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를 사랑한 변호사 양조인의 길을 택하다
강원도 춘천에 자리한 양조장 ‘예술’의 정회철 대표는 지난 10년여 간 우리 전통술 복원과 대중화, 고급화에 앞장서 온 전통주 1세대로 불린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변호사 타이틀을 던지고 양조장을 연 이유는 호기심에 직접 만들어본 전통주가 너무 맛있어서였다.
술을 무척 좋아했나 봅니다.
전혀요. 술을 좋아하지도, 많이 마시지도 못 했는데, 아내와 여행 삼아 우연히 들른 양조장에서 술 빚는 과정을 보니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우리 술의 매력을 느꼈죠.
그리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서 전통주 빚는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호기심에 한번 따라 해봤는데, 술 빚는 과정 하나하나가 너무 재미있고, 실제로 제가 빚은 술이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렇게 한 번, 두 번 집에서 혼자 술을 빚다가 전문 기관을 찾아가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와 잘 맞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는 생각에 그저 즐거웠죠.
원래는 변호사였다고요.
서울대 법대 81학번입니다. 변호사가 되었지만 변론하는 일이 제게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교단에 섰습니다.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강의를 하고 책을 쓰면서 쉴 때는 술 빚는 일을 취미로 즐기면서 그럭저럭 삶의 균형을 맞춰갔습니다.
그러다 법조인 타이틀을 버리고 양조인으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술 빚는 일이 너무 재밌고 좋으니까 어느 순간 술 빚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더 공부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취미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술 빚는 일로 마음의 무게추가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결심했습니다. 법조인이 아닌 양조인으로 살기로요.
좋아서 결단한 일이지만, 양조장을 열고 정착하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기관과 연구원을 찾아 술 빚는 법을 배웠지만 창업은 현실이더라고요. 크게는 설비부터 작게는 술 항아리를 옮기는 수레까지 직접 하나하나 고민해야 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유통이었습니다. 초반에는 고급 한정식집에 판매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전통주의 가치를 알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술의 가치를 아는 사람, 술에 대해 교육을 받은 사람이 운영하는 술집을 찾아다녔어요. 술에 애정이 있는 사장님은 손님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주고 술을 권하거든요. 저도 그런 식으로 직접 부딪혀가며 제가 빚은 술을 알리면서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전업으로 삼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술 빚는 일이 좋은가요?
그럼요. 그리고 이제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넘어 온 국민,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 전통주를 좋아하게끔 만들겠다는 목표와 사명감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점점 세대와 국경을 불문하고 ‘한국의 전통주는 맛있어서 사 마시는 좋은 술’이라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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