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건강한 중년의 모습 ‘영포티’·‘서윗 영포티’· ‘엑티브 에이징’
‘영포티’, 조롱의 밈으로 불리지만 그 속엔 변한 중년의 자화상이 있다. 젊음을 쫓는 게 아닌, 활력으로 사는 ‘액티브 에이징’의 시대다.
‘영포티(Young Forty)’라는 멸칭으로 불리우고 있는 홍민택 카카오톡 CPO / 연합 |
칼 융은 중년을 무의식에 억눌려 있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과거의 가치관을 재정립하며 보다 완전한 자아로 나아가야 하는 시기로 보았다.
그러나 중년은 내적 혼란의 시기가 되기도 한다. 일례로, 중년 남성들의 경우에는 가정을 부양하고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며 억눌러왔던 자유를 재탐색하려는 강렬한 욕구를 느끼기도 한다.
이에 따라 느닷없이 고성능 스포츠카나 바이크를 구매하거나,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과감한 복장을 시도하는 등의 행동을 통해 젊은 시절의 해방감을 재연하려 한다.
능동적 경험 추구의 이면: 영포티와 비판적 시선
젊음에 대한 이러한 갈망을 잘 표현하는 단어가 바로 ‘영포티(Young Forty)’다.
최근 핫한 신조어인 ‘영포티’는 40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트렌드를 따르고, 취미 활동에 적극적이며, 최신 기술 소비에 주저함이 없는 계층을 일컫는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젊음을 유지하려는 태도이다. 새로운 경험(여행, 스포츠, 자기 계발)을 통해 삶을 다채롭게 채우려는 노력을 하며 옷이나 운동 등에도 투자를 아낌없이 한다.
이처럼 본래 영포티는 긍정적인 자기 주도적 소비층을 지칭하는 마케팅 용어였으나, 시간이 흐르며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멸칭(蔑稱)으로 변질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 은근한 권위주의
일부 영포티 세대가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젊은 세대의 언행을 무분별하게 따라 하려 하거나, 배려의 이름으로 과도한 간섭을 시도할 때, 젊은 세대는 이를 기성세대의 위선으로 받아들인다. 이를 비하하는 멸칭이 이른바 ‘서윗(sweet을 경상도 식으로 읽은 발음) 영포티’다.
● 외모 강박과 부적절한 소비
젊은 감성을 따라가기 위한 과도한 성형이나 패션 집착이 병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 세대 간 문화 충돌
40대가 경제력을 바탕으로 젊은 문화를 소비하려 할 때, 젊은 세대는 그들의 주류 문화 침범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홍민택 CPO = 영포티?
이러한 가운데 홍민택 카카오톡 CPO가 ‘영포티’의 대표주자처럼 거론되고 있다.
지난 9월, 대중들의 큰 반발을 산 카카오톡 업데이트 과정에서 홍민택 CPO가 단독을 넘어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특히 친구탭을 인스타그램식 피드로 바꾸는 등 급진적 변화를 도입했는데, 이에 대해 젊은 사용자들은 “쉰내난다”며 어설프게 젊은 감각을 도입하려했으나 실패했음을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홍민택 CPO가 1982년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영포티’를 대표하는 인물처럼 그려지게 되었다.
안티 에이징에서 액티브 에이징으로
물론 젊음을 추구하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그것은 나이듦을 수용함과 동시에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액티브 에이징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안티 에이징(Anti-Aging)이 노화를 거부하고 시간을 되돌리려는 개념이라면, 액티브 에이징(Active Aging)은 이러한 부정적인 압박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활력을 추구하는 대안이다.
액티브 에이징은 노화를 인정하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영역에서 최대한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중년 공주병이나 영포티 현상이 보여주는 활력과 경험 추구의 긍정적인 면을 수용하되, 외모나 젊은 세대와의 비교,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는 병리적 집착은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진정으로 건강한 중년의 삶이란, 젊은 주관적 연령이 주는 활력을 동력으로 삼아, 자신의 나이에 맞는 성숙함과 경험을 더하며 삶의 후반기를 주도적으로 설계해 나가는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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