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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뱃사람 스태미너 짱"···배 한척당 1t씩 잡히는 제철 생선

by중앙일보

회는 보목산! 구이는 모슬포산!

초여름 제주의 맛 자리돔



자리돔 제철…4월 중순부터 이른 어장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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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리돔이 살이 올랐어. 근데 가격이 많이 내려 걱정이야. 소비자에게는 기회지”


지난 27일 낮 12시, 제주 최남단 모슬포항에서 만난 어민 나모(56·서귀포시 대정읍)씨의 말이다. 이날 나씨를 비롯한 어민들이 마라도와 가파도 인근 해역에서 새벽부터 잡은 자리돔은 상자째 배에서 내려지자마자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제철을 맞아 살이 오른 자리돔이 평소보다 보름정도 이른 지난 4월 중순부터 어장이 형성돼 꾸준히 잡히고 있다. 이 해역의 바다 수온은 자리돔이 가장 좋아하는 17~18도 내외를 유지해, 살이 오른 성체들이 꾸준히 모여들기 때문이다.



최근 배 한척당 최대 1t까지 잡혀 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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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보니 모슬포항에는 오전부터 자리돔을 구입하기 위한 도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만선은 아니었지만 꽤 많은 자리돔이 잡혔다. 모슬포항의 경우 하루 보통 30여 척이 자리돔 잡이에 나서고 있다. 어민들에 따르면 배 한척당 적게는 하루 200㎏에서 500㎏까지 자리돔을 잡고 있다. 특히 자리가 잘 잡히는 조금(조석 간만의 차가 가장 작은 시점)에는 배 한척 당 1t까지 자리돔을 건저 올리고 있다. 호남지방통계청이 내놓은 ‘2021년 1분기 제주도 어업생산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리돔 어획량은 57t으로 지난해(22t)보다 159.1% 많아졌다.



코로나19로 수요 줄어 가격은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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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민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지난해보다 어획량이 늘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가격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김경남 모슬포수협 경제상무는 “자리돔이 지난해보다 많이 잡히는데다, 코로나19 악재로 관광객이 찾는 식당은 물론 제주도민의 수요까지 위축돼 가격이 떨어졌다”며 “지난해 ㎏당 2만원 내외를 받았지만, 올해 들어 1만원 내외로 반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모슬포항과 함께 대표적인 자리돔 주산지로 알려진 서귀포시 보목리 보목항도 상황이 비슷해 ㎏당 1만원~1만5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모선에 딸린 작은 보트 두척 이용해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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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돔은 초여름(5~7월) 제주도 근해에서 많이 잡힌다. 잡는 법도 특이하다. 제주에서 다른 생선은 ‘잡으러 간다’고 하지만, 자리돔은 ‘뜨러 간다’고 한다. 물 속 깊은 곳에 살지 않고 바닷물 표면에 서식해 코가 촘촘한 그물을 던져 바닷물에서 떠내 듯 건져내기 때문이다. 이는 ‘테우’라는 제주도 전통 어선에서 그물을 이용해 자리돔를 떠내는 어업 방식에서 유래했다. 과거에는 테우를 타고 나가 국자모양의 ‘사둘’이라고 하는 그물을 이용해 떠냈다. 지금은 모선에 딸린 작은 부속보트 두척을 이용해 바닷속에 그물을 투망하고 자리돔이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모선에서 일제히 들어 올려 잡는 ‘들망’이라는 어법을 이용해 떠낸다.



자리돔 물회·구이 산지별로 골라먹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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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돔을 즐기는 방법은 회·구이·조림 등 여러 가지지만 가장 인기메뉴는 ‘자리물회’다. 자리물회는 본래 제주 뱃사람들의 ‘패스트푸드’였다. 일이 바쁘고 일손이 모자란 뱃사람들은 회에 된장·채소를 넣고 물을 부어 비벼 밥과 함께 먹었다. 만드는데 3분이면 뚝딱이다. 간편하지만 지방·단백질·칼슘 등 영양이 높아 체력을 보강할 수 있는 스태미너 음식이어서 힘을 쓰는 뱃사람들에게 제격인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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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돔은 좁은 제주도 안에서도 산지별로 쓰임새가 다르다. 자리물회는 서귀포시 보목동 앞바다에서 잡힌 자리돔을 최고로 친다. 물살이 약한 곳 인근에서 잡히는 이곳의 자리돔은 길이가 10㎝내외로 작고 연해, 뼈째 먹기 최적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구이는 서귀포시 모슬포 앞바다에서 잡힌 것이 맛있다는 평이 많다. 국토 최남단 섬인 마라도 인근의 물살이 센 어장에서 잡아 길이가 15㎝이상인 것도 있어 구이에 적합하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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