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타 그런줄 알았는데…얼음 탐닉하는 그 남자의 뜻밖 질병

[라이프]by 중앙일보

식품 온도와 건강


설사 반복 땐 과민성 장증후군 위험


비가열 음식 세균 노출 확률도 커


구강 신경 자극해 이 시림 등 유발

중앙일보

직장인 전모(36)씨는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탄다. 종일 아이스아메리카노·탄산수를 물처럼 마시고 식사도 냉면·콩국수·물회·묵밥 등 시원한 음식을 찾아다니면서 먹는다. 간식 역시 아이스크림·빙수처럼 찬 것만 고집한다. 그러다 보니 여름철마다 2~3번씩은 배탈·설사로 크게 고생한다. 전씨는 “여름엔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훨씬 덥고 땀을 비 오듯 흘려 웬만하면 차가운 음식을 선호한다”며 “화장실을 자주 들락날락하고 배앓이를 많이 해 자제하려고 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소화기관 온도 떨어져 소화불량 초래

요즘 같은 무더운 날씨에 찬 음료와 음식을 달고 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차가운 음식에 편중된 식습관은 때론 건강상 문제를 노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평소 장이 약한 사람이 대표적이다. 찬 음식은 일시적으로 몸을 시원하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위장관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원래 소화 효소는 35~40도에서 원활하게 작용한다. 근데 찬 음식을 먹으면 소화기관의 온도가 떨어져 소화 효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다. 결국 음식물이 소화가 잘 안 되고 덜 소화된 음식이 장에 오래 머무르면서 설사가 날 수 있다.


찬 음식은 비가열 음식이 많아 세균·바이러스에 노출될 확률도 더 높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박재우 교수는 “덥고 습한 날씨에 비해 인체는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속이 차가워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고온다습한 환경이 장 기능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찬 음식을 자주 먹어 배탈·설사·복통이 반복되면 과민성 장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각종 검사상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반복해서 복부 불편감이나 복통, 설사·변비와 같은 배변 습관의 변화를 동반하는 만성 기능성 위장관 질환이다.


평소 소화 기능이 약하고 속이 찬 경우라면 돼지고기·빙과류·녹두와 같이 성질이 찬 음식보다 찹쌀·닭고기·부추 등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먹는 것이 권장된다. 또 과한 찬 음식 섭취로 아랫배가 자주 아프고 설사가 잦다면 소화를 돕고 위점막 보호 기능이 있는 점액 물질을 함유한 마 음식을 먹는 것도 좋다.


찬 음식은 위장관뿐 아니라 치아에도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구강은 신경이 뇌와 가까이 있는 데다 다양한 외부 환경 요인을 직접 접하므로 온도에 민감하다. 적정 체온의 범주를 넘어선 찬 음식을 먹으면 자극을 받아 통증의 일환으로 이가 시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치아와 잇몸 사이의 경사진 부분인 치경부에 마모가 일어난 사람은 더 그렇다. 치아 겉을 둘러싸고 있는 단단한 법랑질이 마모되면 연한 상아질이 남는데 이 상아질은 치아 신경과 가까워 지나치게 찬 자극에 시린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경희대치과병원 보존과 김현정 교수는 “치아 속 신경과 혈관을 둘러싸고 있는 상아질은 온도, 화학적 자극 등이 가해지면 신경에 그대로 영향을 줘 자연스럽게 짧고 날카로운 시린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가운 음료를 마시고 난 후 남은 얼음을 깨물어 먹다가 치아가 손상되기도 한다. 얼음의 강도는 치아와 비슷한 수준이므로 얼음을 깨 먹다 치아에 균열이 가는 사례가 종종 생긴다. 치아에 영향을 덜 주려면 당연히 지나치게 찬 음식을 자주 먹지 않아야 한다. 찬 음식과 뜨거운 음식을 동시에 먹는 것도 피한다. 입안의 급격한 온도차에 따라 치아 균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55도


수준의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고 미지근한 물을 마셔주는 것도 구강 내 적정 온도 유지에 도움된다. 또한 치아 균열은 오랜 기간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 있으므로 찬 음식을 즐긴다면 치아의 금이 더 깊게 진행되기 전 발견할 수 있도록 연 1~2회 정기 검진에 나선다.


유난히 얼음을 탐닉하는 수준으로 먹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건강 이상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드물지만 체내에 철분이 부족해 나타나는 철 결핍성 빈혈일 수 있어서다. 철은 적혈구 내에 있는 혈색소, 즉 헤모글로빈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다. 철이 부족하면 혈색소·적혈구 생성에 문제가 생겨 빈혈이 발생한다. 성인의 경우 헤모글로빈 수치가 남성 13g/dL, 여성 12g/dL 미만일 때 철 결핍성 빈혈로 진단한다.

얼음 중독, 철분 결핍 증상일 수도

철 결핍성 빈혈은 전신의 조직이나 장기에 산소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산소 부족 상태를 유발한다. 피로·권태, 두통, 흉통, 가슴 두근거림, 소화불량, 생리불순과 같은 여러 가지 증세를 초래한다. 얼음·생쌀 등이 당기는 이식증도 그중 하나다.


철 결핍성 빈혈은 철 섭취가 부족할 때 나타날 수 있다. 청소년기에 지나친 편식을 한 경우, 다이어트를 이유로 정상적인 식사를 하지 않는 경우, 제대로 식사하지 못하는 고령자 등에서 발생할 수 있다. 위절제술·우회로 수술을 시행한 이후 철이 주로 십이지장 또는 소장의 상부에서 흡수되는 사람도 그렇다. 몸에서 철이 과다하게 유실되는 것 역시 철 결핍성 빈혈의 원인이다. 일부 월경하는 여성이나 위장관 출혈이 진행된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다.


철분이 부족할 때 얼음이 당기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철 결핍은 구강·혀 점막 세포에 변화를 일으켜 타는 듯한 느낌, 점막 위축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보상으로 찬 것을 반복해서 먹게 된다는 가설이 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2023.07.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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