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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이게 피자?" 산천어 95t 팔아치울 맛…화천군 솔로몬 지혜

by중앙일보

‘산천어 가공식품’ 66t…나흘 만에 완판 신화

지난해 12월 30일 강원 화천군 한 식당. 국내 유명 호텔 셰프들이 만든 이색요리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한쪽에서 피자를 먹던 참석자가 “우와! 이런 맛이 난다고…”라며 감탄하자 음식을 만든 셰프가 “산천어로 만든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시식회는 화천군이 식품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산천어축제가 취소된 데 따른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세계 4대 겨울축제로 이름을 날렸던 산천어축제는 올해도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됐다. 2년 연속 엄청난 규모의 산천어를 처리해야 하는 화천군의 입장에선 또다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축제용 95t 산천어 처리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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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명 호텔 셰프가 산천어를 주재료로 만든 산천어 피자. 시식회 당시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 화천군

24일 화천군에 따르면 올해 산천어축제를 앞두고 전국에서 양식되고 있는 산천어는 총 95t에 이른다. 산천어 한 마리가 300g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31만6000여 마리다. 그렇다면 화천군은 95t에 달하는 산천어를 어떻게 처리할까.


화천군은 내년 초 산천어를 통조림과 어간장, 밀키트로 만들어 팔기로 했다. 50t은 통조림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어간장, 밀키트, 어묵 등으로 만든다. 통조림은 OEM(주문자 위탁생산) 생산 방식으로 만들 예정이다. 현재 국내 식품 대기업과 제품 생산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호텔과 백화점 등에 산천어를 납품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오경택 화천군 관광정책과장은 “식품화시켜서 판매한 적이 있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을 활용하면 올해도 전량 완판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셰프가 만든 산천어 피자 큰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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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화천산천어축제 개막일인 1월 5일 오후 강원 화천군 화천천 축제장 일원이 얼음낚시를 즐기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화천군이 산천어축제 취소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건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서다. 화천군은 지난해 말 산천어축제를 취소한 후 77t에 달하는 산천어를 처리하기 위해 고심했다. 앞서 이상 고온으로 축제 흥행이 실패하면서 수십t의 산천어가 남았을 땐 마땅한 대안이 없어 비료를 만들거나 어묵으로 만들어 파는 것이 전부였다.


77t에 달하는 산천어를 또다시 폐기할 수 없기에 산천어를 최대한 소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만 했다. 오랜 토론 끝에 산천어를 전국의 식탁으로 옮겨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에 맞춰 지난해 말 국내 유명 호텔 셰프들을 초청해 산천어 활어와 반건조, 통조림을 주재료로 이색요리를 선보이는 시식회를 열었다. 당시 산천어를 다양한 요리에 활용했는데 산천어 피자가 큰 인기를 끌었다. 통조림을 활용한 김치찌개도 일반 참치캔으로 만든 김치찌개와 비교했는데 맛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식품화 가능성이 열렸다.

산천어 50t 참치캔처럼 통조림으로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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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화천군이 지난해 12월 30일 산천어 식품화를 선언하고 국내 유명 호텔 셰프를 초청해 시식회를 연 모습. 사진 화천군

당시 화천군은 시식회를 통해 산천어를 주재료로 만든 크림수프, 부야베스, 감바스알 하이오, 브루쉐타 등 20여 가지 요리를 선보였다. 시식회 이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축제용으로 준비한 산천어 77t 가운데 66t을 가공식품 등으로 생산해 판매했는데 나흘 만에 완판되며 이른바 ‘대박’을 터트렸다.


산천어 가공식품은 담백한 맛 외에도 독창성과 창의성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접할 수 없었던 산천어 가공식품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산천어, 아미노산 16종 다량 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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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최문순 화천군수가 화천 북한강변에 마련된 강원 라이브 홈쇼 '맛있다! 화천 산천어 식도락 특집'에 출연해 산천어를 홍보하고 있는 모습. [사진 화천군]

최문순 강원지사가 이름이 같은 최문순 화천군수를 돕기 위해 라이브 방송을 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강원도와 화천군, 롯데백화점은 당시 유튜브 채널 ‘강원도’, ‘강원장터 TV’를 비롯해 롯데백화점 라이브 쇼핑인 ‘롯데 100 LIVE’ 등 3개 채널을 통해 강원 라이브 홈쇼 ‘맛있다! 화천 산천어 식도락 특집’을 110분간 생방송을 했다.


여기에 당시 구독자 131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밥굽남’이 함께 출연해 조리방법을 안내하고 맛 평가를 한 것도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화천 산천어 완판 위해 뭉친 ‘투 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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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화천군이 지난해 12월 30일 산천어 식품화를 선언하고 국내 유명 호텔 셰프를 초청해 시식회를 연 모습. [사진 화천군]

화천군은 산천어 식품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도 산천어를 주재료로 한 다양한 음식을 개발하고 동남아국가로 수출도 할 계획이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현재 산천어를 수출하는 방안도 바이어와 협상 중”이라며 “내년 1월 중순께 가공품 생산이 완료되는 만큼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축제 취소로 활용하지 못하게 된 산천어를 원활하게 판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산천어는 연어목 연어과 어종으로 애초 바다와 민물을 왕래하는 종이다. 강에서 태어난 뒤 동해로 내려가고 산란기가 되면 다시 민물인 강으로 돌아오는 송어와 같은 종이다. 바다로 나가지 않고 민물에서만 살다가 습성이 바뀐 것이 산천어다.


산천어는 인체에 필요한 아미노산 16종이 다량 함유돼 피로해소와 활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필수지방산을 포함하고 있어 혈액순환과 두뇌발달,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미국 CNN ‘겨울 7대 불가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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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화천 산천어축제는 일본 삿포로(札幌) 눈꽃축제, 중국 하얼빈(哈爾濱) 빙등축제, 캐나다 윈터 카니발(Winter Carnival)과 함께 세계 4대 겨울축제 중 하나다.


인구 2만6000여명의 작은 마을인 화천군엔 축제기간 100만명 이상이 방문한다. 제1회 축제가 열린 2003년 22만명을 시작으로 13차례나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았다. 2019년엔 184만명이 방문하기도 했다. 미국 CNN은 2011년 ‘겨울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산천어축제를 선정해 소개했다.


화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