한 방앗간‧이발관 등이 지금도 시장을 지킨다.


추억의 음식 문화도 남아 있다. 초입의 ‘대풍식당’은 1960년대 후반 문을 열었단다. 실향민 출신인 고(故) 송순녀 할머니의 뒤를 이어 아들 부부가 가게를 운영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냉면(6000원)과 내장국밥(6000원)이 주메뉴다. 맛은 특별하다 할 수 없지만, 오랜 내력 덕에 교동도에선 소울 푸드로 통한다. “나보다 역사가 긴 단골이 아직도 드나든다. 86년 시집왔을 때 냉면과 국밥을 1200원에 팔았다. 가격은 올려도 메뉴와 맛은 못 바꾼다”고 황민자(59) 사장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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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다방’도 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열이면 열, 계란 동동 띄운 쌍화차(6000원)를 주문한다. 어둠침침하고 낡은 공간이지만 붙임성 좋은 안주인과 고양이 덕에 계속 머물고 싶은 공간이다. 먼 지방에서 왔다고 한 잔 더, 딸 같다고 한 잔 더…, 인심이 대단하다.



핫플레이스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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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음식점·카페 가운데 ‘카카오내비’를 찍고 가장 많이 찾아간 가게 2위가 강화도에 있다. 읍내의 ‘조양방직’이다(1위는 군산 빵집 ‘이성당’, 2019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 생소하신가. 조양방직은 민족 자본으로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공장이다. 1933년 방직회사로 설립됐다. 58년 폐업 후 방치돼 있던 이곳이 이태 전 7월 갤러리 겸 카페로 부활했다. 뼈대와 외관은 그대로, 내부는 이용철(54) 대표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수집한 골동품으로 채워져 있다. 커피 한잔(아메리카노 7000원)하며 둘러보는 재미가 크다. 일제강점기에 사용했던 태극기와 영사기, 옛 금고와 우물터 등등 곳곳에 세월의 때가 잔뜩 묻어 있다. 뉴트로 열풍 덕에 젊은 층에도 인기다. 인스타그램에 ‘조양방직’ 해시태그를 단 인증 사진만 7만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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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의 대표 일몰 명소 장화리에서 차로 5분 거리의 해안 절벽에는 신흥 명소 ‘스페인마을’이 걸터 앉아 있다. 스페인풍의 갤러리와 카페, 야외 공연장, 펜션 등을 갖춘 복합문화 공간인데, 레스토랑은 사전 오픈 중인데도 입소문을 탔다. 이베리코 스테이크(3만3000원), 하몽 크림 파스타(1만7000원) 등 한국인의 입맛에 맞춤한 스페인 요리를 낸다.


강화도=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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