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몰매’ 후륜구동車, 욕하지 말라…설마엔 누구나 ‘폐차망신’

[비즈]by 매일경제

겨울장비 없으면 운전 피해야

눈길 약한 후륜구동, 더 조심

운전할땐 ‘급’ 행동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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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갑자기 내린 폭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륜구동 자동차 [사진=독자 제공]

“설마(雪魔)가 사람잡는다”

13일 오후 중부지방 곳곳에 눈이 내렸다. 도심에서는 내린 눈이 얼어붙어 저녁 퇴근길은 물론 내일 새벽 출근길도 눈길·빙판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눈길·빙판길은 겨울용 타이어, 스노체인 등 대비책이 없다면 베테랑 운전자도 두려워하는 저승길이 된다. 크고 작은 접촉사고에 차도 망가진다. ‘폐차망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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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자료 사진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겨울용 타이어나 스노체인 등 겨울 운전장비를 장착하지 않은 후륜구동 차량을 운전한다면 눈길은 피해야 한다. 후륜구동 차량 특성 때문이다. 후륜구동 방식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렉서스, 포르쉐, 제네시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나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가 선호한다. 고속주행 안정성, 승차감, 코너링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대신 눈길에는 취약하다. 조금만 가파른 언덕을 만나도 눈길에 미끄러진다. 코너를 돌 때는 더 위험하다. 앞바퀴는 움직이지만 뒷바퀴는 앞으로 진행해 차체를 운전자 의지대로 다루기 어렵다. 미끄러운 곳에서는 손수레를 앞에서 끌 때보다는 뒤에서 밀 때 제어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태생부터 미끄러운 눈에 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월에도 후륜구동 차량은 놀림거리이자 민폐 차량으로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1월6일 서울과 경기 일대에 기습적으로 폭설이 쏟아지면서 교통대란이 발생했다. 시내 곳곳에서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들이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눈 쌓인 언덕을 오르지 못하거나 제어를 못한 차량들로 교통정체가 벌어졌다. 비탈길이 많은 서울 강남지역 도로는 마비됐다.


당시 폭설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 차량 상당수는 후륜구동을 채택했다. 강남지역 도로가 폭설에 약한 까닭은 후륜구동 고급 세단이나 스포츠카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평소에는 흠집이라도 날까 애지중지하던 억대 스포츠카가 도로에 버려졌다는 목격담도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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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사거리 인근 도로에서 차량들이 멈춰 서있다. 이날 서울시에는 적설량 3.8cm의 눈이 내린 가운데 눈이 얼어붙어 차량들이 언덕을 오르지 못하면서 수 시간 동안 정체가 지속됐다. 7일에는 서울 아침 최저기온 영하 14도의 한파까지 닥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얼어 극심한 출근길 교통 정체가 예상된다. 2021.1.6.김재훈기자

눈길·빙판길에서 후륜구동 차량이 ‘민폐’로 여겨지지만 사실 후륜구동은 죄가 없다. 자신의 차량 특성도 모른 채 용기가 아닌 ‘만용’을 부리며 도로에 나온 운전자의 죄를 뒤집어썼다. 한 템포 늦은 제설작업도 후륜구동 차량이 죄를 짓는 것으로 만들었다. 후륜구동 차량도 겨울용 타이어나 스노체인만 있으면 눈길에서 눈길을 끌 수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따르면 눈길에서 시속 40㎞로 달리다 제동할 때 겨울용 타이어는 제동거리가 18.49m에 불과했다.


사계절용 타이어는 37.84m에 달했다. 빙판길 테스트(시속 20㎞에서 제동)에서도 겨울용 타이어는 사계절 타이어보다 제동거리가 14% 짧았다. 브리지스톤코리아 실험에서도 빙판길 제동거리는 겨울용 타이어가 사계절 타이어보다 30~40% 짧았다. 후륜구동 차량이 아니더라도 눈길에서 만용을 부려서는 안 된다. 돈 잃고 목숨까지 잃을 수 있어서다. 후륜구동 차량보다 눈길에 강하다고 알려진 4륜구동 차량도 미끄러운 도로에서는 젬병이 된다. 겨울용 타이어를 달았더라도 마모도가 심하면 공염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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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폭설로 교통마비가 된 도로 [사진=독자 제공]

눈길 운전은 되도록 안하는 게 낫다. 부득이하게 운전해야 한다면 눈길 안전 주행법을 알아둬야 한다. 눈길이나 빙판길에 미끄러져 발생하는 사고를 피하려면 급가속, 급제동, 급회전은 피해야 한다. 출발 및 운행 중 가속이나 감속도 천천히 해야 한다.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이 빙판길 운전실험을 실시한 결과, 차량이 시속 40km 이상으로 달릴 경우 곡선 구간에서 뒷바퀴가 미끄러지고 차량을 제어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왔다. 빙판길이나 눈길에서는 시속 40km 이하로 천천히 주행해야 한다.


또 바퀴자국이 있는 눈길에서는 핸들을 놓치지 않도록 꽉 쥐어야 한다. 언덕길에서는 미리 저속으로 기어를 변속해야 한다. 내리막길에서는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해야 한다. 제동을 할 경우 거리를 충분히 유지해 여유 있게 멈춰야 하며 브레이크를 갑자기 세게 밟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타이어 공기압을 평소보다 낮춰 주행하는 것은 금물이다. 트레드 마모한계선(트레드 깊이 1.6㎜)이 넘은 타이어는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교환하거나 눈길 혹은 빙판길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마모한계선은 100원짜리 동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동전을 트레드(노면과 닿는 부분)와 트레드 사이의 홈에 거꾸로 끼워 이순신 장군의 감투가 절반 이상 보이면 교체해주는 게 좋다.

2022.12.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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