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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이태원 맛집 추천 :: 이태원에서 만나는 작은 이탈리아

byKKday

너는 전생에 이탈리아 사람이었을 거야.

나를 잘 안다고 자부하는 친구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웃기면서도 제법 듣기 좋은 평이다. 전생 같은 걸 믿진 않지만 어쩌면 크게 틀린 말도 아니다. 아무래도 밥을 짓는 날보다 파스타 면 삶는 날이 더 많은 사람이니까. 다른 건 몰라도 그 나라의 음식만큼은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애정을 담아 골라본 곳들을 가져왔다. 이태원에서 만날 수 있는 나만의 작은 이탈리아, 지금부터 소개한다.

1. 솔리토 에스프레소

나는 녹차 맛을 싫어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싫어하는 줄 알았다. 오랫동안 녹차라떼, 녹차 아이스크림 등 왜 그렇게 녹차를 가만히 마시지 못해 안달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여하튼 그랬던 내가 이제는 녹차 맛 디저트를 무려 즐긴다.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맛있는 녹차라떼를 마신 뒤로 녹차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됐다.

에스프레소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맛있는 에스프레소는 죄가 없다. 그러니 에스프레소에 적당히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솔리토에 가자. 익숙하지 않은 동네라도 독보적인 파랑 외벽 덕에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작은 공간은 모두 바 테이블로 이뤄져 있다. 홀로, 혹은 둘이서 오붓하게 에스프레소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주력 메뉴는 단연 에스프레소이다. 커피 메뉴 외에는 따로 준비되는 음료가 없으니 방문 전 미리 참고하자. 에스프레소는 기본부터 크림과 쿠키를 곁들인 메뉴들까지 다양하다. 천구백 원부터 시작하는 착한 가격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눈이 폴폴 내렸던 날이라 첫 잔은 봉봉으로 했다. 에스프레소 위에 크림을 얹고 코코아 파우더와 마시멜로로 마무리했다. 봉봉이라는 이름처럼 귀여운 비주얼이다. 미니 코코아 같기도 하다. 물론 맛은 절대 어른의 것이지만.

향긋한 코코아 향과 탱글탱글한 마시멜로의 식감이 커피와 조화롭게 어울린다. 쓴맛을 감추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좋았다. 부드럽게 즐길 수 있어 에스프레소가 처음인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두 번째 잔은 비스코토. 마스카포네 크림과 쿠키를 얹은 메뉴이다. 특별했던 점은 쿠키를 부수지 않고 통으로 내어준다는 점. 샷을 흡수하도록 기다렸다가 조금씩 부숴 먹는 것이 좋다. 에스프레소를 머금은 쿠키에 마스카포네 크림을 곁들이니 마치 촉촉한 티라미수를 즐기는 기분이다.

솔리토는 '습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처음 방문한 동네이지만 정말 그 이름이 아깝지 않다. 이런 식의 에스프레소라면 기꺼이 습관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눈 내리는 오후, 부드러운 템포의 음악, 그리고 좋은 커피가 있는 곳. 빠르게 잔을 털어내고 길을 나설 수 있는 용기 같은 건 없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여기가 내 이탈리아다.

- 이용시간 : 매일 08:30 - 17:30

-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우사단로 8-1

- 문의 : 010-8291-3914

2. 트레비아

간단한 재료만으로 풍부한 맛을 내는 건 생각보다 더 쉽지 않다. 내 손으로 여러 번 망쳐보며 얻은 교훈이다. 그만큼 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이 최상의 상태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 만들어진 이탈리아 피자를 좋아한다. 치즈와 소스, 적당량의 풀이 전부이지만 그것들이 내는 맛은 간단하지 않다.

이태원역에서 멀지 않은 대로변에 위치한 트레비아는 로마식 피자를 하는 집이다. 얇은 도우와 샐러드처럼 올라가는 토핑이 특징. 이곳에서는 손바닥 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피자를 조각 단위로 만나볼 수 있다.

주문한 메뉴는 라자냐 세트. 조각피자와 라자냐, 음료 구성이다. 조각피자는 후레쉬 모차렐라 루꼴라로 선택했다. 도우를 치즈로 모조리 감싸버리는 미국식 피자와 달리 생모차렐라를 잘게 찢어 올렸다. 피자를 먹으며 신선하다는 표현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이곳의 피자는 그것을 해낸다.

무심하게 툭툭 올라간 루꼴라와 치즈, 토마토의 맛이 모두 선명하다. 풍성한 재료 덕에 마치 오픈샌드위치를 먹는 기분이다. 잊지 않고 바삭하게 익은 도우까지 완벽하다.

다음은 라자냐. 치즈와 면, 두 가지 소스를 겹겹이 쌓아 올려 구워낸 이탈리아의 파스타 요리이다. 밀가루와 버터, 우유를 끓여만든 베샤멜 소스가 적당히 고소해서 특히 좋다. 쉽게 느끼해질 수 있는 조합임에도 질릴 틈 없이 빠르게 비워냈다. 완벽한 균형 앞에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은 핑계일 뿐이라는 걸 다시금 체감했다.

본 메뉴를 모두 해치운 뒤에도 식전 빵이 아른거리는 곳은 몇 군데나 될까? 이곳에선 식전 빵으로 포카치아를 내어주는데, 단품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로즈메리, 올리브, 선 드라이 토마토 등을 아낌없이 넣어 구웠다. 식감은 포근포근 보다 바삭바삭에 가깝다. 피자를 한 조각 더 시키자니 부담스럽고 어딘지 허전한 느낌은 채우고 싶다면 포카치아를 추천한다.

좋은 음식을 먹고 나면 함께 오고 싶은 사람들이 여럿 생각난다. 순간 떠올랐던 얼굴들을 모두 데려오고 싶은 곳. 트레비아는 그런 곳이다. 맛은 물론 식사 내내 친절하게 챙겨주시던 사장님, 평온한 가게 분위기까지. 분명 좋은 여행이었다.

- 이용시간 : 수~월 11:00 - 23:00 (화요일 휴무)

-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15길 1

- 문의 : 02-794-6003

3. 코타티

나의 첫 이탈리아도 겨울이었다. 서울만큼 잔인한 바람이 부는 곳은 아니었지만, 흐린 날에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잔뜩 웅크린 모양으로 걸어 다녀야 했다. 그런 순간에도 놓을 수 없었던 건 다름 아닌 젤라또. 길을 걷다 젤라또 가게를 발견하면 홀린 듯 들어갔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차가운 계절에도 아이스크림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던 게. 이탈리아는 딸기와 초코, 레몬밖에 모르던 나에게 쌀, 소금, 백향과 맛 아이스크림의 존재를 알려줬다.

해방촌의 코타티는 이탈리아 젤라또를 취급한다. 호지차, 바질 토마토 등 쉽게 볼 수 없는 라인업이 특징이다. 젤라또의 종류는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로 나뉜다. 두 가지 맛부터 주문할 수 있고 프리미엄 맛과 스탠다드 맛을 섞어 주문 시, 프리미엄 가격을 적용한다.

메뉴는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그 계절에 제철인 작물이 주로 주인공을 맡는다. 딸기가 달콤한 겨울엔 장희 딸기 소르베를 만나볼 수 있다. 다만 늦은 시간에 방문 시, 시즌 메뉴는 빠르게 소진되니 참고할 것.

나는 백향과와 쌀을 선택했다. 백향과는 상큼한 맛을 즐기는 이에게 매우 추천하고 싶다. 비교적 신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과육을 그대로 갈아 넣어 알알이 씨가 씹힌다. 단순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맛이 궁금하다면 쌀을 추천한다. 역시 이 그대로 씹혀 즐거운 식감을 선사한다. 같은 화이트라도 바닐라와는 또 다르다. 쌀이 가진 고유한 단맛이 정말 매력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물렁하게 녹아버리는 아이스크림과는 달리 젤라또는 쫀쫀한 식감을 제법 오래 유지한다. 이곳 역시 젤라또의 가장 큰 매력인 쫀쫀함이 살아있다.

그날도 바람이 유독 찼다. 너무 춥다는 말을 중얼거리며 들어와 젤라또를 주문하는 내 모습을 다시 곱씹어 보다 헛웃음이 났다. 꽁꽁 얼어버린 손에 솔트 젤라또를 쥔 채로 걸었던 몇 년 전의 이탈리아, 그때를 마치 재연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여하튼 젤라또의 매력이란 늘 이런 식이다. 그 마성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코타티로 가자.

- 이용시간 : 화~일 13:00 - 22:00

-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신흥로 12길 7

- 문의 : 070-4042-0228


어떤 방식이든 좋았던 기억으로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면 이런 식의 여행도 충분히 사랑스러울 것이다. 조금만 시선을 달리한다면 집 앞 카페도 새롭게 보일 테니까. 당장 떠날 수 없다면 각자의 방식으로 나만의 작은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에 대한 추억을 써보는 건 어떨까?

# 서울에서 만나는 특별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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