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렌토·카니발·팰리, 웃돈 줄게 제발 파세요”…중고차가 신차보다 1천만원 비싸

쏘렌토·카니발·팰리세이드 중고차가 신차보다 1,000만 원 이상 비싸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수출 증가, 출고 대기 장기화가 만들어낸 ‘가격 반란’ 현상을 분석합니다.

[세상만車]

인기 SUV, 중고차시장서 ‘가격반란’

러시아 수출 급증으로 가격 비싸져

대혼란 시기엔 무엇보다 ‘안전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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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가 신차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팰리세이드(왼쪽)와 쏘렌토 [사진출처=현대차, 기아/편집=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이건 반칙, 반란이야.”


중고품이 신품보다 저렴한 것은 상식입니다. 물론 상식을 벗어나 ‘가격 반란’을 일으킬 때가 간혹 있죠. 희소가치가 높은 중고품일 때입니다. 골동품이 여기에 해당하겠죠.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쉽게 구입할 수도 있는 생활필수품은 ‘반란’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신품보다 낡고 기능도 떨어지니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게 정상입니다.


이동을 위한 생활필수품이 된 자동차도 그렇습니다. 중고차가 신차보다 당연히 쌉니다. 다만, 상식에서 벗어날 때가 간혹 있습니다. 골동품과 마찬가지로 희소가치가 생길 때입니다.


“다른 차들이 폐차장으로 갈 때 박물관으로 간다”는 말을 듣는 오리지널 포르쉐 차량, 상태가 잘 보존된 클래식카 등이 대표적이겠죠.

쏘렌토·카니발·팰리세이드 매물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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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반란을 일으킨 팰리세이드 [사진출처=엔카닷컴]

세상만사,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듯이 자동차 시장에서도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이 ‘아주 가끔’ 벌어집니다.


마침 보기 드문 ‘가격 반란’이 중고차 시장에서 발생했습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기아 쏘렌토와 카니발이 신차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몇십만원, 몇백만원 비싼 게 아닙니다. 1000만원 이상입니다.


이달 20~22일 국내 최대 자동차 플랫폼인 엔카닷컴에 올라온 매물을 살펴본 결과입니다.


쏘렌토 HEV 1.6 2WD 시그니처 2025년 1월식은 6450만원에 등록됐습니다. 신차 가격인 4973만원보다 1477만원 비쌉니다.


카니발 HEV 9인승 그래비티 2025년 5월식은 6699만원에 매물로 올라왔습니다. 신차 가격 5369만원보다 1340만원 높습니다.


팰리세이드 HEV 2.5T 4WD 7인승 캘리그래피 2025년 5월식은 신차 가격이 7052만원, 매물 가격이 8170만원입니다. 1118만원 차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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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반란을 일으킨 쏘렌토 [사진출처=엔카닷컴]

이들 차종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주행거리가 100km 이내이고 비닐도 뜯지 않은 ‘완전 신차급’ 중고차죠.


중고차 업계도 올해들어 2025년식 쏘렌토·카니발·팰리세이드가 신차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팰리세이드와 카니발은 2021~2022년식 중고차 시세도 높게 형성됐다고 합니다. 수입차 중에서는 BMW X5, X6, X7 등이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고 하죠.


이유가 궁금하시죠. 러시아를 포함한 구소련 독립국가연합(CIS)에서 신차급 중고 SUV와 미니밴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국차는 성능이 우수하고 편의사양이 다양하게 갖춘데다 가격 경쟁력까지 높아 수요가 많다고 합니다.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는 신차급 중고차 씨가 마르고 있다고 합니다.


중고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게 정상이지만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지니 예외가 생겼습니다. 서로 사려고 아우성치다보면 가격은 더 비싸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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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 하이브리드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분석해보면 올들어 매달 CIS 국가로의 중고차 수출은 증가 추세로 나왔습니다.


러시아의 경우 1월 1425대, 2월 2660대, 3월 3511대, 4월 4328대로 많아졌습니다.


키르기스스탄 수출대수는 1월 5912대에서 2월 9192대, 3월 9342대로 늘더니 지난달에는 1만962대로 1만대를 돌파했습니다.


카자흐스탄은 1월 1242대에서 1976대, 2117대, 2329대로 매달 증가했습니다.


업계는 CIS에 수출되는 신차급 중고차 대부분의 최종 목적지는 러시아라고 봅니다. 일종의 우회 수출입니다.


러시아를 제외한 CIS 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연식이 오래되고 저렴한 차종들이 인기를 끈다고 하죠.


러시아에 신차급 중고차가 많이 수출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따른 경제 제재,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철수 등으로 신차 시장은 위축된 반면 중고차 시장이 성장해서입니다.


키르기스스탄 수출 물량이 가장 많은 이유는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가까운데다 중고차 관세가 저렴한 이유가 한몫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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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적 대기 중인 수출용 중고차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들 차종을 수출업자들이 적극 매입하면서 같은 차종의 중고차 가격도 높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엔카닷컴에 따르면 수출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차종인 팰리세이드의 경우 2.2 2WD 캘리그래피 2022년식 시세가 전월보다 3.23% 상승했습니다.


쏘렌토와 카니발은 올 1분기(1~3월) 국내 판매 1위와 2위인 인기 차종이어서 신차 출고 대기기간이 길어진 것도 시세·가격 상승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두 차종의 하이브리드(HEV) 모델은 ‘기다리다 지쳐서 웃돈이라도 주고 사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호도가 높습니다.


엔카닷컴에 신차 가격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싸게 나온 쏘렌토 HEV는 출고까지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카니발 HEV는 8~10개월, 팰리세이드 HEV는 8개월 가량 대기해야 합니다.


인기 하이브리드車도 ‘가격 반란’에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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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리세이드 [사진출처=현대차]

사실 신차 출고 대기기간은 수출 물량 증가와 함께 ‘가격 반란’ 현상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여겨집니다. 차를 빠르게 받기 원하는 수요가 많아지면 신차급 중고차의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죠.


4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지난 2021년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신차 출고대란이 극심해지면 출고된 지 2년 이내인 중고차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대표 차종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쏘렌토와 카니발이었습니다.


2021년 5월 매경 디지털뉴스룸 조사에서는 쏘렌토 디젤 2.2 4WD 시그니처 2021년식 시세가 4301만원으로 나왔습니다. 신차 가격 4117만원보다 184만원 높게 형성됐죠.


심지어 출고된 지 1년 지난 2020년식 시세도 신차 가격보다 102만원 비싼 4219만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카니발도 가격 반란에 합류했습니다. 카니발 디젤 2.2 9인승 시그니처 2021년식 시세는 4367만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신차 가격 4130만원보다 237만원 비쌌습니다. 2020년식 시세도 신차보다 47만원 높은 4177만원으로 나왔죠.


벤츠 EQE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극심했던 지난해 말에도 하이브리드 인기 차종의 중고차 가치가 크게 올랐습니다.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고차 도·소매 데이터로 잔존가치와 시세를 산출하는 ‘밸류어블 카스탯’(CAR STAT)을 통해 하이브리드 인기차종 평균 도매시세를 분석한 결과죠.


출고 3년 이내이고 주행거리가 5만km 미만인 쏘렌토 HEV의 평균 시세는 지난해 1월 이후 11월까지 매월 30만원 가량 올랐습니다.


1월 시세는 3445만2642원, 9월 시세는 3680만9265원이었습니다. 8개월 만에 235만6623원 비싸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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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렌토와 카니발 [사진출처=기아]

아주 가끔 발생하기는 하지만 중고차 속성을 파괴한 가격 반란은 시장과 소비자에게 대혼란을 일으킵니다.


중고차 거래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가격이 급하게 인상된 만큼 큰 폭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업계는 수출로 발생한 가격 반란 현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야 진정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가격 반란 기간에 소비자들은 더욱 신중하게 중고차를 구입해야 큰 손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출고된 지 3년 이내인 쏘렌토·카니발·팰리세이드를 사야 한다면 서두르지 말고 손품과 발품을 팔면서 꼼꼼하게 비교해보는 게 필수입니다.


무엇보다 “빨리 주겠다”, “다른 곳보다 싸다”, “지금 놓치면 후회”라며 구매를 강요하는 호객꾼에게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정식 딜러, 중고차 기업, 인증 중고차회사 등을 통해 안전하게 구입하는 게 낫습니다.


최기성 기자 gistar@mk.co.kr

2025.05.2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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