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한 ASMR, 줄줄 흐르는 달콤함 “넌 누구니?”...SNS 화제만발 ‘두바이 초콜릿’

[푸드]by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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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매직으로 불리는 픽스(FIX) 초콜릿의 단면 이미지. FIX 공식 SNS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두바이 초콜릿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뒤덮인 두툼한 초콜릿을 반으로 툭 쪼개니 초록빛 크림이 흘러나온다. 흐를세라 한입 베어 물자 바사삭한 경쾌한 소리가 영상을 가득 메운다.


눈길을 사로잡는 녹색 필링의 정체는 피스타치오 크림과 범벅이 된 카다이프이다. 카다이프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재료이지만 아랍 지역에서는 전통 디저트로 사랑받아왔다. 밀가루를 미세한 면 형태로 뽑아내어 이를 기름에 볶으면 바삭하고 고소한 식감을 만들 수 있다. 크림이나 꿀 등과 함께 버무려 팬케이크 형태로 담는다. 취향에 따라 치즈를 넣어 먹기도 하고 견과류를 뿌려 먹기도 한다. 이것이 아랍 전통 음식의 대표 격인 쿠나파(Knafeh)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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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9월 공식SNS를 통해 론칭 소식을 알린 픽스 초콜릿. “꿈을 가능하게 해준 FIX의 고향 UAE에 감사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은 다양한 라인업의 제품 이미지. FIX 공식 SNS

쿠나파는 흐물거리는 그 형태 때문에 접시와 숟가락이 없으면 먹기 불편하다. 이를 초콜릿 안에 넣고 두바이의 화려한 색감을 쏟아부은 것이 FIX의 시그니처 제품인 ‘CANT GET KNAFEH OF IT’이다. 우리로 치면 한과를 초콜릿 안에 넣은 디저트라 할 수 있다. 또한 인도에서 유래했지만 아랍에서는 대중적인 차로 자리 잡은 카락(Karak) 향을 가미한 제품도 있다. 두바이에서 카락 티(Karak tea)는 우리가 식후에 마시는 커피믹스와 견줄 만큼 사랑받는 차이다. 이처럼 FIX의 제품들은 아랍 사람들에게 친숙한 재료를 초콜릿에 재해석하고 그 위에 두바이의 감성을 뿌려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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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들이 앞다투어 두바이 초콜릿 시식 인증 콘텐츠를 게재하고 있다. @Kikis Kitchen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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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피스타치오, 쿠나파 등을 이용해 직접 두바이 초콜릿을 만드는 레시피 영상을 공유하는 것이 인기다. @Kikis Kitchen 인스타그램

초콜릿 바 하나에 2만5000원, 배송비를 포함하면 3만원이 넘어감에도 주문량이 만만치 않다. 오후 5시부터 시작되는 온라인 주문은 1분 만에 동이 나버린다. 배송 지역이 두바이에만 한정되어 있어 그 외의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두바이에 사는 지인에게 구매대행을 부탁해 구하기도 한다. 스몰토크 주제로 가장 무난한 게 먹는 것이다 보니 삼삼오오 모이면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그 초콜릿 먹어봤어?”로 대화의 포문을 연다. “요즘 한국에서 사다 달라고까지 요청이 온다”고 하니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인다. 나날이 높아진 제품의 인기 덕분에 어느덧 미투 제품들도 출시되기 시작했다. 이번 가을께 한국에 정식 수입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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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X 초콜릿 속을 채운 아랍 전통 음식 쿠나파. 조혜임 제공

FIX의 성공에는 아랍 사람들의 디저트 사랑이 뒷받침되어 있다. 사랑방 문화(손님을 집으로 초대해 융숭하게 대접하는 문화)가 이어져오는 이곳에서는 손님을 맞이할 때 쟁반 가득 쌓인 대추야자를 내놓았고 초대받은 손님들 또한 수북한 대추야자를 선물로 들고 갔다. 초콜릿이 수입되면서 대추야자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고 수요가 폭발했다. 유럽과 미국의 이른바 명품 초콜릿 브랜드들이 대거 두바이로 몰려왔다. 두바이에서 초콜릿은 간식을 넘어 축하의 의미를 담는 ‘화환’이나 ‘과일바구니’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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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현지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각종 초콜릿 제품들. 조혜임 제공

두바이의 초콜릿 시장 규모는 한국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1인당 소비액은 2.5배이다. 그러나 초콜릿의 주요 소비층이 전체 거주 인구의 10%인 자국민들이니 그들의 1인당 소비 규모는 한국의 20배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초콜릿을 사랑하는 큰손들은 기존의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수입되는 제품들이 낼 수 없는 그들만의 감성이 담긴 것을 원했다. 라마단이나 라마단 이후의 축일인 이드의 분위기를 낼 수 있는 화려한 포장이라든가, 낙타 우유 또는 아랍 사람들이 즐겨 먹는 향신료가 들어간 제품이라든가, 결혼식이나 생일 등 특별한 날을 기념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된 제품을 선호했고 어느새 UAE 곳곳에 수제 프리미엄 초콜릿 공장들이 생겨났다. 극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꾸준히 갈고닦은 두바이산 제품들은 이제 유럽산 명품 초콜릿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풍성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20세기 초반까지 황량한 사막과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두바이에 오일머니로 치장된 드높은 빌딩이 세워지자 사람들은 속 빈 강정이라고 조롱했다. 그러나 전 세계의 문화와 제품을 급속도로 흡수한 그들 아랍 사람들은 어느덧 자신들의 정체성을 녹여낸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포스트 오일시대를 준비하는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두바이산 초콜릿이 그 서막을 올렸다.


조혜임 매거진L 두바이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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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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