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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가야산 자락에서 만난 별미 ‘꿩탕’…시원한 맛이 날아오른다

by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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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성주 오일장

경향신문

토종닭은 구수한 맛이 장점이라면 꿩탕은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소주 한 잔 곁들이며 꿩탕 국물을 들이켜면 해장이 바로 되는 기분이다. 겨울에만 파는 꿩탕은 봄을 놓치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돼야 다시 맛 볼 수 있다.

‘성주’하면 참외와 가야산이다.

여기에 ‘꿩탕’을 빼면 섭섭하다

3월과 4월의 경계지점. 봄이 무르익기 시작하는 시기다. 짙은 녹색 사이사이 마른 가지만 있던 소나무에 봄초록이 찾아 들었다. 봄초록을 보는 순간 마음이 편해진다. 새순이 나고 매화는 마을 어귀 곳곳에 피었다. 꽃망울만 있는 사이에서 이미 만개한 성급한 벚나무도 있었다. 봄이 오면 농촌은 평소보다 바빠진다. 작물을 새로 심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다른 곳보다 성주는 봄이 더 바쁘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참외 대부분이 성주에서 나기 때문이다. 성주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게 참외 재배하는 하우스다. 참외가 한창 나기 시작하는 성주 오일장(2·7일장)을 찾았다.


오일장에 가기 전 성주의 한 참외농장에 들렀다. 농업대학을 졸업하고 귀농해 참외농장을 운영하는 젊은 남매를 보기 위해서다. 남동생(고대우·26)은 다른 일이 있어 보지 못하고 누나(고민아·28)만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동생은 농사를, 누나는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다. 귀농한 지 5년 차, 일손 구하기가 어려운 거 빼고는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일하는 중이라 한다. 사무실 옆에 스마트팜을 설치해 데이터에 의한 농업을 하고 있다. 감에 의존하지 않고 정확한 데이터에 의해 참외 농사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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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의 고장 성주 오일장에는 참외가 별로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너른 들판에서 참외가 쏟아지니 시장에서 참외를 살일이 없다.

참외는 애써 고를 필요 없지만

표면이 까칠한 것이 단맛이 좋다

노란 참외, 코리아 멜론이라 불리는 참외는 원래 일본에서 개발한 품종이다. 1957년 일본에서 ‘은천’이라는 품종을 도입하면서 한반도에 노란 참외가 깔리기 시작했다. 7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은천의 자손들이 여러 이름을 지닌 채 자라고 있다. 은천이 들어오기 전 한반도에 자생하던 참외는 개구리를 비롯해 강서, 청, 열골 참외 등이 있었다. 단맛이 은천 계통보다 모자란다. 여름철 장터에서 애플참외라 부르는 청참외를 가끔 볼 수 있는 정도로 재배를 많이 하지 않고 있다. 참외 농법이 발전해 예전에 노지 재배할 때와 달리 단맛이 좋다. 이제는 참외 애써 고를 필요가 없다. 큰 놈보다는 손 안에 쥘 정도 크기가 딱 적당하다. 표면이 매끈한 것보다 까칠한 것이 단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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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이 열리는 성주시장.

성주를 돌아나가는 이천, 그 뚝방 옆에 성주시장이 있다. 오일장이 아니어도 여는 점포가 꽤 있다. 예전에 참외 때문에 왔다가 성주시장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문 연 점포는 있어도 오가는 이가 적으니 시장 분위기가 안 났었다. 오일장이 제대로 서니 비로소 장터 분위기가 났다. 나긋나긋한 경북 내륙의 사투리가 정겹다. 할매들 목소리 사이에서 청도 출신의 목소리가 곳곳에 묻어 있었다.


성주군의 농사 대부분이 참외이다 보니 오일장에는 성주 것이 별로 없었다. 외지 것이 대부분이었다. 참외 본고장이니 참외가 많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지역 시장보다도 참외가 없다. 풍요 속에 빈곤, 딱 맞는 표현이었다. 성주의 너른 들판에서 참외가 수없이 쏟아지다 보니 시장에서 사가는 이가 없을 수밖에 없다. 외지인도 성주 들어오는 국도변에 수없이 참외 판매상이 있으니 굳이 시장에서 살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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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을 기다리는 좌판 위의 더덕.

어중간한 시기, 봄 가득 품은 나물은 아직이었다. 할매들 몇몇이 쑥이며, 머위를 앞에 두고 있을 뿐이었다. 시장을 구경하면서 반찬 하나를 찾았다. 계속 참외 이야기지만, 성주는 미안하게도 참외 빼고는 이야깃거리가 거의 없다. 저녁 먹을 때 찬으로 나온 참외장아찌를 눈 씻고 찾았지만 없었다. 반찬가게 아저씨에게 참외장아찌 없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은 “그 흔한 걸 뭐 하러!” 성주 사람들에겐 흔하겠지만, 우리에겐 아니라고 항변이라도 하고 싶었다. 달달하면서도 간이 딱 맞는 장아찌 맛이 입안에서 맴돌 뿐 구할 길이 없었다.

꼭 사야할 것은 보리의 속겨로 만든

‘등겨장’…고기 쌈장으로 제격

성주에서 잊지 말고 사야 할 것이 등겨장이다. 보리 도정할 때 나오는 속겨로 담근 장으로 고기 쌈용으로 그만이다. 돌아다니다가 산다는 것을 깜빡 잊고 왔다. 시장을 몇 바퀴 돌다보면 사람들이 잘 모이는 곳이 있다. 때마다 달라진다. 봄철, 가장 핫한 곳은 모종과 묘목을 파는 곳이다. 주차장과 시장 사이 해가 잘 드는 곳에 자리 잡은 모종 상인은 여느 상인과 다른 것을 팔고 있었다. 인삼, 도라지, 더덕 등이 있었다. 오가는 이들이 많은 길목에 자리 잡은 덕도 있지만, 봄은 그렇게 여름을, 가을을 미리 준비하는 계절임을 성주시장에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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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당의 ‘청국장보리밥’은 주인이 직접 재배한 콩을 사용한다.

몇 해 전 김천에서 일 보고는 국도 따라 성주로 온 적이 있다. 가던 길, 산등성이 위 길 양옆으로 묵집이 나란히 있었다. 그중 한 집에서 맛을 봤었다. 성주 곳곳을 다니다 보면 꽤 괜찮은 묵집을 만난다. 이번 출장길에도 묵밥을 먹을까 하다가 청국장보리밥을 먹었다. 이 집도 묵밥을 하고 있었다. 들어오는 손님 대부분도 묵밥을 주문했다. 묵밥을 주문하지 않고 청국장을 주문한 까닭이 있다. 청국장에 주인장이 직접 재배한 콩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농사지은 콩으로 청국장을 띄우고 두부를 만든다. 두부 만들고 남은 비지로 찌개를 만들어 반찬으로 내준다. 청국장에 든 두부 맛을 보니 다음에는 촌두부도 주문하면 좋을 듯싶었다. 청국장과 함께 비빌 재료가 나왔다. 보리밥에 재료와 고추장을 넣고 비볐다. 비비기 전, 청국장 한 국자를 넣어야 제대로 맛이 산다. 촌두부 대신 주문한 정구지(부추)지짐, 제대로 선택했다. 민물새우를 듬뿍 넣고 지짐을 부쳤다. 민물새우의 고소한 향에 다져 넣은 땡초의 매콤함까지 더해 손이 멈추지 않았다. 지짐과 두부를 맛보고 나니 메밀묵 또한 기가 막힌 맛이 날 것 같았다. 신성식당 (054)932-5087

깎아썰기 한 무와 토막 낸 꿩을 넣고

푹 끓여 ‘소고기 뭇국’과 비슷

성주 하면 참외, 가야산이다. 여기에 꿩탕을 빼면 섭섭하다. 원래는 꿩 샤부샤부를 먹을까 하다가 꿩탕으로 메뉴를 바꿨다. 꿩탕? 사진을 보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닭백숙 비슷하게 나올 듯싶었다. 식당에 가기 전 미리 주문해둔 덕에 가자마자 바로 먹을 수 있었다. 꿩탕은 지금까지 먹어 본 적이 없다. 꿩 요리는 자주 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겨우 먹어 본 것이 꿩만두 정도다. 처음 본 꿩탕은 ‘소고기 뭇국’과 비슷했다. 깎아썰기 한 무와 토막 낸 꿩을 넣고 푹 끓인 음식이다. 간은 참기름과 고춧가루, 간장으로 낸다. 예전 남원 오일장에서 소개한 토종닭 뭇국과 비슷하지만 맛의 결이 달랐다. 토종닭은 구수한 맛이 장점이라면 꿩탕은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소주 한 잔 곁들였다. 소주 마시고 꿩탕 국물을 들이켜면 해장이 바로 되는 기분이 들었다. 꿩탕은 겨울에만 판다고 한다. 날이 따스하면 꿩 공급이 안 된다고 한다. 여름 지나고 가을이 되면 다시 꿩탕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따로 주문한 건어물 찜 또한 맛났다. 문어, 북어, 오징어, 가오리, 닭고기를 미림과 간장으로 조렸다. 소주 안주로 좋다. 꿩탕뿐만 아니라 건어물 조림 또한 독특한 맛이다. 감골식당 (054)933-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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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빵을 파는 카페 옐롱의 참외 요거트.

예전에 초록마을에서 일할 때부터 우리밀을 응원했다. 우리밀 관련한 제품도 꽤 많이 기획했었다. 오일장 취재를 하면서 지역에 우리밀 관련한 식당이나 빵집이 있으면 가능하면 소개하려고 했다. 1%인 우리밀 시장 점유율이 조금이라도 높아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성주에도 우리밀 빵집이 있다. 읍내에서 세종대왕자 태실 가는 길에 있는 행복빵연구소다. 우리밀을 직접 재배하고 팥은 이웃한 농부가 재배한 걸 사용한다. 처음에는 꽈배기 잘 만드는 곳인가 했다.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 꽈배기라는 글을 봤기 때문이다. 직접 가서 보니 아니었다. 우리밀로 다양한 빵을 만들고 있었다. 꽈배기뿐만 아니라 단팥빵, 소보로빵, 식빵이 있었다. 이런 시골 국도변에 누가 와서 빵을 사가나 했었다. 서울로 올라오기 전, 오후 1시 정도에 갔었다. 매대에 빵이 별로 없었다. 주변에 있는 참외 농가에서 새참으로도 많이 사가고, 이웃한 대구에서도 원정 올 정도라고 한다. 여기서 10분만 운전하면 참외잼 파는 곳이 있다. 참외빵도 팔지만 매장에서 직접 참외를 넣어 만든 마들렌이나 마카롱도 있다. 참외 고장인 만큼 커피 대신 참외요거트나 참외라테도 좋다. 행복빵연구소 (054)933-6222, 카페 옐롱 (054)931-8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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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식품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