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의 달큰한 풍미 가득한 호박꽃...아름다움은 기본, 맛도 최고

[푸드]by 중앙일보

[쿠킹]

매일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제철 식재료는 언제, 어떻게 먹어야 할까요. 24절기를 따르며 농사를 짓는 장현주 보타닉남도 대표가〈사계절 채소 밥상〉을 통해 익숙한 채소의 맛부터 풍미를 끌어올리는 조리법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몰랐던 채소 본연의 맛부터 더 맛있게 먹는 비법을 전합니다.

사계절 채소 밥상 ④ 호박꽃 만두

중앙일보

아름다운 꽃은 음식으로 쓰일 때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사진 장현주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표현이 꽃만큼 잘 어울리는 식재료가 있을까요.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꽃은 음식으로 쓰일 때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주거든요. 오늘은 먹을 수 있는 꽃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식물이 꽃을 피우는 목적은 종의 보전에 있습니다. 특히 이 과정은 식물의 생애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에요. 아름다운 색과 향을 발현하여 수분을 돕는 곤충을 유혹하고, 그 도움에 대한 보상이자 미끼로 꿀을 제공합니다. 벌과 나비는 꿀을 먹기 위해 꽃에 접근해 수술과 암술을 건드리게 되고, 그렇게 수분이 이루어져 종자가 생산됩니다.


꽃은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위험에 처했다고 인식했을 때 더 빨리, 많이 피어납니다. 겨울을 이겨내고 봄에 많은 꽃이 피는 것도 그러한 이유죠. 양분이 없는 토양에 오래 방치되어 있을 때, 꺾거나 자르는 행위가 반복될 때 또한 그렇습니다. 더 많은 종자를 만들어서 종의 보전을 유리하게 하기 위함이죠. 생산자는 꽃을 많이 생산하고 싶을 때 이러한 조건을 만들기도 합니다.


중앙일보

4월 식용꽃의 시작을 알린 매화. 사진 장현주

먹을 수 있는 꽃은 3월부터 만날 수 있는데요. 올해 식용꽃의 시작은 ‘매화’였습니다. 매화는 남쪽에서 겨울을 나고 가장 처음으로 볼 수 있는 꽃이며 매실과 체리의 향기를 동시에 뿜어냅니다. 연남동의 한 젤라또 전문점에서는 이러한 매화의 향을 추출해 멋진 젤라또를 만들기도 했어요.


중앙일보

순천의 레스토랑 '오트르망'으로 보낸 튤립은 근사한 요리로 탄생했다. 사진 장현주

매화 다음 만날 수 있는 꽃은 튤립입니다. 튤립은 추식 구근식물로, 겨울을 나야지만 봄에 발아합니다. 이 때문에 4월 순천의 레스토랑에 튤립을 보내기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셰프님과 함께 계획을 세우고 겨울에 파종을 했습니다. 매년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기후로 인해 수확 시기를 예측할 수 없었지만 모든 것을 맞춰주신 덕분에 멋진 튤립 요리가 탄생했어요. 노지에서 유기농으로 자란 튤립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맛과 향이 놀라웠습니다.


중앙일보

5월 ㅈ우순 수확한 장미. 사진 장현주

5월 중순이 되면 본격적으로 장미의 시대가 옵니다. 장미 디저트를 좋아해서, 오래전부터 향기 품종의 장미만 재배하고 있는데요, 신기하게도 색과 모양에 따라 미묘한 향의 차이가 납니다. 매년 여름 과일과 장미를 블렌딩하여 잼을 만드는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올해는 오디장미잼을 만들어 제가 운영하는 식문화 소셜 커뮤니티 ‘지글지글클럽’의 에더블가든 멤버들과 나누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

6월부터 피는 호박꽃도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기 좋다. 사진 장현주

6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장마 기간이 되면 많은 꽃들이 지고 호박꽃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호박은 열매와 잎뿐만 아니라 꽃도 식용이 가능합니다. 유럽에서는 호박꽃에 치즈를 채워 튀겨먹기도 하는데 호박과 같은 달큰한 향과 맛을 지니고 있답니다. 호박은 암꽃과 수꽃을 따로 피우는 식물인데요, 신기하게도 장마철에는 수꽃만 피웁니다. 암꽃을 피운다고 해도 장마로 인해 벌과 나비가 다니지 않고, 빗물과 습도 때문에 바람으로도 수분이 용이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거지요.


식용꽃을 고를 때는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먼저 식용이 가능한 꽃인지 확인합니다. 다음 꽃술을 없애고, 크기가 큰 꽃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요인인 꽃가루도 제거해야 해요. 꽃은 조직이 여리고 틈새가 많아 세척이 어려운 만큼, 무농약으로 길러진 꽃인지도 중요해요. 농약을 사용하고 화훼용으로 재배됐거나 거리에서 자란 꽃, 그리고 화원에서 구매한 화분의 꽃도 먹을 수 없어요.


물론, 무농약이라고 해도 사용하기 전 가벼운 세척은 필수예요. 여름꽃들은 대체로 벌레가 많이 붙어있을 수 있으므로, 꼭 살펴본 후 사용합니다. 식용 꽃이라고 해도 쓴맛이 도드라진다면 꽃자루(꽃받침)를 제거하고 꽃잎만 사용합니다. 또, 꽃자루가 크고 두꺼운 꽃을 통째로 사용한다면 열처리를 거쳐 법제(찌거나 덖어서 독을 제거하는 과정)를 하고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Today`s Recipe 호박꽃만두

중앙일보

호박꽃으로 만든 만두. 사진 장현주

“요즘 구할 수 있는 호박꽃을 활용한 만두를 소개할게요. 호박꽃은 너무 많이 핀 것보다는 덜 핀 꽃을 추천합니다. 호박꽃은 조직이 얇고 부드러워서 많이 핀 것은 잘 찢어지거나 빨리 무르거든요. 만약 호박꽃을 구하기 어렵다면 호박잎이나 주키니를 필러로 슬라이스해서 만두소를 돌돌 말아줘도 괜찮아요. 남은 만두소는 동그랑땡처럼 팬에 구워서 드셔도 맛있어요.”


재료 준비


중앙일보

호박꽃만두의 재료. 사진 장현주

재료(1~2인분): 호박꽃 4송이, 닭 안심살 100g, 새우살 100g, 호박 30g, 초당옥수수 1/4개, 부추 5줄기, 청양고추 1/2개, 찹쌀가루 혹은 전분 약간


만두소 양념: 찹쌀가루(혹은 전분) 1큰술, 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맛술·소금·후추 약간씩


소스: 간장 3큰술, 식초 2큰술, 올리고당 1/4큰술, 물 2큰술


마무리 재료: 좋아하는 허브나 식용꽃 적당량


만드는 법


1. 호박꽃은 세로로 갈라서 꽃술을 제거하고 씻어 놓는다.


2. 닭 안심살과 새우살, 호박, 청양고추는 잘게 다지고 초당옥수수는 세로로 세워서 알만 썰어 놓는다. 부추도 쫑쫑 썰어서 준비한다.


3. 준비된 ②의 재료에 찹쌀가루를 제외한 나머지 양념을 넣고 치댄다. 어느 정도 찰기가 생기면 찹쌀가루를 넣고 잘 섞어서 마무리한다.


4. 호박꽃에 찹쌀가루를 묻혀서 만두소를 채우고 꽃잎을 오므려 감싼다.


5. 미리 예열된 찜기에 호박꽃 만두를 올려 15~20분 쪄낸다.


6. 분량의 소스 재료를 섞어 양념을 곁들이고 좋아하는 허브나 꽃을 올려 장식한다.


장현주 cooking@joongang.co.kr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4.08.08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중앙일보
채널명
중앙일보
소개글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중앙일보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